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강북기술센터에서 설치기사로 일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지난 24일 ‘4월 급여명세서’를 받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세서에 15만9820원이 찍혀있었기 때문.

최 씨는 “처음 급여로 15만9천원이 입금됐다는 문자를 받고 ‘혹시 0이 하나 덜 붙어서 나온 게 아닌가’ 싶어 확인 차 전화를 걸었다”며 “담당하시는 분도 전화를 받자마나 ‘월급 때문에 전화한 것이냐’고 하더니 차감 내역을 줄줄이 설명해 주더라. 답답한 마음에 지부장에게 명세서 등을 카톡으로 보내는데 눈물이 났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 씨는 “한 달 뼈 빠지게 일하고 받은 돈이 고작 15만원”이라며 “이 금액으로는 한 달 밥 먹을 돈도 안 된다. 핸드폰은 이미 끊겼고 집세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4월,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냐’는 물음에 최 씨는 “그런 일 절대 없었다. 일만 했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설치기사들의 근무여건의 열악함은 이미 알려진바 있다. 티브로드 설치기사들처럼 하루 평균 연장근로 2시간, 토요일 근무에 일요일 역시 월 1.7회(주 60시간 이상 근무) 근무하고 있다.(관련기사, "우리는 왜 티브로드 직원이 아닌가요") 최 씨 역시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급여를 15만9820원을 수령한 것이다.

최 씨의 ‘4원 급여명세서’를 살펴봤다. <지급내역>에는 기본급으로 160만원과 휴일근무수당 3만원이 찍혀 있다. 그리고 <공제내역>에 147만180원이 포함돼 있었다.

▲ 티브로드 설치기사 최 아무개 씨의 '4월 급여 명세서'

<공제내역>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 ‘주민세’, ‘고용보험’ 등 기본적으로 빠져나가는 것 이외에 ‘영업비환수’ 37만원, ‘2월 미회수’ 46만6120원, ‘1Q실사’ 17만920원, ‘유류대초과분’ 4만1000원, ‘가불금’ 20만원이 차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감된 내역에 대한 최 씨의 설명은 열악한 케이블 설치기사들의 노동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최 씨는 ‘영업비환수’ 37만원 차감에 대해 “영업을 했다가 고객이 6개월 이내에 해지를 하게 되면 설치기사들의 월급에서 패널티를 먹여 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미회수’에 대해서도 “해지하는 고객의 경우, 연락이 안 돼 장치회수를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런데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연락이 닿으면 그에 대한 패널티를 또 기사들에게 먹인다”고 말했다.

‘1Q실사’에 대해 최 씨는 “센터에서 분기별로 전산상 등록돼 있는 장비와 기사들이 실제 가지고 있는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며 “내역이 맞지 않으면 급여에서 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실사 당시 지각을 했었다”면서 “그날 까인 급여가 90만원이었다. 그래서 ‘가불금’이라는 조항으로 분할 차감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제는 차후에 장비를 회수하더라도 차감됐던 급여가 환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류대초과분’에 대해서도 최 씨는 “회사에서 정한 가스 유류비 지원 금액이 약 10만원”이라며 “그것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차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북기술센터의 경우, 기사들 수가 부족해 개인 당 할당되는 일의 양이 많다. 그래서 지역을 많이 왔다 갔다 하게 돼 당연히 기름 값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 씨는 끝으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19세 때부터 이 업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같은 조건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월급이 400만원이 넘는다”면서 씁쓸함을 드러냈다.

“보복성 패널티로 급여 차감한 것…전면대응할 것”

민주노총 산하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는 이와 관련해 총괄팀장과의 관계성에 있어서의 ‘보복성 처우’라고 판단하고 있다.

▲ 5월 30일 오전 최 씨의 4월 급여가 15만9820원이 나온 것에 대해 항의하는 아침 선전전이 진행됐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제공)

