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공공기관 아리랑국제방송이 2024년도 인건비 예산이 50% 삭감돼 오는 6월부터 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리랑국제방송은 제작비를 방송발전기금에서, 인건비와 운영 예산은 문체부를 통해 지원 받는다.

문체부 측은 '직원 인건비 50% 삭감 예산안은 실수'였다고 아리랑국제방송 경영진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공공기관 직원의 인건비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삭감된 전례가 없다며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를 상대로 급여미지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리랑TV사옥
아리랑TV사옥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리랑국제방송 인건비 총액의 50%가 삭감된 예산안이 통과됐다. 아리랑국제방송 예산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상정한 116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반토막 됐다. 아리랑국제방송은 인건비 예산안이 대폭 삭감되면서 당장 오는 6월부터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사장 직무대리와 경영본부장 등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 예산 삭감과 관련한 문체부와의 협상 내용을 보고했다. 사측은 문체부에 예산 원상복구를 강하게 요구했고, 문체부 측이 '이번 삭감된 예산안은 실수이며 1월 중으로 방발기금 확대 등 다른 사업 예산을 통해 아리랑국제방송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아리랑국제방송에 광고 등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는 자구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배승현 아리랑국제방송지부장은 3일 미디어스에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이렇게 삭감한 전례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제방송교류재단 산하 방송국으로 공공기관이다. 배 지부장은 “사측은 이 사안을 핑계로 직원들의 임금동결이나 인센티브를 없애는 방향의 비상경영을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지부장은 ‘6월 중으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대응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산을 받지 못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급여미지급에 대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의 직원의 월급을 자르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6월 전 회사 측과 정부에 어떤 방법이든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지부장은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제 방송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것에 대한 시발점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 10월 서울대총동창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750만 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고, K컬처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우리가 세계로 송출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방송채널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아리랑TV나 현재 KBS월드 수준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예산안이 확정되자 성명을 내어 “여·야는 밀실야합을 통하여 본회의에서 아리랑국제방송 인건비 예산 50%를 삭감했다”며 “세수 부족으로 여러 곳곳에서 예산이 삭감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인건비의 절반을 삭감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추경 등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아리랑국제방송 인건비 예산을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국PD연합회도 27일 성명을 통해 “이 인건비 삭감안은 아리랑국제방송을 없애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아리랑국제방송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 이번 결정을 보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3일 '아리랑국제방송 경영진에게 예산삭감은 실수라는 취지로 발언했나'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디어스는 '공공기관 직원 인건비 삭감은 이례적인데, 삭감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