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요가학원>으로 인연을 맺은 두 여배우, 김혜나와 차수연이 대학로의 연극 무대에 섰다. 연극 <클로저>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배역을 연기한다. 같은 배역이라 할지라도, 이동하 배우의 표현을 빌면 한 배우는 따뜻한 색깔의 안나를 연기하는 반면에 다른 한 배우는 차가운 색깔의 안나를 연기하고 있다고 하니 정반대의 연기 색깔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클로저>에서 안나를 연기하는 김혜나를 17일 만났다.

“어릴 적부터 <클로저> 무대에 서고 싶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손병호 선생님과 김여진 씨가 <클로저>를 공연한 적이 있다. ‘이 작품 대박이다. 나중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연 보고 나서 계속 품고 있었다. 그러다가 악어컴퍼니 대표님으로부터 작품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안나건 앨리스건 너무 좋은 작품을 하게 되어 좋다.”

- 왜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무대에 오르고 싶었는가.

“어릴 적 무대에 올랐을 때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다. 이 기쁨은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에는 느낄 수가 없다. 친구들이 공연해서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저 무대에 서면 참으로 좋겠다’는 부러움이 자꾸 들었다. 연극을 해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영화와 스케줄이 겹쳤다.”

- 연출가의 디렉션을 받기 전 안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안나는 아픈 여자다. 겉으로 볼 때는 강해보이지만 여린 여성이 안나다. 도인이 된 느낌으로 자신만을 위해 사는 여자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 네 명 다 외로운 캐릭터지만 특히나 안나는 너무도 외로워서 혼자 있을 수 없는 여자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 안나는 사진작가다. 김혜나 씨도 사진에 관심이 많지 않은가.

“사진을 찍는 이의 입장을 처음에는 극에 대입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안나를 안나로만 보고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계속 연습하다가 사진 찍는 사람들이 피사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로 보는 게 더 편안하고, 피사체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는 점을 안나에게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후에는 사진 찍을 때의 제 모습을 안나에게 많이 입힌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관찰을 많이 한다. 눈과 얼굴, 행동을 보고, 대화를 많이 한 다음에 찰나를 찍는다. 4장에서 안나는 래리의 찰나를 찍는다. 래리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니까. 작품에는 템포가 있다. 템포를 사진 찍는 걸로 가져온다. 2장에서 댄의 사진을 찍을 때에도 사진을 찍는 템포를 많이 생각한다.”

- 자칫하면 안나는 남자의 유혹에 약한 수동적인 여성으로 보이기 쉽다.

“수동적인 여자로 보여도 상관없다. 이 남자도 좋고 저 남자도 좋은 흔들리는 여자다. 래리에게 ‘일도 쉬어, 나를 찾으려고’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 한 장면으로 안나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나를 흔들리는 여자로 보여야 <클로저>에서 두 남자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 안나와 김혜나 씨 성격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을까.

“안나와 저는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몸을 쓰면서 신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반면에 안나는 굉장히 차분하다. 안나를 연습하기 위해 연습실에서 두 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혼자 가만히 있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도 30분만 지나면 저도 모르게 말을 하고 싶어지더라. 안나를 연기하기 위해 차분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 안나에게 갑자기 다가오는 래리나 댄처럼 김혜나 씨가 마음 문을 열기도 전에 낯선 남자가 갑자기 대시하면.

“도망간다.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할 것도 같다.”

“안나의 전 남편이 증권사 직원이다. 하지만 안나는 사진작가다. 예술가다. 예술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남자에게 목이 마른 여자가 안나다. 사진 작업은 혼자 하는 작업이다. 외롭다. 누군가와 예술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댄에게 마음을 빼앗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

- 안나처럼 김혜나 씨도 사랑에는 수동적일까.

“어릴 적에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다 보니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웃음)”

- 개인적으로 매료된 장면이 있다면.

“4장의 수족관 장면이다. 래리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래리의 모습이 바보만큼이나 솔직하다.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그게 아니야’라고 할 때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어 안나에게 다가서는 래리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