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야 정치인 출신 방송통신위원회 김효재·김현 상임위원이 23일 퇴임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공적재원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김효재 위원은 "공영방송의 책무와 역할을 재정비할 수 있는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보람으로 생각한다"는 퇴임사를 남겼다. 김현 방통위원은 "자고 일어나 보니 흑백TV 세상이 됐다"며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방통위 운영을 비판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김효재 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3인 체제 방통위를 운영한 지난 2개월여 간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검사·감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계검사 ▲공영방송 이사 '4+1명' 해임 등의 일이 벌어졌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임하기 전에 법적·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언론장악' 속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해임된 공영방송 이사들은 법적대응에 나섰다. 야당과 방송사 노조 등은 김효재 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김효재 위원은 퇴임사에서 "시행령의 삼엄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마음에 새긴 세 해였다. 1979년 언론계에 발을 담근 이후 여러 공직을 거쳤지만 행정 부처인 방통위처럼 나의 결정이 그 어떤 완충 장치 없이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국민 생활을 규율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육사 선생이 절정에서 노래하셨듯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 있는' 느낌으로 그 각오로 보냈다"고 말했다. 

김효재 위원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 방송과 통신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을 목격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그 변화의 물결에 뒤쳐지지 않게 할 것인지 고민은 많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후임에 그 무거운 책무를 남겨두고 떠나게 된 것이 아쉽고 마음은 무겁다"고 했다. 

다만 김효재 위원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책무와 역할을 재정비할 수 있는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보람으로 생각한다. 최선의 방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효재 위원은 "임기 마지막 판에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로 화합하는 방통위를 만들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며 "서릿발 칼날 위에 근무하고 있는 방통위 공무원 여러분에게 존경과 감사함을 전한다"고 했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김현 위원은 퇴임사에서 "방통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운영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위법한 일이, 그것도 '설마 아니겠지' 했던 일이 두 달 반가량 벌어졌다"며 "자고 일어나 보니 흑백TV 세상이 됐다"고 밝혔다. 

김현 위원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받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공무원을 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전락시켰으며,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한 채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현 위원은 "최근 3인 체제의 위원회 구조에서 40여 년 동안 사회적 합의로 진행되어 온 텔레비전 수신료 통합징수를 졸속으로 개정했고, 감사원 감사결과 문제없음으로 결론 낸 사안을 심각한 사안으로 둔갑시켜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건의했다"며 "임기가 보장된 이사를 기소됐다는 이유로 쫓아내고,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임절차를 진행하는 무도한 일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현 위원은 "방송의 독립과 자율을 짓밟는 위원장 직무대행의 직권남용에 단식도 하며 대항했지만 '직권남용을 중단하겠다'며 눈앞에서 한 약속도 여반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면서 폭거 앞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 직원 60여 명이 조사를 받았고 2명은 구속되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있는 방통위 직원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두 위원의 퇴임으로 방통위는 당분간 이동관·이상인 2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임명 강행 시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16명이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임 방통위원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 전 사장은 MBC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 MBC 민영화 밀실 추진, MBC 노조 탄압 등의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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