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춘효 칼럼] 두 명의 야당 대표가 괴한의 피격을 당했다. 박근혜는 2006년 서울에서, 이재명은 2024년 부산에서 자상을 입었다. 언론은 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이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담론을 만들면서 사회적 의미를 만들었을까? 같은 뉴스 프레임을 사용했을까? 아니면 정반대일까?

프레임(frame)이론은 미디어가 어떻게 사회적 현실을 구성하는가를 설명하는 사회과학 이론이다. 1970년 초부터 사회학에서 연구가 시작됐고, 정치학, 그리고 저널리즘 분야까지 확대됐다. 뉴스 프레임 이론은 언론이 어떻게 쟁점(사건)을 구성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만드는가를 다층적으로 설명한다. 뉴스 분석을 통해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기틀린(Gitlin)이나 슈펠레(Scheufele) 등 미디어 학자들은 뉴스는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쟁점 또는 부분을 ‘선택’해서 ‘현저성’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뉴스란 기자와 언론사의 ‘강조(포함)’, 또는 ‘배제’ 필터를 통과한 텍스트와 시각적 이미지들로 구성된 사회적 의미라고 규정했다. 즉, 뉴스 프레임 이론은 언론이 의미를 만드는 방식은 ‘강조’와 ‘배제’를 통해서라고 설명한다. 강조는 사건 구성과 담론 형성 과정에서 ‘포함’ 또는 ‘반복’을, 배제는 ‘생략’하거나 ‘축소’를 통해서 의미를 만들어 낸다. 언론보도 비교·대조를 통해 강조와 배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희정과 김정기(2016)는 국내 뉴스 프레임 연구논문 117개에 대한 질적 메타 분석을 통해 국내 뉴스 프레임 연구에 활용되는 4가지(기능적/상황/관점/전달방식) 경향성을 분류했다. 첫 번째는 기능적 차원으로, 이슈의 정의-원인-결과-대책 제시란 순서로 전개되는 뉴스 프레밍 방식이다. 두 번째는 이슈의 특정한 ‘상태’나 ‘상황’을 묘사하는 갈등과 위기 프레임이다. 세 번째는 특정 관점이나 시각에 초점을 맞춘 분석으로 뉴스 행위자의 인간적 흥미(특징), 도덕성 그리고 책임 프레임 등이다. 마지막은 전달 방식 프레임으로 정보 단순 전달 방식과 의혹/고발 뉴스 프레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자료 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앙지와 부산·경남 지방지의 피격 뉴스 

이들 서구·국내 학자들의 뉴스 프레임 이론과 분석 틀을 차용해 박근혜, 이재명 야당 대표 피습 사건 뉴스 프레임을 분석해보겠다. 선택 언론사는 중앙지 3개사(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부산·경남지역 3개사(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도민일보) 등 6개 언론사다. 분석 시기는 박근혜 보도는 200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이고 이재명 보도는 2024년 1월 2일부터 10일까지다. 언론재단의 빅카이즈와 언론사 홈페이지, 국회도서관의 신문 DB를 통해 기사를 취합했다. 

이재명 피습 기사 건수가 박근혜보다 많았다. 중앙지 이재명 피습 기사가 지방지보다 많았다. <중앙>이 가장 많은 237건이었고, <동아> 172건, <조선> 146건, <부산>142건, <국제> 20건, <경남도민> 14건이었다. 박근혜 기사도 <중앙>이 가장 많은 77건이었고 <동아> 60건, <부산> 59건, <국제> 55건, <조선> 45건, <경남도민> 19건이었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박근혜는 ‘테러’를, 이재명은 ‘피습’을 당했다로 정리된다. 사전적 의미로 테러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조직적, 집단적 폭력행위를 뜻한다. 피습은 습격(갑자기 상대편을 덮쳐 침) 받은 것을 의미한다. 양당 대표 피습 사건 보도의 개괄적인 특징은 박근혜는 이재명에 비해 3가지 측면, 즉 상처 부위, 범인, 수사당국 대처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이는 이재명 보도에서 3가지가 상대적으로 ‘축소’ 생략됐음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박근혜 보도는 이재명에 비해 ‘시각화’(그래픽, 사진, 상황일지, 의료설명)가 많았다는 점이다. 시각화 프레임은 사건의 복잡성을 단순화해 사건의 본질을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각화 보도 양상은 중앙지인 ‘조중동’이 지방3사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박 대표는 ‘정중동 박근혜’로, 이 대표는 ‘미동도 없는 이재명’으로 그려졌다. 상처와 경과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시각화 된 보도만 얼핏 본다면, 박근혜는 큰 상처를 있었지만 의지로 극복한 전사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은 크지 않은 상처를 입고 엄살을 피우는 환자로 각인될 수 있다.  

