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요식업 분야에서 주문형 키오스크 운영 대수가 2019년 5479대에서 2022년 2만 1335대로 4년간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는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점포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데 있다. 점포 월세 내기도 힘든 상황이 이어지자 직원들을 내보내고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해 무인 주문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당 2백만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인건비의 꽤 많은 부분을 절약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이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지난 5년(2017~2022년)간 41.6% 올랐다. 직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해 보이겠지만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승폭이다. 음식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극히 제한적이다. 월세는 고정비라서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재료비 역시 품질 수준을 위해서는 낮추기가 힘들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고용을 중단하고 디지털 키오스크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도입해 인건비를 최대한 절약하는 것뿐이다.

어르신 위한 키오스크 교육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르신 위한 키오스크 교육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종의 천재지변에 해당하고, 최저임금 상승은 국가의 정책적 결정 및 추진 사항이라 예측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생존을 위한 솔루션 탐색에 전력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침 키오스크 제작업체들도 시장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저가의 키오스크를 내놓기 시작해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저 인터페이스를 잘 만들어 공급했다.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사용 방법이 익숙지 않아 불편해했지만 이제 대부분이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절감 솔루션은 무인 키오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무인점포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 한 대와 CCTV만 있으면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 편의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GS25 등 주요 편의점 4개사의 스마트 편의점은 하이브리드 포함 2019년 208개에서 올 상반기 말 기준 3530곳으로 약 17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편의점과 주간에만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는 최저임금 상승에 비례하여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람 구하기 힘든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주문 키오스크가 일부 매장에 도입되었을 때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대면 주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디지털 키오스크를 이용한 비대면 주문은 익숙지 않았다. 실제 사용에 불편한 점들도 많이 있었다. 키오스크 운영은 일부 매장에 국한된 일이고 실제 범용적 사용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예측과 달리 키오스크와 무인점포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필요성이 자영업자의 신기술 도입을 강하게 추동시켰고 공급업자들은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이해하고 저렴한 솔루션을 출시했다. 무인 키오스크가 보편화되자 고객들 역시 그 사용법에 익숙해지면서 이제 키오스크는 하나의 일반적인 프로시저가 되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단 사회적으로 유통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그 기술 제품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제품의 편의성, 효용성이 검증된 상태에서 경제성까지 확인된 기술 제품은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키오스크와 스마트 편의점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되었고 점점 더 그 대상을 넓혀나가고 있다. 무인상점은 편의점에 그치지 않고 카페, 반려견 용품점, 밀키트점 등 대부분 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도 계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해 주문용 키오스크, 로봇 튀김기, 서빙로봇 등을 설치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70%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신기술은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의성 또는 참신성에 의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성과 만나는 순간에 확산되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코로나19처럼 우연히 오기도 하고 최저임금 상승처럼 미리 준비하고 오기도 한다. 사회적 필요성이 없거나 부족하면 첨단기술이라 하더라도 사장되거나 극히 일부분에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수년간 사회적 붐을 가져왔지만 아직까지 유행하지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그 한 사례다. NFT와 3D 프린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세상을 바꿀 신기술인 것처럼 각광 받지만 사회적 필요성과 연결되지 않을 때에는 세인의 관심에서 이내 멀어지게 된다. 늘 기술보다는 기술의 경제적 사회적 소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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