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하러 안 와?"로 시작한 전화. 선배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YTN 상황을 찬찬히 설명했다. 이른 아침부터 임시 주주총회를 봉쇄하려는 YTN 조합원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용역 직원간의 몸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웅성대는 소리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챙겨 YTN으로 향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해는 이미 제법 뜨거웠고, YTN 앞을 지키고 있는 수십 명의 시민들은 뜨거운 해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YTN 힘내라" "구본홍은 물러가라"
임시 주주총회 시작 전부터 YTN 사옥 1층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주총이 열리는 5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막는 사측과 이에 항의하는 YTN 조합원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계속됐고, 이런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헉!'이라는 어벙한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버텨야 했다.
어렵사리 한 관문을 통과해 향한 주주총회 장소인 5층 회의실로 들어서자 검정색 양복을 맞춰 입은 4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인 이들을 향해 YTN조합원들은 "이게 언론사 주주총회 맞냐" "세상 어느 언론사가 주주총회에 용역 직원을 고용하냐"고 성토했다.
YTN조합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특보를 지닌 구본홍 사장 내정자를 반대하며 한 달 넘게 YTN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으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시민들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우려하며 YTN 앞으로 모여 함께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4일 YTN 집회에 참석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지발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구본홍 사장 문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본홍씨의 인격문제가 아니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무릎 꿇을 수는 있어도 물러날 수는 없다"
내부 구성원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면서까지 사장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도, 그럼에도 꿋꿋하게 YTN 사장 자리에 오고 싶은건지, 그토록 이 자리가 탐나는 건지 구본홍씨에게 진지하게 묻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