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심리치유 다큐 ‘너를 만났다’, 시즌4의 차별화 포인트는?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매 시즌 감동을 선사해 온 MBC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방송 다시보기)가 지난 11일 설 특집으로 방송되었다. <너를 만났다> 시즌 4는 2020년 중학생이었던 아들 서준이를 급성 뇌출혈로 하루아침에 떠나보낸 부부가 VR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아들과 재회하는 모습을 담았다.

<너를 만났다> 시즌 4는 이전 시즌과 두 가지가 달랐다. 먼저 서준이가 떠난 해인 열세 살의 모습이 아닌, 시간이 흘러 성장했을 열여섯의 서준이를 구현했다. 또한 양방향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 21일 서울 상암 MBC에서 <너를 만났다> 시즌 4를 연출한 김호성 PD를 만나 다큐 제작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먼저 방송 끝낸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큐 제작 시작부터 따지면 한 10개월 정도 되는데요. 프로그램 내용 자체가 무겁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많아 마음고생도 심했어요. 계속 마음 졸이면서 방송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 내보낸 뒤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끝났다는 안도감과 시원함이 있었으나 아직은 매일 계속 편집하는 꿈을 꿔요. 지금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기는 한데 그래도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는 점에 감사하죠.”

<너를 만났다> 제작 관련해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어땠나요?

“<심야괴담회> 끝날 때와 맞물려서 국장이 바뀌고, 인사이동이 난 상황에서 제가 다큐멘터리 부서로 넘어왔거든요. <너를 만났다> 시즌 4를 준비하는데 선배들이 ‘(네가) 한번 맡아서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근데 사실 처음에는 거절했었어요.”

왜요?

“저도 <너를 만났다> 시즌 1, 2, 3을 다 봤는데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제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처음에는 못 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거듭 제안하셨고, 제가 휴먼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기도 했고 또 VR이라는 신기술이 들어가는 부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하겠다고 했죠.”

〈너를 만났다〉 시즌 4 연출한 김호성 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너를 만났다〉 시즌 4 연출한 김호성 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이전 시즌들은 어떻게 봤어요?

“시즌 1은 사실 저희 와이프가 예고편을 보고 감동하였다면서 추천했어요. (김)종우 선배가 하는 걸 알았지만 예고까지 챙겨보지 못했는데 와이프가 보여줘서 봤더니 너무 슬픈 거예요. 근데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오히려 본편에서는 몰입해서 보기가 힘들었어요. 왜냐면 이 부분이 <너를 만났다>의 한계점일 수도 있는데, 너무 슬프거든요.

시즌 2는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이야기였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볼 수 있겠더라고요. 시즌 3은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였죠. 역시 누구나 부모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라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시즌 4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뭐든 변화를 줘보자는 점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나 아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건가요?

“그런 이유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3년 지난 시점의 아이 모습을 보여주자고 기획한 건 아니었어요. 시즌1의 나연이 어머니도 아마 그런 얘기를 하셨을 거예요. 저희와 인터뷰 때 서준이 어머니께서 3년이 지났는데 지금 서준이의 모습은 어떨까라고 상상한다며, 서준이가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얘기들을 여러 번 하셨어요.

떠났을 당시의 서준이를 만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희는 치유에 중점 두고 <너를 만났다>를 제작하고 있었거든요. 서준이가 물론 세상을 떠났지만 ‘다른’ 세상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심리적 치유, 안정이 될 수 있게끔 하자는 측면에서 제작 중반쯤에 3년 후의 서준이 모습을 구현해 보기로 바꾼 거예요.”

처음엔 이전 시즌과 차별화는 어떤 점으로 생각하셨나요?

“VR 실시간 대화입니다. 근데 이게 엄청난 기술력이 들어간 건 아니에요. 기존 1, 2, 3 시즌에서는 베이크 형식이라고 해서 모든 걸 미리 제작했던 거예요. 그래서 아이가 ‘엄마 안녕’이라고 할 때 저쪽에서 ‘아프지 않아?’라고 반응이 왔어요. 녹화가 돼 있으니까, 상황과 다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차별화를 실시간 대응으로 했어요.”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아빠가 말하니 서준이가 받아주더라고요.

