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총선 영향’을 이유로 4월 방송이 불투명했던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경영진은 제작 중단의 책임을 '출연진'에게 돌렸다고 한다.

KBS 구성원들은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KBS를 수렁에 빠트리려는 이제원 제작1본부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미지 출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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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이제원 본부장과 시사교양국장 등은 이날 세월호 10주기 <다큐인사이트> 4월 18일 방송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사측이 4월 방영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출연자들이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으면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담당 PD는 부장에게 ‘4월 방송 제작 자체를 그만하라는 게 회사의 지시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KBS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방영 예정이던 다큐가 결국 총선 영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측 논리에 의해 결국 좌초됐다”며 “2024년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당당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특히 출연진이 참여를 거부해서 제작을 못하겠다는 식으로 제작 무산의 책임을 출연진에게 전가하는 이제원 본부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금치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이번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제작 무산 사태로 KBS는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나팔수 방송으로 되돌아가는 역사적 퇴행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추락하는 공영방송의 추락은 이번 사태로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관련 숱한 오보와 세월호 희생자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교하면 많지 않다는 보도국장의 망언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다”면서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로 공영방송 KBS가 국민의 곁에서 멀어지거나 역사적 퇴행을 맞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KBS를 다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만드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BS본부는 “낙하산 박 사장은 이제라도 제작 무산 결정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면서 “나아가 KBS를 수렁에 빠트리려는 이제원 본부장을 즉각 해임하라. 만약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10주기 다큐가 제작 무산된다면, KBS본부는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모든 시민들과 연대해 낙하산 박 사장과 경영진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KBS 이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류일형 이사는 이사회에서 “<다큐인사이트>의 연기 또는 불방 사태로 인해 사내가 시끄럽다”면서 “이미 기획이 됐고, 제작도 들어간 상황인데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18일 방영 예정인데 총선과 무슨 연관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류 이사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런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KBS 이사로서 부끄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큐인사이트>는 오는 4월 18일 세월호 10주기 다큐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월호 주제를 너무 많이 다뤘다’ 등의 이유로 해당 방송을 6월 이후로 미루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4·16연대, 4·16재단,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저녁 7시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 촉구>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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