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이동통신사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문’이다. 하지만 ‘현답’이 가능한 질문이기도 하다. 가장 절대적인 기준은 ‘가격’이다. 우선 싸야 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핸드폰의 가격은 2가지로 규정된다. 보통 할부로 지불하는 기계 값과 매월 약정 요금이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가계 통신비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통계와 ‘다른 국가보다 저렴하다’는 수치가 동시에 ‘사실’로 유통되고 있다. <미디어시민모임>의 조사에 따르면 한 가구당 월 평균 이통요금 지출은 17만 2천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소득의 약 6% 수준인데, OECD가입국의 통신비 지출 평균이 소득 대비 2.7%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 아니라 OECD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의 통신비 지출은 90년대부터 줄곳 1~3위의 상위권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통 3사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데이터 사용량과 제공 받는 서비스 수준’을 감안하면 실제 통신비는 OECD가입국 중 중위권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비에 포함된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고, 한국인의 월 데이터 사용량이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논거이다. 하지만 이는 방어 논리에 가깝다. 통신비 지출의 절대 값이 크다는 건 인정하는 것이고, 이 절대 값을 구성하는 상대성을 근거로 ‘제일 비싼 건 아니다’고 말하고 있는 수준이다.

▲ SK텔레콤은 지난달 26일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시작을 알렸다. 이에 질세라 LG유플러스 역시 '7월 중 LTE-A 상용화 계획'과 LTE-A에 맞춰 세계최초로 3G 전환없는 100% LTE-A 단말기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LTE-A를 실현할 수 없는 KT는 '2배 혜택' 캠페인과 홍보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심심치 않게 삼성의 핸드폰 출시 가격이 국내와 해외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단 보도가 나오곤 한다. 물론, 삼성의 압도적 영향력으로 인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을 기준으로 핸드폰 제조사들은 고가격 출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높은 가격을 매겨두어야 각종 ‘프로모션’과 연계 할인 이벤트를 통해 가격을 후려치더라도 ‘단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에서 소비자 역시 ‘종속적 노예’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출고가가 100만원에 달하지만 수 십 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단 ‘감언이설’에 속아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의 ‘약정 계약’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월에 얼마가 지출되는가를 따져보는 것인데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므로 이는 자주 간과된다. 대리점들 역시 월단위로 몇 만원만 더 내면 사실상 기계는 공짜로 가져가는 것이란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긴다.

▲ 7월 현재까지 출시된 단말가운데 유일하게 LTE-A를 지원하는 갤럭시 S4 LTE-A
이 과정이 맞물리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면서도 핸드폰을 가장 자주 바꾸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 고가의 출고가 전략과 이를 위장하는 보조금 제도 그리고 약정 요금제가 이중, 삼중으로 핸드폰 값을 옭아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무자비하다고 할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린다. 스마트폰의 일반화 이후 가장 유효한 ‘미끼’는 바로 속도이다.

이통 3사가 ‘주파수’를 놓고 벌이는 일대 ‘격전’의 배경도 그러하고 당장에 SK텔레콤을 필두로 벌어지고 있는 ‘LTE-A’ 혈전 역시 ‘속도’를 미끼로 던지고 소비자들을 낚아 보려는 ‘향연’이다. SK텔레콤은 ‘LTE 두배의 속도’,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받는데 1초’라는 자극적 홍보 문구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용 가능 지역이 제한적이며 통신사들이 홍보하는 속도의 최대치 역시 아직 구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실정이다. SK텔레콤 역시 ‘트래픽 분산’용으로 LTE-A가 효과적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고, 서비스가 뒤쳐진 LG유플러스와 KT역시 LTE-A를 곧 시작하더라도 속도 증진보다는 트래픽 분산을 주요한 용도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LTE-A를 쓰기 위한 비용이다. SK텔레콤은 요금 인상 없이 기존 LTE요금제로 LTE-A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LTE-A 전용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세계 첫 LTE-A 스마트폰 갤럭시 S4 LTE-A의 출고가는 거의 같은 사양의 갤럭시S4보다 5만 5천원이 높은 95만 4800원으로 결정됐다. LTE-A를 최적화해서 쓰기 위해선 최소한 ‘LTE 무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단 점을 감안하면 75요금제를 써야하니 보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최소 월 10만원 가량의 통신비를 지출해야 한단 계산이 나온다.

이통 3사의 보조금 경쟁은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가 체감적으로 조금 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요금제 역시 ‘담합’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가격이 일률적으로 맞춰져 있다. 이런 ‘카르텔’위에서 소비자들은 ‘마케팅’에 의존해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반의 권리밖에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자꾸 ‘속도’가 더해지며 마케팅 전쟁은 치열해지고, 주파수 할당 경매의 설계 방식은 이통사가 ‘원가’라고 주장할 가격은 또 천정부지로 올라갈 모양새다.

LTE요금제를 쓰면서도 3G가 잡히고, LTE-A요금제를 쓰더라도 LTE가 잡힐 지역이 훨씬 많은 '상대적' 현실에서 최고가의 요금제를 쓰며, 최고가의 휴대폰을 쓰는 '절대적' 비용을 당연시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뭔가 단단히 꼬인 것은 분명한데 워낙 오래 ‘노예’였다보니 이제 문제점이 잘 인식도 안 될 지경이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말 가운데 ‘호갱님’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동통신과 관련해선 이미 전 국민이 호갱님화 된지 오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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