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탐정 또는 탐정업의 인기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아직 법적으로 정식 인허가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탐정 사무실과 탐정 지망생들은 계속 늘고 있다. 탐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탐정협회만도 수십 군데가 넘는다. 너무 많아 어느 협회가 제대로 운영되는 곳인지 찾기도 힘들다. 이런저런 탐정협회에서 발급한 민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만 해도 2022년 현재 1만 3205명에 이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사실은, 아직 크게  성공한 탐정 기업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도 분명치 않은 상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나아지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탐정업이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제40조 5항 개정과 관련이 있다.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라 영리 목적에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위 조항 개정 이전에 전직 경찰관이 신용정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탐정 명칭 사용 제한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받는다고 헌법 소원을 냈지만, 최종 기각되었다. 기각의 주요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탐정 명칭은 법적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오인될 수 있어, 특정인 사생활 개인정보 조사 의뢰 및 개인정보 제공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물론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법적으로 사건이나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탐정의 인기가 좋아진 이유 또는 앞으로 어느 정도 긍정적 전망이 가능한 주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이버 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이 펴낸 ‘사이버범죄 트렌드(2023)’를 보면 사이버 범죄는 2018년 149,604건에서 2022년 230,356건으로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국내 총 범죄 발생 건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사이버 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증가율뿐 아니라 범죄의 내용도 더 교묘해지고 있고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이버 범죄의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는 사이버 범죄의 고유한 특성에 기인한다. 우선 사이버 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리 범죄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특징은 비대면성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무방비한 상태에서 치명적 공격을 받는다. 세 번째 특징은 빠른 전파성이다. 특히 성적 착취물의 경우 일단 해킹당하면 피해자가 적절한 조처를 하기 전에 이미 여러 곳에서 공유된다. 해킹, 피싱, 디도스. 스팸, 악성 프로그램 설치 등 원격으로 침입하여 내부 자료를 유출하거나 시스템을 다운시켜 데이터를 찾을 수 없게 하는 사이버 범죄자를 찾아 처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판단이 쉽지 않다. 범죄인지 또는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지 알기 쉽지 않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에도 누구로부터 받은 공격인지 알기 쉽지 않고 피해 규모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범인과 피해 정도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범죄 신고도 하기 어렵다. 어렵게 신고가 된다 하더라도 본격적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이버 범죄의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인 해당성, 위법성, 유책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나 사건은 발생했거나 발생한 것 같은데 수사의뢰에 필요한 적절한 형식을 갖추기 힘들어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탐정과 탐정업이 디지털 시대에 유망한 직업이 될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사이버 범죄가 발생하면 우선 해당 컴퓨터나 모바일 폰 등을 조사한다. 일종의 사건 현장 조사와 같은 일이지만,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일반 범죄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현장의 CCTV 조회·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경찰관이 입회해야만 가능하다. 결국 범죄를 신고해야 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사이버 범죄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탐정이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 실제 병원 컴퓨터 시스템이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환자들의 치료 정보와 백신 접종에 필요한 데이터가 몽땅 날아가서 탐정을 통해 해결한 사례가 있었다. 

사이버 범죄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사회적 범죄이지만 개인이나 중소기업, 작은 단체 등에서 그 피해를 예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이버 범죄는 로컬 차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디지털 탐정은 이런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이버 범죄 발생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추가 범죄 예방 또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 기초 조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해 효율적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런 공조체제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탐정 관련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통과 못된 탐정 관련 법이 새로 개원되는 국회에서는 꼭 제정되길 바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