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작년에 뮤지컬에 도전했다. 뮤지컬에 도전하려면 평소 노래에 관심이 있었어야 하는데.

“<요가학원>을 촬영하며 조은지와 친해졌다. 연극이 너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두세 번 정도 은지에게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차에 조은지에게 ‘괜찮은 배우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공연기획사의 제안이 들어온다. 즉시 조은지가 ‘혜나 언니가 공연하고 싶어 한다’고 기획사에 이야기를 했다.

뮤지컬인 줄 모르고 만났다. 뮤지컬은 이십 대에 <그리스>로 데뷔한지라 7-8년 동안 노래를 하지 않고 연기생활만 했다. 노래를 못한다고 했더니 혜나 씨에게 맞춰서 만들어주기로 했다고, 개의치 말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제가 소화해야 할 노래는 고음이라 힘들었다.

당시 뮤지컬로 얻은 수확이 있다면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과 거의 매일 연락하며 지낸다는 점이다. 작품을 재미있게 찍으면 당시 공연했던 배우와 작품 둘 다 남는다. 반면에 작품만 찍으면 작품만 남는다. 사람이 재산이다. 사람이 남는 게 좋다. 지금 <클로저>의 팀워크 역시 최강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 일 중심적이기보다는 관계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잘해야 관계가 유지된다. 일을 못 하면서 사람만 좋으면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한다. 촬영할 때에는 최선을 다하면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가는 게 중요하다.”

▲ 클로저의 김혜나&이윤지Ⓒ 악어컴퍼니
- 안나로 더블캐스팅인 차수연 씨와는 <요가학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영화를 찍은 후 <클로저>로 몇 년 만에 만났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클로저> 한다면서요? 저도 해요’라는 (차)수연의 전화였다. 정말로 반가웠다. 수연이 같은 경우에는 외모가 안나랑 잘 어울린다. 제가 수연이에게 ‘너는 내 분신이야’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수연이는 캐릭터에 딱딱 꽂히는 느낌이 나도록 연기할 줄 안다. 언젠가는 (이)동하가 ‘수연이 누나는 차가워서 깨뜨리고 싶고, 혜나 누나는 뜨거워서 태워버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수연이와 제 연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저와 수연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미친 듯이 웃은 적이 있다.”

- 이동하 배우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극 중 댄처럼 연하의 남성이 좋아한다고 혜나 씨에게 다가온다면.

“아직까지 연하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남자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분장실에서 오빠들이 연하남은 어떠냐고들 묻는데, 연하를 안 만난다고 하면 ‘일 년만 지나봐, 연하도 감사합니다’ 할 거라고 놀리기 일쑤다. 동갑까지는 만날 수 있겠지만 연하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만나지는 못하겠다.”

- 외모가 남달라서 학창 시절부터 남자들이 많이 따랐을 법하다.

“저보다 여동생이 남자가 줄을 섰다. 저보다 동생이 예쁘게 생겼다. 중고등학생 때에는 삐삐 아니면 집 전화이던 시대다. 남자로부터 열 통화가 걸려오면 저를 찾는 통화는 네 통화지만 동생을 찾는 통화가 여섯일 정도로 동생이 인기가 많았다.”

-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대본을 읽을 때 마음이 움직이면 선택한다. 작품이 좋으면 제가 연기할 캐릭터가 크건 작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캐릭터가 좋아도 작품을 선택한다. 한 번은 TV에서 농담으로 ‘돈 많이 주면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이모에게 ‘혜나야, 그런 말 하면 안 돼’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작품이든 연출이든 감독이든 셋 중 하나만 신뢰해도 작품을 선택한다.”

- ‘독립영화의 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정찬 오빠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허스>라는 작품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다. 당시 정찬 오빠가 심사위원이었다.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는 도중에 정찬 오빠가 ‘김혜나 씨는 독립영화의 여왕이신데...’라는 멘트를 한다. 당시 기자가 많았다. 정찬 오빠의 발언을 인터넷에 올리는 통에 졸지에 독립영화의 퀸이 되었다. 어디서든 여왕이 되면 좋잖은가.”

▲ 클로저 최수형&김혜나 Ⓒ 악어컴퍼니
- 여배우는 삼십 대가 되면 배역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이십 대건 삼십 대건 여배우는 배역에 있어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스펙트럼 안에서 잘 버텨야 한다. 삼십 대와 사십 대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배역의 옷을 입어야 한다. 이십 대에 이모나 고모 역할이 들어오면 했겠는가. 반대로 사십 대에 양 갈래 머리를 땋은 소녀 역할이 어울리겠는가.

맡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결국에는 연기를 많이 하지 못하고 배역에도 어울리지 못한다. 이제는 제 나이 대에 맞는 캐릭터를 잘 찾아가고자 노력한다. 이십 대에 비해 작은 역할을 맡더라도 잘 소화하면 된다. 자기 연기 컬러를 잘 찾아야 할 것 같다.”

- 영화 찍을 때에는 칼잠만 자다가 공연하면서 잠은 푹 잘 것 같다.

“영화 찍을 때보다 잠은 조금 더 잘 수 있다. 영화 찍을 때에는 침대보다 차 안에서 자야할 때가 많다. 반면에 체력 소모에 있어서는 연극이 영화 찍을 때보다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해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영화 찍을 때에는 운동을 안 해도 되지만 연극을 하면 두 시간 동안 무대에서 버텨야 하기에 운동은 필수다.”

- 김혜나 씨 팬들이 혜나 씨의 무대 연기에는 어떻게 호응하는가.

“팬 분들이 숨어 계시는 분들이 많다. 만나도 조용하게 사인을 받는 분들이 많다. 저랑 SNS로 소통하는 팬들은 무대 위 제 모습을 좋아하신다. 여성 팬이 많지 남자 팬이 없다. 남자 팬 분들, 일단 극장으로 오세요.(웃음)”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