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은 지 19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찐윤'(진짜 친윤)의 총선 당직 복귀에 주요 보수언론에서도 '또 이상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내년 총선을 '윤심 공천'으로 치르려 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진다.

국민의힘은 2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철규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해달라"며 "업무의 연속성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3주 전 내려놨던 당 사무총장직은 선거 공천을 총괄한다.

지난 9월 8일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1차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3일 관련 기사에서 이 의원을 '찐윤'으로 지칭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與 인재영입위장에 ‘찐윤’ 이철규… 당내 반발에 “불가피한 조치”>에서 이 의원에 대해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초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은 아니지만 이들이 갈등하며 부침을 겪은 것과 달리 조용히 물밑에서 움직이며 이제는 '찐윤(진짜 친윤)'이라 불리면서 가장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며 "'티 나지 않게 움직이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을 잇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윤 대통령으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총선 1호 전략으로 띄운 '메가 시티' 구상(경기 인접도시 서울 편입)과 인요한 혁신위원장 영입에 초기부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당초 윤 대통령은 보선 패배 뒤 이 의원이 사무총장직 사퇴 결정에도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총선 국면에서도 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이 의원이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혁신위는 '통합'을 외치면서 인재 영입은 친윤 감별사에게 맡긴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김웅 의원), "기어이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찍어버린다. 점 하나 찍고 돌아온다고 국민이 믿어주시겠냐고 했던 제 말을 현실화하면 곤란하다"(허은아 의원)는 비판이 분출했다. 

3일 조선일보는 사설 <선거 지고 혁신한다는 당에서 또 나온 이상한 인사>에서 "국민의힘은 2016년 ‘진박 논란’으로 민심을 잃은 경험이 있다. 찐박, 대박, 범박, 변박, 쪽박, 탈박 등 각종 파생어가 난무한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이어졌다"며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미 탈당을 공언한 상태라고 해석하며 "본격적으로 공천 문제가 논의되고 친윤 논란이 벌어지면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다.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 등이 거론되자 벌써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했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의 이상한 발탁으로 빛이 바랬다"면서 당 구성원들의 절제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與 인재영입위원장에 ‘윤핵관’… 혁신 의지 있기는 하나>에서 "환골탈태를 외치면서 여권 위기에 책임을 물어야 할 윤핵관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지난 8월 당시 이철규 사무총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

세계일보는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에 배치되는 인사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라며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는 윤석열정부에 실망한 수도권 2030과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인재영입위원장 같은 요직에는 당의 변화를 보여줄 상징적 인물을 내세워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월권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여당이 ‘용산 출장소’ 소리를 듣는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는 건 혁신위의 최대 과제다. 혁신위가 초반부터 ‘월권’ 운운하며 한계를 설정하고 있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윤핵관’ 회전문 인사, 징계 잡음… 與 혁신하는 것 맞나>에서 "당은 ‘업무의 연속성’을 이유로 들었으나 뭘 그리 인수인계할 게 많다고 회전문 인사란 말인가"라며 "보선 패배 후 당과 대통령실 관계의 주도권을 당이 쥐어야 하고, 당이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주된 목소리였다. 또 다른 친윤 핵심인 김 대표까지 물러나야 한다며 인적 쇄신 요구가 거셌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징계 취소를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도 혁신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둘은(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각각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수해 골프’ 때문에 징계됐다.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받은 걸 반성하지 않고 큰소리치는 것도 오만해 보이지만, 선거에 도움된다는 이유로 돌연 징계를 취소하는 건 도대체 무슨 혁신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11일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투표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11일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투표율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윤핵관’에 인재영입 맡긴 여당, 강서 참패 반성한다더니>에서 "윤 대통령이 김태우 후보의 피선거권을 광복절 특사로 회복시켜주자마자, 이 전 총장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보선 원인 제공자인 김 후보를 공천하는 데 앞장섰다"며 "이 전 총장 임명으로 내년 총선 공천의 요직을 모두 ‘친윤계’가 차지하게 됐다. 김기현 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이 그 범주"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여권은 검사 출신 대통령에 판사 출신 여당 대표, 경찰 출신 사무총장·인재영입위원장·원내대표로 수사·사법기관 출신만의 수직적 관계가 강고하게 구축됐다"며 "여당은 보선에서 왜 참패했는지, 그 후 어떤 다짐으로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는지 무겁게 성찰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거대양당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정인 중심의 사천(私薦)이 심해지면 능력과 무관한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고, 결국 정치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총선기획단장에 조정식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등 친이재명계 인사들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일보는 "역대로 총선 때마다 유력 정치인 중심의 사천 논란이 판박이처럼 재연돼 왔다. 이 때문에 상향식 공천 제도화 등 공천 개혁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공염불로 끝나곤 했다"며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방식을 천명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상식적인데, 출발부터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후진적 정치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있고, 그 시작은 공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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