“대화를 AI로 해서 바로 반응하는 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어요. 우선 저희 프로그램이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고 했잖아요. 시즌 1, 2, 3 때는 베이크 형식이기 때문에 서로 주고받는 대사들을 미리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보면, 실시간 대화에서는 어떤 말이 나올지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심리 전문가분들도 두 분 모셨어요. 화면엔 보이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애도 과정에 관한 이야기로 또 다른 교수님이 계셨어요. 몇 달 전부터 같이 참여하셨었고 그분들이 실제로 심리 검사와 상담을 진행하셨었어요. 그래서 대사를 같이 만들어 주셨던 건데 문제는 어떻게 서로 주고받고 왔느냐죠.

처음에 저희가 생각했던 건 심리 전문가들이나 우리가 진행했던 여러 가지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반응을 보이게끔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기술적으로 힘들고 딜레이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섀도 액터인 박윤환 배우라고 있어요. 버추얼 스튜디오가 부모들이 계시는 체험 공간인데, 모든 것이 똑같은 세트를 바로 옆에 두었어요. 시즌 1, 2, 3에서 모션 캡처하기 위한 센서들을 다 달잖아요. 그 센서들을 다 옆 세트에 설치한 거예요.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게요. 여기에 섀도 액터가 한 서너 달 전부터 초점을 맞췄을 거예요.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본적인 대사, 심리 전문가들과 얘기했던 대사들을 숙지하고 있었죠. 급할 때는 심리 전문가들이 앞에 있으니, 모니터링을 통해 바로바로 ‘어떻게 반응해’라고 전달해 사람의 반응에 따라서 서준이 반응이 구현됐던 거죠.”

공모 거쳐 사례자를 선정했나요?

“<너를 만났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홈페이지에 누구를 보고 싶다는 사연이 게시판에 계속 올라와요. 더불어 이번에 제작 지원에 나섰던 교보생명에서 공모를 했어요. 그런 내용을 다 취합해서 검토한 후 그중에 서준이 부모님을 출연자로 모시게 된 거죠.”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이전 시즌에선 엄마만 만났는데 이번에는 아빠도 만났어요.

“애초 기획 당시에는 엄마만이었어요. 근데 저희가 심리 상담을 진행하다 아빠도 심리 상담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빠와 얘기를 해봤는데, 두 사람의 지금 상황이 전혀 달랐어요. 자식이 아프든, 세상을 떠나든 엄마들은 대부분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은 그 부분이 큰 것 같더라고요. 반면 아빠는 가족을 지켜야 하잖아요. 엄마가 몇 년 동안 슬퍼하셨대요. 근데 그때 (아빠는) 가족을 지켜야 한단 생각에 자신의 슬픔에 대한 표현을 많이 안 하시는 거예요. 그런 모습이 보였어요.

슬프면 슬프다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애도 과정인데, 이런 측면에서 아빠는 약간 떨어져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갖고 있는 슬픔이 있겠으나, 아빠도 치유라는 측면에서는 서준이를 한번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강에서 만났을 때 서준이가 아빠에게 ‘웃고 싶을 때는 웃고 울고 싶을 때 울고’란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은 심리 전문가들과 인터뷰했을 때 아빠가 슬프다는 얘기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셨던 부분에 착안했어요. 그렇게 엄마 아빠가 따로따로 서준이를 만난 거죠.”

처음 서준이 가족을 만날 때 어땠나요?

“이분들이 우려했던 바도 있어요. 뭐냐면 본인들의 삶 속에서 너무 소중한 첫째 아들이 떠났지만 계속 슬프게만 지내는 건 자신들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이분들은 슬픔을 이겨내려고 달리기도 하시고 자전거도 타시고 많은 것들을 하는 집이었거든요. 보통 우리는 ‘이 사람들은 슬프고 힘들 것 같은데’란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그런 모습은 아니었어요. 세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서 정말 노력하는, 평범한 부모의 모습이었어요.”

서준이는 어떤 아이였다고 하나요?

“제가 자료화면에도 넣었는데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던 친구였고, 우리가 소위 말하는 엄친아처럼 얼굴도 잘생겼죠. 되게 조용조용한 친구인 줄 알았지만, 서준이가 떠나고 나서 부모님도 알게 됐는데 굉장히 끼가 많았대요. 유튜브도 혼자 촬영하고 춤도 추고 밝은 아이였어요. 그리고 첫째여서 의젓하고 동생들을 잘 챙겼다고 해요.”

서준이가 사망할 당시 얘기를 꺼내는 게 어려웠을 듯해요.

