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행정안전부가 3.1절 기념 홍보물에 ‘하얼빈 임시정부’ ‘훈민정음 서문 이미지’를 게재해 역사왜곡 비판이 쏟아졌다. 행안부는 ‘단순 실수’라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으나 '유독 윤석열 정부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반복된다'는 언론의 지적이 이어진다. 

행안부는 지난달 29일 공식 SNS에 “3.1절을 맞아 뜻깊은 명소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재했다. 행안부는 포스터에서 3.1운동에 대해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아라고 적었으며 배경 이미지로 훈민정음 서문 글귀를 넣었다.

행정안전부가 게시했다가 삭제한 3·1절 카드뉴스
행정안전부가 게시했다가 삭제한 3·1절 카드뉴스

해당 포스터를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참여정부 행안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주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장소인데, 거기 무슨 임시정부가 있었나”라며 “말도 안 되는 사실 왜곡 이미지를 행안부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경덕 서경대 교수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운동이 기폭제가 돼 그해 4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것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역사적 팩트를 간과하고, 정부기관의 공식 SNS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행안부가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역사적 오류를 확인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사과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4일 사설 <이번엔 ‘하얼빈 임시정부’, 정부 또 실수로 넘길 건가>에서 “초등학교부터 배우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같은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부터 오류를 범한 것은 상식 밖이고 충격적이다. 행안부는 ‘실수’라고 했지만, 국방부가 ‘독도 분쟁 지역’이라고 말해 소란이 일어난 게 얼마나 됐다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실수도 반복되면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하얼빈 임시정부’ 오류는 지난해 12월 국방부의 ‘독도 분쟁 지역’ 언급 때 언론·시민사회가 제기한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당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했던 대통령실은 이번엔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근본적으로 북한을 ‘주적’ 삼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가 이런 오류·혼선의 원인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당장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의 미래 협력을 강조할 뿐 과거사 책임은 묻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선 넘은 역사·이념 전쟁을 성찰하고, 오류를 문책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사설 <3·1운동 역사도 왜곡한 행안부, 실수라며 넘어갈 일인가>에서 “독립운동사를 뒤죽박죽 왜곡한 셈”이라며 “누구보다 3·1운동의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행안부가 공식 계정에 잘못된 사실을 실은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석고대죄해야 할 판에 책임을 회피하는 건 더 황당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문제의 게시물이 나가게 된 경위를 소상히 조사해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유독 윤석열 정부 들어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과 '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우려된다”며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를 의심받기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대로,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순 없으며 그러기 위해선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한 3.1절 기념식 배경 길귀를 두고도 ‘자위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뒷배경에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자위대’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부로 저런 것 아니냐” “의도했든 안 했든 저런 것 하나 검수를 못하나”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일본 언론도 해당 논란을 전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일 기사 <'한국 대통령, 연설 뒤에 '자위대'? 독립운동 기념식에서 논란'>에서 “윤씨(윤대통령) 뒤에 비친 캐치프레이즈가 한국 인터넷(상)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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