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코로나 시국으로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볼 수 있는 OTT의 비약적 발전은 위태로운 극장 산업을 혼수상태 직전으로 내몰았다. 중병에 걸린 업계의 원기를 되살릴 보양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환자에게는 친숙한 보양식으로 원기를 북돋아야 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입맛이 없어도 일단 한술 떠보고 싶은 아는 맛. 우리가 아는 맛 중 가장 묵직하고 통쾌한 마동석의 주먹맛이 특별 보양식이 될 거 같다.

가리봉동에서 장첸 일당을 소탕한 후 4년. 금천서 강력반의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한 두 사람은 용의자에게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강해상의 존재를 알아챈다. 한국인을 상대로 납치와 살인을 반복하며 돈을 챙기는 강해상의 잔혹한 악행을 멈추기 위해 마석도와 전일만은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군살은 덜고 빠르고 간결하게

우선 1편과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특정 국가, 인종에 대한 차별적 묘사가 사라졌다. 무자비한 장첸 일당을 묘사하기 위해 진행됐던 조선족의 악마화는 이후 각종 밈으로 등장하며 선량한 당사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새겨 고통을 주고 있다. 반면 2편에서는 강해성(손석구)과 그 동료들이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악마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여성, 아이 같은 약자가 소모적으로 희생되는 장면 없이 사건을 진행한 점도 곱씹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비리 경찰 캐릭터의 계보를 박살 낸 점이다. 마석도(마동석)는 <투캅스>로 시작해 <공공의 적>을 지나 전작인 <범죄도시>까지 실상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지만, 특정 포인트에 꽂히면 정의를 구현하는 비리 경찰의 전형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충실히 공무를 수행하는 모범 경찰로 거듭난다. 룸살롱에서 접대받던 받던 1편의 마석도와 2편의 마석도는 하드웨어만 같고 소프트웨어는 다른 경찰이다.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군살을 덜어낸 <범죄도시2>는 빠르고 최단 거리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킬 결정적인 주먹을 날린다. 대체 불가한 마동석의 피지컬을 이용한 호쾌한 액션은 알파이자 오메가다.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원샷원킬의 가공할 주먹과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관절꺾기, 아름드리나무도 뽑아서 메다꽂아버릴 거 같은 엎어치기의 3단 콤보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拳力)이란 이런 것이다’를 대사 한마디 없이 설득한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유머는 칼과 도끼가 난무하는 핏빛 스크린을 중화시켜 긴장감을 풀어준다.

전작에 이어 악당의 전사를 생략한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관객의 감정이입을 원천 차단한 점은 결말의 통쾌한 응징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만드는 영리한 기획이다. 전작에 비해 조연들의 캐릭터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약간 아쉽지만 “나쁜 놈 잡는데 이유가 어딨냐”며 잔머리 쓰지 않고 권선징악을 향해 우직하게 달리는 뚝심은 <범죄도시2>를 보러온 관객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킨다.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한국의 타란티노 영화를 기대한다

운전할 때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OST를 틀어놓고는 한다. 굳이 한문철TV까지 보지 않아도 도로 위에는 악당이 너무 많다.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튀어나오는 무법자들을 응징할 수 없으니 만들어낸 고육지책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타란티노의 영화들을 틀어놓는다. 최근에 본 <데스 프루프>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늦은 밤인 탓에 내적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오랜만에 느낀 뒤끝 없는 통쾌함이었다. 화끈하게 찌르고 썰고 자르고 부수는 그의 영화들은 피로 저수지를 만들지만 인과응보, 권선징악을 이루어내고야 말 거라는 희망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범죄도시>는 벌써 8편까지 기획되어 있고, 3편은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이어질 시리즈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게 없을 것 같다. 죄를 지으면 혼난다. 마석도로 분한 마동석이 어떻게 나쁜 놈을 혼내는지 확인하러 가는 시리즈다.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마동석이 위험에 빠지거나, 실패할 거라는 의심은 1g도 하지 않는다. 타란티노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권선징악에 대한 믿음이 영화를 지탱하는 굳건한 기둥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목표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는 영화들이 무수한 가운데 <범죄도시>가 독보적인 지위를 확립한 까닭이다.

헐리웃을 대표하는 거장과 이제 막 시작된 시리즈를 비교하는 게 체급이 맞지 않다는 건 잘 안다. 허나 <범죄도시>에는 타란티노의 전매특허인 기관총처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설전(舌戰)이 없고, 타란티노 영화에도 아직 마동석의 주먹은 없으니 굳이 대결을 시킨다면 애정을 담아 5:5로 하고 싶다. <범죄도시>가 한국의 타란티노 영화 같은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는 말이다.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누가 5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반박시 마동석과 함께 진실의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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