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홍열 칼럼]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리걸테크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처분이 부당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변협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 신청을 심의해 최종적으로 변협의 징계 결정을 취소했다. 징계위는 이의신청을 요청한 123명 중 로톡의 ‘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3명에게는 불문(不問) 경고 결정을, 나머지 120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불문경고는 징계혐의는 인정되나 사유가 경미할 경우 해당된다. 징계기록에는 남지 않는다. 

이번 결정이 나기까지 변협과 로톡 간 8년 간의 분쟁이 있었다.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변협도 다음 해 같은 이유로 로톡을 고발했다. 로톡이 변호사법 109조를 위반했다는 것이 서울변회와 변협의 주장이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고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로톡 앱에서 운영하고 있는 ‘형량 예측 서비스’는 일종의 법률상담이라서 변호사법 109조 위반이라는 것이 변협의 주장이다.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 갈등 (CG) [연합뉴스TV 제공]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 갈등 (CG) [연합뉴스TV 제공]

변협과 서울변회의 고발 건에 대하여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로톡에서 제공하고 있는 법률 서비스가 변화사법 109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변협은 2020년 11월 변협 회원들로 구성된 직역수호변호사단을 구성해 로톡을 경찰에 고발했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이 나왔다. 검찰과 경찰 고발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된 변협의 선택은 자체 징계로 방향을 틀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해 로톡 가입 및 활동에 제약을 가해서 결과적으로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의 법률서비스 시장 진출 및 확산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기 위하여 법률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광고규정) 개정안을 2021년 5월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변호사 광고에 타인의 성명, 사업자명, 기타 상호 등을 표시하는 행위, 법률 상담을 알선하는 업체에 광고·홍보를 의뢰하는 행위 등이 금지되어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이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변협은 광고규정에 핵심조항은 합헌이라며 이 조항에 의거해 로톡 참여 변호사들에게 징계 결정을 내렸다. 

로톡은 헌법소원과는 별도로 변협이 2021년 5월 개정한 변호사윤리장전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윤리장전 개정 시 신설된 조항은 '건전한 수임 질서를 교란하는 과다 염가경쟁을 지양함으로써 법률사무의 신뢰와 법률시장의 건강을 유지한다'와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하지 않는다' 등 2가지다. 로톡은 이 조항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신고했고 공정위는 변호사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규정했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변협과 로톡은 지난 8년 간 국가 사법체계와 행정시스템 모두를 동원한 치열한 싸움을 펼쳤다. 검찰, 경찰, 공정위. 법무부, 헌법재판소 등에서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여부와 변호사의 로톡 가입을 금지한 변협 결정의 정당성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법무부의 이번 판단은 8년 간의 논쟁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제 로톡은 현행 법과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기반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사이 변협은 조직과 운영에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았지만 로톡을 운영하고 있는 로앤컴퍼니는 경영상의 큰 손실을 입었다. 올 2월엔 100명의 직원 중 희망퇴직을 통해 절반을 줄였고 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기술이 시장에 출현하면 불가피한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차량호출 서비스 플랫폼 ‘타다’의 전직 경영인과 법인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지 4년 만이다. 그 사이 타다의 혁신적 사업모델이 사라졌다. 이제 로톡이나 타다와 같은 사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8년 간의 논쟁 결과로 로톡의 합법성이 입증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 혁신기업들이 기존 법과 제도에 의해 도태된 사례가 많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갈등은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부디 로톡의 사례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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