2006년 대전 찾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대전 찾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지도자', '이재명=희생자' 프레임 

중앙지인 ‘조중동’은 이재명 피습 사건을 증오 정치에 매도된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방지들은 다른 보도 특징을 보였다. 지방지 중에서 <부산>은 ‘조중동’과 동조화 현상을 보인 반면, <국제>와 <경남도민>은 달랐다. <국제>는 수사당국의 범인 신원 및 당적 미공개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고, <경남도민>은 지역차별적 논조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경남지역의 응급 의료시설 취약점을 지적하는 보도 프레임을 나타냈다.

박근혜 피습 사건 보도를 살펴보면, 중앙지인 ‘조중동’은 첫 지면 보도부터 정권의 무능과 수사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로 생명 위협을 느낀 ‘위기’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친절한 ‘의료진’의 도움으로 상처를 이겨내면서 "나는 괜찮다…당이 오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발언을 할 정도로 의연한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근혜는 국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으로 풀려난 보호관찰대상자에게 ‘테러’를 당한 ‘불쌍한 공주님’ 뉴스 프레임 속에 있었다. 이와 달리, 이재명은 디지털 미디어의 확증 편향 콘텐츠에 매몰된 은둔형 외톨이 훌리건에게 증오의 칼날을 맞아 쓰러진 ‘무기력한 희생자’였다. 또한 박근혜는 이재명과 달리 의료진들에게 ‘모범 환자’라고 칭찬을 받으면서 ‘병상 정치’와 ‘편지 유세’를 하는 ‘국가 지도자’로 보도되는 반면, 이재명은 ‘의식 있고 위급 상황이 아닌’ 데도 서울대 병원으로 간 ‘지역 차별-갈등 유발자’로 이슈 프레밍 됐다.

시각보도의 프레임도 박근혜는 ‘의연함’을 이재명은 ‘무기력함’이었다. 박근혜에 대해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는 모습 △병상에서 앉아서 웃으면서 의료진과 대화하는 사진 등을 사용했다. 이와 달리, 이재명에 대해 △하이 앵글의 피습 당해 누워 있는 사진 △헬기로 옮겨지는 침상 사진 등을 보도했다. 이 프레임은 박근혜를 테러에 굴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재명은 증오의 칼날을 맞은 ‘수동적인 희생자’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를 습격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부산=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를 습격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부산=연합뉴스)

박근혜 ‘있고’, 이재명 ‘없는’ 뉴스 프레임

동일한 야당 대표 피격 사건이지만 보도 프레임은 반대였다. 진보 성향 정권인 노무현 정권에서 발생한 박근혜 피습 사건 보도 프레임에는 △피의자의 신원 공개 및 여당과의 관계 △범인과 배후를 밝히라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 △피습관련 의문점: 갈수록 커지는 의혹들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비판 △우호적인 의료계 반응 △피습과 관련된 의료 정보 등의 보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피습 보도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었다. 뉴스 속의 이재명에게 ‘배제’의 프레임이 작동했다. 이재명 상처에 대한 수사당국의 정확한 언론 브리핑이 없었다. 경찰은 ‘이 대표 목 부위 1cm 열상(찢어진 상처)로 발표했지만, 민주당의 의료계 영입 인재는 언론 브리핑에서 ‘칼에 찔린’ 사건으로 정정했다. 또한 박근혜 피격 보도에서 나왔던 (범인의 이름, 월별 카드 지출액, 휴대폰 개통시기와 사용료, 여당 의원에 취직 부탁, 범인의 카드깡 내역)내용들이 나오지 못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생략’됨에 따라 이재명의 피습 사건은 발생했지만 내용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 사건으로 ‘축소’됐다. 또 이재명에게 특권 의식에 젖은 ‘갈등 유발자 야당 지도자 프레임’이 씌워졌다.

