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광역수사대로 옮긴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신종마약이 관련된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강남의 클럽과 술집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 마석도는 일본의 야쿠자가 개입한 증거를 찾는다. 마약 공급책인 주성철(이준혁)은 야쿠자의 마약을 빼돌리려 하고, 야쿠자는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파견한다.

전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도시 3>는 과감하게 재개발을 선택했다. 우선 도시의 중심이 바뀌었다. 마석도는 금천경찰서를 떠나 광역수사대로 이동했다. 마약이라는 국제범죄 아이템으로 도시의 먹거리도 변화했다. 도시의 주민도 바뀌었다. 장첸 같은 지역구급 깡패나 강해성처럼 소규모로 움직이는 범죄자가 아니라 야쿠자 ‘조직’에서 활동하는 빌런이 등장했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기여했을까. (*이하 영화 <범죄도시 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범죄도시 재개발은 성공했을까

광역수사대로 조직을 옮겼지만, 마석도의 수사 스타일은 금천경찰서 소속일 때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일단 큰 사건이 터진다. 인맥(?)을 이용해 근처의 잡범들을 하나씩 턴다. 잡범들의 협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다. 요란한 응징의 시간이 지나고 현장이 정리된 뒤에 도착한 동료들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타박한다. 조직의 도움없이 혈혈단신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마석도의 수사 스타일에 큰 조직범죄에 대응하는 광역수사대가 굳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빌런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마약이라는 아이템의 선택이 악수가 되었던 것 같다. 마약 거래는 일반인이 아니라 조직 간의 은밀한 비즈니스로 이루어진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으면 칼로 찌를 것 같은 장첸, 사업하자고 불러놓고 납치 후 협박, 살인까지 원스톱인 강해성은 일상에서 재수 없으면 만날 것 같은 공포를 불러오는 자연재해 같은 악당이었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여는 3편에서 부패 경찰인 주성철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마약 수사팀의 일원으로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가상의 지역인 구룡경찰서 소속의 지역 경찰로 광역수사대와 마찰을 일으키기 쉬운 구조다. 경찰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마석도를 새로운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필연적 조건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다. 주성철은 능력 있는 팀장이라고는 하나 힘을 쓰는 캐릭터도, 지능을 활용한 캐릭터도 아닌 어정쩡한 행동을 이어간다. ‘일하다 사람 죽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뒤처리가 어설퍼 금방 시체가 발견된다던가, 마약 거래하는 중국 조직과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분쟁을 조장한다.

빌런들의 관계도 존재감 약화에 기여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특징은 다수의 빌런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1편에서는 장첸의 흑룡파와 춘식이파가 가리봉의 패권을 두고 대결했다. 2편은 강해상 일당이 한국의 조폭 최춘백파를 협박한다. 각 시리즈에서 장첸과 강해상은 업계 라이벌인 춘식이파와 최춘백파를 잔혹하게 파괴하고 최종 빌런의 자리에 올라 마석도와 타이틀 매치를 치른다. 3편에서도 야쿠자의 마약을 빼돌린 주성철, 빼앗긴 마약을 찾으러 온 야쿠자 리키가 등장하지만, 둘은 마약을 두고 술래잡기만 하다가 마석도에게 각개격파 당한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이미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

<범죄도시 3>는 재개발 지역에 대한 이해, 도시의 경쟁력을 만들어 낼 먹거리 선정, 도시 주민들의 관계 모두 기획의도에서 살짝 빗나갔다. 그러나 아직 시리즈가 망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주먹 한 방으로 시원하게 악당들을 처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의적절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유머들도 아직 효과적이다. 메인 빌런의 캐릭터 구축은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협력자 포지션의 잡범을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하며 다시 한번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장이수로 대표되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잡범들은 마석도의 주먹 앞에서 아는 걸 술술 불고 미끼 역할도 순순히(?) 수행한다. 연출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사건을 진행하며 경제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열쇠이자, 마석도의 주먹으로 단순화될 수 있는 시리즈에 명확한 차별점을 찍는 치트키다. 수도권 변두리에서 볼 법한 양아치 같은 중고차 딜러 초롱이는 지독한 현실성으로 장이수를 뛰어넘는 잡범 캐릭터 계의 모범으로 남을 것 같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몸으로 쉽게 해결할 일을 몸이 나빠서 머리 쓰게 만든다는 말이다. 3편까지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인해 머리가 큰 고생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전보다 소박한 아이템을 들고 오는 시리즈물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보다 복잡하고 규모가 큰 스케일의 사건들이 마석도를 괴롭혀야 한다. 앞으로는 머리까지 더 고생할 제작진과 마석도에게 미리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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