언론시민단체·시청자단체들이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벌이다 KBS 청경들에게 폭력적으로 진압된 것에 대해 폭력진압에 대한 사과 및 수신료 인상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매체비평우리스스로·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언론인권센터·언론소비자주권모임, 이하 여성 네트워크)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 네트워크는 KBS이사회의 수신료 단독 의결을 두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점, 인상률이 높은 점, KBS가 공론장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KBS 청원경찰들이 “내부에서 이러시면 안 된다”며 여성 네트워크의 기자회견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청경들은 펼침막과 손팻말을 뺏거나 손상시켰고, 충돌 과정에서 여성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밀려 넘어져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등이 부상을 입었다.

언론연대는 16일 오후 성명을 내어 “사회적 합의나 여론 수렴 없이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날치기에 여성 네트워크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의 뜻을 평화적으로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무자비한 진압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넘어지고 뒹굴며 팔과 허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무능·편향·친정권 보도로 일관하며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책무도 저버린 KBS가 이제 시청자들의 상식적 요구를 폭력으로 과잉 진압하는 만행까지 저지른 것”이라며 △야만적인 폭력 진압 공식 사과 △비민주적인 수신료 인상 중단 △사태 책임자 길환영 사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같은 날 낸 성명에서 “수신료 날치기 인상은 되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 기자회견은 왜 안 되는가”라며 “이는 KBS가 시청자를 수신료 내는 ‘봉’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 주머니에서 나가는 수신료를 60% 인상하며 몇몇 이사들이 모여 날치기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붕괴되고 서민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지만 KBS는 이를 외면하고 정권 편을 들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 등 공영방송 책무는 뒷전으로 하면서 ‘수신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공허한 구호만 외친다”며 △폭력 진압 사태에 대한 엄중 사과 및 책임자 징계 △수신료 인상 원천 무효 후 재협상 등을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수신료 인상을 날치기 처리한 것도 모자라 이를 비판하는 국민과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폭력적으로 짓밟은 KBS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며 "오늘의 폭력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로 KBS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분노한 시민들은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며 "민주적인 절차 무시, 명분 없는 수신료 인상 추진에 이어 야만적인 행동과 폭력행사는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자극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KBS “시청자광장은 KBS 내부 공간…불법행동에는 엄정 대처할 것”

이에 KBS는 16일 저녁 입장을 내어 “시청자광장은 시청자를 위해 개방돼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KBS 본관 청사 내부”라며 “KBS가 아닌 어떤 기관이라도 외부 단체가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공적 시설인 청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용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KBS 안전관리요원들은 시청자광장 내 기자회견을 제지하고 청사 밖으로 유도하고자 했지만 참가자들이 이를 거부했고 이때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며 “KBS는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으나, 공공시설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