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보수 언론단체의 ‘가짜뉴스’ 시상식에 30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재단은 국민 예산으로 운영되는 언론 진흥 관련 공공기관이다. 언론재단은 ”후원 단체는 공모를 통해 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며 ”재단의 방향성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보수언론단체 자유언론국민연합은 31일 오후 3시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를 개최한다. 관련 포스터에 따르면 좌장은 김장겸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전 MBC 사장)이며 발제는 황근 KBS 보궐이사가 맡는다. 토론자는 ▲국민의힘 추천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오정환 MBC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 ▲'검언유착 의혹'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등이다.

자유언론국민연합 '2023 상반기 가짜뉴스 시상식' 포스터 갈무리
자유언론국민연합 '2023 상반기 가짜뉴스 시상식' 포스터 갈무리

문제는 가짜뉴스 시상식 후원명단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언론진흥기관인 언론재단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언론재단은 3000만 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언론재단에 대해 예산 1014억 원을 책정했다. 언론재단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의거해 설치된 공공기관으로, 신문법은 재단의 직무를 ▲언론산업 진흥에 필요한 사업 ▲신문의 발행·유통 등의 발전을 위한 사업 ▲한국 언론매체의 해외진출 및 국제교류 지원 ▲언론진흥기금의 조성과 관리·운용 ▲언론산업 진흥 등을 위한 조사·연구·교육·연수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매년 단체 지원 공모를 진행하는데 해당 단체가 신청된 것”이라며 “신청을 받으면 심사위원회가 평가를 하고 고득점순으로 언론재단이 지원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그간 허위조작 정보를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상반된 내용의 사업에 후원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관계자는 “가짜뉴스 근절 컨퍼런스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언론재단에서 후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심사위원회 평가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후원 단체가 선정되기 때문에 재단의 방향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외부인사 3인, 내부인사 2인으로 구성된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언론재단이 2017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가짜뉴스 현황과 문제점>는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나 정부 개입과 관련해 "가짜 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의 획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온·오프라인 콘텐츠에 대한 검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자유언론국민연합은 '10대 가짜뉴스 선정’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단체가 후보로 선정한 가짜뉴스에 ▲MBC ‘바이든 날리면’ 보도 ▲뉴스토마토 ‘용산 관저 이전 천공 개입 의혹’ 보도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포함됐다.  

이 밖에 ▲‘윤석열 대통령, 일장기 경례’ KBS 앵커 발언 ▲‘이재명 선친 묘소 훼손’ 논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김건희 쥴리 의혹’ ▲‘부산 일광 횟집 친일’ 주장 ▲‘윤 대통령 영국 여왕 조문, 외교 결례’ 주장 ▲‘김건희 사진 빈곤포르노’ 주장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대다수 마약 수사’ 주장 ▲청담동 술자리 주장 등이 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MBC 가짜뉴스로 특정 하며 “윤 대통령의 확인되지 않은 음성을 ‘바이든’이라 단정하고 자막까지 만들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인케 하는 뉴스 보도”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그러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보도했던 언론사 수는 140여 개로 추산되며 상당수 언론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 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30일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7%가 ‘바이든으로 들린다’고 답했으며 ‘날리면으로 들린다’는 응답률은 29.0%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것이다.

또 ‘대통령 관저 이전 천공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보도도 ‘가짜뉴스’ 후보에 올랐다. 뉴스토마토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취재해 관련 의혹을 제기했으며 현재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공간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최근 KBS 사옥 앞에 사장 퇴진 촉구 근조화환 보내기 운동을 진행했다. 현재 KBS 사옥은 근조화환이 둘러싸여 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공영방송 정상화 조화 투쟁' 알림글이 뜬다. 

자유언론국민연합 주소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J빌딩 3층이다. 같은 층에 자유민주국민연합과 자유연대 등이 입주해 있다. 자유민주국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인 지난 2017년 11월 창립된 보수단체의 연합체이고, 자유연대는 대표적인 보수단체다.

지난 6월 13일 KBS 사옥 앞에 근조화환이 늘어서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6월 13일 KBS 사옥 앞에 근조화환이 늘어서있다. (사진=미디어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미디어토마토가 2022년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조사방식은 ARS 무선전화 방식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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