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정부가 11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 방문 중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부터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납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에서 관련 의견을 게재한 지 3달여 만에 TV수신료 분리징수 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라고 역설해왔는데, KBS라는 공영방송의 존립에 큰 타격을 가하는 충격적 조치를 공공, 공영언론 육성 지원에 적극적인 유럽연합(EU) 회원국 방문 도중 재가한 것은 아이러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확정, 윤석열 대통령 재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TV수신료 분리징수' 확정, 윤석열 대통령 재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EU는 오늘날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2019년부터 대중매체에 대한 적극 지원과 가짜뉴스 적발, 퇴치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간접적인 방식의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1세기 정보사회가 정교한 가짜뉴스 생산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으면서 민주주의의 초석인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미치고 있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EU는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공공, 공영언론 집중 지원과 가짜뉴스 전문기구와 인력 양성,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확대 등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공동보조를 취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안 마련에 열중하는 것으로 실천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2018년 4월 가짜뉴스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인 ‘온라인 허위사실에 대한 유럽의 대응(Tackling online disinformation : a European Approach)’과 ‘허위정보에 대한 강령(Code of Practice on Disinformation)’을 발표, 허위정보에 대한 회원국 공동규제의 성격을 지닌 자율규제를 실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디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에게 기존 대중매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유럽 등지에 심각한 가짜뉴스 폐해가 한국도 예외가 아니며 그 방지책은 결국 공적 책무를 강하게 인식하는 공영언론의 육성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란 점에서 비판을 자초한다.

오늘날 지구촌의 신냉전이 심화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사회적 혼란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위협,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세기 정보환경으로 초래된 부작용의 하나인 가짜뉴스가 제조, 유포되는 동기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에 넣겠다는 것으로 압축되는데 이는 대중매체와 포털, 플랫폼 등을 이용하는 형식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짜뉴스는 해외의 경우 선거 판세를 뒤집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포털을 통한 광고 수입을 노리는 식의 범죄사업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퇴치와 방지는 공영미디어의 건전한 육성과 지원 등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가짜뉴스의 등장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적지 않다.

가짜뉴스는 미국식 표현인 ‘Fake News’를 번역한 것인데 이는 ‘조작뉴스(fabricated news)’ 또는 ‘허위정보(false information)’로 불리기도 한다. 가짜뉴스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① 허위사실을 ② 고의적·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③ 기사 형식을 차용하여 작성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전이나, 상업적 이익을 노린 검은 비즈니스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EU는 민주주의 과정이 왜곡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독립적이고 종합적이며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하는 미디어와 팩트체크를 각 회원국들이 지원토록 하고, 적절한 사업 실시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하도록 건의 등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참고자료).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유럽의회는 가짜뉴스에 대한 회원국의 공동대응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회원국과 주변국들이 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투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국가예산 증액이나 각종 보호행사를 위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럽의회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퇴치란’을 상설해서 내부 연구와 함께 SNS 등에서의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을 취한다. 유럽의회는 가짜뉴스 퇴치 모니터팀을 구성해 다른 전문기구, 시민사회 등에 대해 점검하고 분석, 협조를 추진한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의 모든 이용자의 기본권이 보호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고, 각종 미디어에서 음모론과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하는 문제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EU는 특히 EU와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규명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훼방하거나 왜곡하는 위험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언론자유를 증진시켜 독립적인 미디어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소통을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토록 하면서, 전문적인 미디어와 탐사저널리즘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과 진실보도에 중요하고 이를 가짜뉴스의 정체를 폭로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 참고자료).

거짓 정보의 범람과 함께 첨단 미디어의 속출로 야기되는 대중매체의 위상 변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특성, 가짜뉴스 등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충분히 살펴 대중매체가 공익, 공공성 정보를 생산 공급하는 전담매체로 각인시키는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TV수신료 분리징수’ 조치는 당장 백지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MBC에 대해 취해지고 있는 감사원의 본감사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검사·감독 등도 이성을 잃지 않는 공권력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영방송으로 지칭되던 KBS와 MBC가 철퇴를 맞고, 신문과 방송을 겸업하는 미디어가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취하는 상항이 된다면 한국방송시장은 상업적이고 개인 사주에 봉사하는 역기능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저해하고 집단지성이 발휘될 공론의 장이 축소되는 심각한 미래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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