“누군가의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물어보는 일 자체가 정말 조심스럽잖아요. 그러나 저희는 물어봐야죠. 바로는 못 여쭤봤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쭤봤죠.”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부모님 이야기 들을 때 제작진도 감정 컨트롤이 힘겨웠을 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 조연출, 카메라맨, 다른 PD들 다 울죠. 저도 오랫동안 방송장이로 일해 왔지만 사실 눈물이 나오기는 해요. 그렇지만 최대한 몰입을 안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면서 인터뷰해요. 그러고 나서 테이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이해하려고 하는 거죠. 현장에서 모든 걸 이해하는 순간 다 무너져 버려요. 질문하는 사람이, PD가 그런 모습들을 계속 보이면 부모님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눈물 안 보이려고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진행했었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부모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겨웠을 것 같아요.

“맞아요. 방송에 나왔지만, 하루 전날 자전거를 탔고 다음 날 갑자기 쓰러진 거잖아요. 그것도 집에서 걸어오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응급차에 실려 가서 다음 날 세상을 떠난 건데 또 그때가 코로나 때였어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텐데 병원 출입제한이 있던 때라 어머님이 그때 들어가게 해달라고 굉장히 애원했었대요.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했던 게 너무 가슴속에 남아있던 거예요. 상상도 못 한 일이 하루이틀 만에 벌어진 거잖아요. 그래서 더 힘드셨던 것 같아요.”

VR에서 서준이 만나기 전에 영상을 보게 구성했는데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프롤로그 보면 테이프를 찾잖아요. 이분들이 캠코더로 찍어온 분들이라 캠코더 테이프가 열몇 개 나왔어요. 근데 오래전부터 서준이 영상을 안 보신 거예요. 이런 거죠. 방에 있는 TV에서 서준이를 비롯한 가족사진들이 랜덤으로 나오는데 서준이가 모습이 나오면 우신대요. 거기에다가 이 테이프가 파일 형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6밀리 테이프였는데, 저희가 이 테이프들을 안 보여드리고 다 갖고 와서 파일화 했어요. 나중에 VR 끝나고 나서는 드리긴 했어요.

저희는 그걸 ‘기억의 길’이라고 했거든요. 이 기억의 길 통해서 다시 한번 서준이를 보는 게 치유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서준이를 대면하기 전에 먼저 보게끔 했고요. 또 하나는 3년 후의 서준이 모습이 어떻게 보면 너무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잖아요. 기억의 길 통해서 태어났을 때부터 점점 커가는 서준이를 보고 나면 마지막에 3년이 지난 서준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MBC 설특집 VR 심리치유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4 ‘열셋, 열여섯’ 편

어디서 만나게 할지, 장소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시즌 1, 2 때는 집에서, 시즌 3 때는 어머니 집 앞 꽃밭에서 만났어요. 이번에는 집이 아니라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만나 이야기하면서 치유 과정을 거쳐보자고 했죠. 서준이가 바다를 좋아해서 실제로 바다 여행을 많이 갔고, 조개 모으는 것도 되게 좋아했대요. 그래서 어머니와는 바다에서 만났죠. 그리고 아버님이랑은 한강에서 자전거 많이 탔었고, 서준이가 떠나기 직전까지도 같이 탔잖아요. 그래서 각자 독립된 다른 공간에서 만나게 한 거예요.”

VR 녹화할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부모가 떠나보낸 아이를 만나는 내용이라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도 다 경건해져서 많이들 울었죠. 아버님이 계속 슬픔을 참잖아요. 오디오로 가까이 들으니 현장에서 그 부분에 많이들 많이 우셨어요. 참으려고 노력하고 아이와 뭔가 계속하려는 아빠의 모습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하고 슬퍼했던 것 같아요. 어머님이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 아버님 봤거든요. 거기 있는 제작진은 둘 다 봤을 거 아니에요. 두 번째 보니까 했던 것들을 다시 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울었어요.”

제작하며 느낀 게 있다면?

“VR 다큐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을 모두 다 헤아릴 수 없잖아요. 이 부분이 정말 어렵고 조심스럽더라고요. 떠나보낸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VR 다큐 제작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고요. 또 하나는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텐데 저 역시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어요. 저도 아이가 있고 또 부모가 있는데 볼 수 있고 안을 수 있어서 그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제작하면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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