<조선>, 이재명을 지우다=대형 사건이 발생할 경우, 첫 보도가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향후 전개될 담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와 이재명 1면 지면 기사 제목을 비교해 보자. 우선 이재명 기사를 살펴보면, ‘혐오 정치 칼날에 쓰러진 야당 대표’<조선>, ‘이재명 대표 피습…총선이 테러 당했다’<동아>, ‘이재명 피습…총선의 해 열자마자 쇼크’(중앙>, ‘이재명 민주 대표 부산서 흉기 피습’<부산>, ‘부산 온 이재명, 흉기 피습 충격’<국제> 등이다. <경남도민>은 사고 첫날 관련 기사가 없었다. 5개 신문이 공통적으로 야당 대표가 피격을 당했다는 단순 사실만을 전달했다. <조선> 1면 보도에 이재명 이름이 없다. 야당 대표가 ‘혐오’의 칼날을 맞은 것이지 습격을 당했다는 내용도 없다. 교묘하게 이재명 피습 사건을 증오 범죄로 일어난 형사 사건으로 축소하고 있다. <중앙>과 <동아>는 이재명이란 이름은 있지만, 피습 사건을 총선과 연결해 대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만들고 있다. 유사하게 <부산>과 <국제>는 이재명이란 이름과 부산을 연계해 피습의 의미를 만들고 있다.

박근혜 1면 보도를 분석해 보자. <조선>은 1면에서 ‘보호관찰대상자가 테러 박대표 피습…60바늘 꿰매’란 제목의 톱기사로 배치했다. 피습범의 범죄 경력과 박 대표 피습을 연결해 보도하면서 상처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60바늘을 부제로 잡았다. 이 제목으로만 보면, 박근혜는 보호관찰자에게 조직적으로 공격을 당한 피해자로 묘사된다. 피습범의 범죄 경력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은 다른 언론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박 대표 피습…지방선거 자상’<동아>, ‘박근혜 테러 충격, 테러는 분열·증오 먹고 자란다’<중앙>, ‘박 대표 주말 서울 유세장서 피습’<부산>, ‘박근혜 대표 서울 유세중 피습’<국제> 등이다. <경남도민>는 박근혜 피습 사건을 독립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두 피습 사건의 보도 프레임에서 <조선>은 범죄자에게 야당 대표인 박근혜가 칼에 맞아 크게 다쳤다고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을 사용했다. 하지만, 박근혜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조선>이 야당 대표의 피습 사건에 이름 석 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만들어 내는 ‘의미’는 상이하다. 이재명 피습은 주체가 없는 증오 정치로 인해 야당 대표가 칼을 맞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재명이란 이름이 사라지지지만, 박근혜 피습은 국가가 방치한 범죄자 때문에 야당 대표가 아닌 ‘박 대표’가 상처를 크게 입은 불행한 사건의 프레임 속에 박근혜 이름이 부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부산>·<조선> 의료 갈등 프레임 시동=<부산>은 이재명의 헬기 이송을 선민의식에 젖은 민주당 대표의 지역 차별 프레임으로 전환했다. 같은 날 <조선>도 동일 프레임을 활용했고 <중앙>과 <동아>도 뒤따랐다. 단지 차이는 정보원 출처가 다르다는 점이다. <부산>은 “의식 있고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란 부산대병원 관계자의발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고, <조선>에서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초응급이 아닌데 헬기 타고 이송되는 건 일반인의 경우 불가능 아니겠냐”며 “권역외상센터는 부산대병원이 우리나라 최상위권인데도 이 대표는 (권역외상센터도 없는)서울대병원으로 갔다”고 비판했다. 즉, 부산·경남 지역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부산>이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갈등 프레임’을 시작했고, 중앙지인 ‘조중동’이 확대 재생산했다. 이 쟁점은 민주당의 지역 의료 홀대론-대학병원 자존심 싸움-민주당과 전국 의사 단체 갈등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국제>는 ‘이재명 서울 이송은 가족 요청…부산대병원 “유감 표명은 사실무근” 기사를 보도했고, <경남도민>은 지역 의료 차별 프레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거창·통영권역서 중증외상환자 골든타임 내 이송 어려워’ 기사를 통해 부산·경남 지역의 의료 불균형 개선을 요구하는 보도를 했다.

<참고문헌>

이완수·배재영(2015). 세월호 사고 뉴스 프레임의 비대칭적 편향성: 언론의 차별적 관점과 해석 방식. 한국언론정보학보, 71, pp. 274- 298.

이희영·김정기(2016). 질적 메타분석을 통한 뉴스프레임의 유형: 국내 117개 프레임 연구를 대상으로. 한국언론학보, 60(4), pp. 7-38.

Reese, D.S.(2001). Prologue-framing public life: A bridging model for media research. In S. D. Reese, O. H. Gandy, & A. E. Grant (Eds.), Framing public life: Perspectives on media and our understanding of the social world (pp. 7-31). NJ: Erlbaum.

위 칼럼은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뉴스레터 'LACY 톡톡'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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