이시우 지부장은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170~180만원(공제 후)”이라며 “그런데 최 씨의 경우, 아침 8시20분 출근해 저녁 7~8시까지 연장근로, 토·일 근무를 포함해 그것도 공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16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휴일근무수당’ 30000원에 대해서도 “원래 60000원이었는데 퇴근 지문을 찍지 않았다고 해서 차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브로드 지부는 최 씨에게 부과한 패널티의 경우, 티브로드 원청과 센터 간 하도급 계약상에도 배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시우 지부장은 “하도급 계약서를 보면, 기사들의 지표관리가 안됐을 때 갑(티브로드)는 을(센터)에게 패널티를 부가할 수 있지만 센터는 기사들에게 패널티를 적용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 씨에 대해 센터는 ‘너 때문에 지표관리가 안 돼 패널티를 맞았다. 이 돈을 센터가 물을 수 없다’며 부과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 씨는 최근 센터 총괄팀장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 팀장은 최 씨에게 “씨X”, “눈X 뒤집히게 하고 있어” 등의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시우 지부장은 “노조 측에서는 직원들에게 욕을 하는 팀장의 퇴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면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티브로드지부와 연대하고 있는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최 씨의 급여는 사실상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일 뿐 아니라, 티브로드 원청과 센터 계약상에도 패널티를 적용한 급여삭감은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급여는 노동자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16만원 지급은 상식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우리 사회 만연해 있는 갑질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웅 위원장은 “그나마 티브로드 노동조합이 생겨 이 문제가 드러난 것이지, 그 이전에도 비일비재했을 것”이라면서 “당과 지역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4월 급여’로 15만9820원을 받은 최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한 달 급여가 15만9820원을 받았다고 들었다.
“솔직히 맨 처음 명세서를 받고 문자로 15만9000원이 입금됐다고 들어왔을 때, 혹시 ‘0’이 하나 덜 붙어서 나왔나 해서 회사에 전화를 했다. 관리하시는 분이 알고 있었는지 ‘월급 때문에 전화했냐’고 하더니 맞다고 하더라. 전화를 끊고 답답한 마음에 지부장에게 카톡을 보내는데 눈물이 나더라. 강북기술센터는 기사가 모자라 일을 많이 한다. 한 달 뼈 빠지게 일하고 받는 돈이 15만원이라니. 이 돈으로는 한 달 밥값도 안 나온다. 핸드폰은 끊겼고 집세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 그러면 한 달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지부장에게 명세서를 보내드렸더니 안쓰럽게 생각하더라. 티브로드 자체에서 저 같은 놈이 처음인가 보다.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원 씩 거둬 주기로 했다. 일하다 보니 별 꼴을 다 당한다”

- ‘영업비환수’ 37만원, ‘2월 미회수’ 46만6120원, ‘1Q실사’ 17만920원, ‘유류대초과분’ 4만1000원이 차감됐는데….
“‘영업비환수’는 영업을 했다가 고객이 6개월 이내에 고객의 마음이 바뀌어 해지하게 되면 기사들에게 패널티를 매겨 차감하는 것이다. ‘2월 미회수’는 해지하는 고객의 경우, 연락이 안 되어 장비회수를 못한 것에 대해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했는데 닿으면 그 부분에 대해 기사들에게 패널티를 먹이고 있는 것이고, ‘1Q실사’는 분기별로 전산상에 등록돼 있는 장비와 실제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비교해 차감하는 것이다. 또한 ‘유류대초과분’은 사무실에서 정한 가스 유류비 지원 금액이 10만원 정도인데, 이를 오바했을 때 차감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류비는 당연히 오바할 수밖에 없다. 기사 수가 모자라 일의 양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면 차량을 가지고 많이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업고 그러면 당연히 기름값은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

- 항의는 안해봤나?
“계속하고 있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 가불금 20만원은?
“그것도 일이 있었다. 지각을 해서 지난 실사를 못 받았다. 당시 받은 패널티가 90만원이었는데 이를 분할해 차감하고 있는 것이다”

- 장비의 경우 차후에 회수하게 되면 차감됐던 금액이 다시 환수되는 거 아닌가?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 회수하지 못했던 장비를 나중에 회수해 회사에 반납하면 급여에서 차감됐던 금액을 다시 환수해야하는데 그런 적은 없었다. 더 황당한 일도 있다. 장비를 회사 창고에 반납을 하고, 그것에 대한 이력을 남겼다고 치다. 그런데 창고에서 해당 장비가 없어지게 되면 그에 대한 패널티도 기사들이 받고 있다”

- 팀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고 해서 음성녹취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
“제 소속 팀장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자기를 보고 가라고 했는데, 당시 저에게 9시에 할당된 일이 있어서 바로 현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왜 자기를 안보고 갔느냐고 일하는 곳까지 쫓아왔고, 오면서부터 욕을 하기 시작했다”

- 원청은 센터에 패널티를 부가할 수 있지만 기사에게는 그를 적용시킬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패널티를 먹이면 안된다는 것에 대해 저도 몰랐는데 지회장에게 들었다. 타 센터에 있는 티브로드 기사들이 나의 상황을 듣고는 ‘강북센터 미친 거 아니냐'고 묻더라. 센터마다 운영지침이 다르긴 하지만 이런 곳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케이블 업계에서 일한 지 7~8년 됐고, 티브로드 강북기술센터에서는 1년 반 됐는데 이상하긴 하다. 패널티를 먹이려면 최소한 설치 및 A/S 건수에 대한 수수료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것 없이 기본급에서 패널티에 대해 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유독 티브로드의 설치기사 분들의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9세 때부터 이 업계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같은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월급이 400만원이 넘는다. 기본급은 150만원이지만 수당이 2~300만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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