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훈련소에는 자살·자해가 없다'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도 없는 행사였고 예방 가능한 재난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행위 조장법'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넣으려 했던 이충상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언동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상임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 진정 사건의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갑질 사건에 연루됐다. 반인권적 인사가 인권위에 몸담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이 인권위 전원위·상임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이 위원은 군인, 노동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의 인권이 아니라 기업·정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해 왔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상임위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권고 안건이 올라오자 "중도나 우파가 보기에 무모하거나 조악한 입법안"이라며 법안을 '불법파업 조장법' '불법행위자 보호법'으로 규정했다. 이 위원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손해가 막대한 나라인데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했다가는 '파업공화국'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위원은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이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단식농성을 하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만난 데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인심을 쓰고, 공적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이 돼 버린다"며 "이런 식으로 법이 개악되면 결국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했다. 20년 경력 용접노동자 유 부지회장의 월급은 250만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사송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위원은 화물연대 파업 후 공론화된 업무개시명령 제도 개선 권고 안건에 대해 "인권위가 찬성한다면 민주당보다 더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인권위가 될 것"이라며 "무소속 의원 몇 명 하고 정의당 의원 중심으로 열 명만 제출한 것 가지고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다른 정당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우리가 왜 감안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해당 안건이 부결된 후 비상임위원들이 전원위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자 이 위원은 "인권위가 개판 5분전"이라며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지난 3월 9일 상임위에서 이 위원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옹호론을 펼쳤다. 이 위원은 인권위 인권상황보고서 초안에서 이태원 참사를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난'이라고 적시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이것은 곤란하다. 주관적 평가"라며 "주최자도 없는 그런 행사였고 예방 가능한 재난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뺐으면 한다"고 했다. 해당 문구는 다른 위원들의 찬성으로 보고서에 반영됐다.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안건이 올라온 3월 23일 상임위에서 이 위원은 훈련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은 "훈련소에서는 자살·자해가 없다. 사병이 힘든 것은 자대 배치 받은 후"라며 "훈련소에서는 같은 계급, 기수끼리 훈련받기 때문에 내무반에서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낮 훈련시간에는 많이 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기술했던 이충상 상임위원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서울 중구 인권위 간판에 이충상 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프린트물이 붙어있다. (사진=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지난 23일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기술했던 이충상 상임위원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서울 중구 인권위 간판에 이충상 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프린트물이 붙어있다. (사진=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4월 13일 상임위에서 해병대 훈련병 두발규제에 대해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안건에 반대했다. 이 위원은 "위험한 임무를 맡기 위해 자부심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고 또 군기가 셀 필요가 있다"며 "머리를 다른 육·해·공군보다 짧게 해서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특별하다, 우리는 구별된다’ 하는 그런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인데, 해병대의 전통과 프라이드의 상징인 두발 기준을 다른 군하고 같게 하면 해병대가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위원은 결정문 초안에 '게이(남성 동성애자)가 항문성교로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 인권위가 그것이 인권침해라고 인식시켜줘야 하느냐'라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다른 위원들이 인권침해 표현이 담긴 소수의견을 재고해달라 요청했고, 이 위원은 소수의견을 결정문에서 삭제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이 위원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 따르면 이 위원은 윤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와 관련한 진정 사건의 조사가 편파적이었다며 담당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이 위원은 이 사건으로 인격권 침해 진정을 당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이 위원은 "A조사관은 징계시켜야 한다. 지금 말고 내가 위원장이 되면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저는 '지금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다음 위원장이 취임할 것 아닌가. 지금 (징계를)하는 게 낫지, 차기 위원장이 되면 지금 위원장보다 무겁게 (징계)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A조사관의 행위가 "충분히 징계받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 논란으로 인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삭제했기 때문에 사퇴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25일 한국일보는 사설 <소수자 혐오하고 내부 갑질하는 인권위 상임위원>에서 "이런 반인권적인 인사가 인간 존엄을 지키는 인권위에 몸담고 있다는 게 참담하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 위원의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해 "이런 표현을 초안에 남기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인권위의 권위에 먹칠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판사 출신의 이 위원은 작년 10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상임위원으로 선임될 때부터 자격 논란이 많았다"며 "후배 판사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해 보은성 인사라는 말들도 있었다. 이 위원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면 인권위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같은 날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어 이 위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이 군 사망 피해자와 유가족을 욕보였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발언 면면을 뜯어보면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며 "전반적으로 자신의 사적인 인상, 경험, 편견 등에 기대 근거없는 주장으로 인권위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세로 여러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살피고, 권고가 이루어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인권위를 믿고 진정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지게 된다"고 했다. 

군 인권센터는 "훈련병과 기간병은 사회통념, 실질, 현실적으로 다른 존재라며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며 "처지에 따라 적용되는 인권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말이 인권위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군인권센터는 "또, 친한 친구 중에 해군 제독이 있다더니 '잠수함을 타면 한달 간 담배를 피지 못하는데 골초인 친구도 긴장감에 담배 생각이 안 났다더라며 훈련병들이 휴대전화 못 쓰고 담배 못 피워도 괜찮다'는 발언도 이어갔다"며 "자기가 군 생활 할 때도 처음 몇 주간 공중전화 사용 금지되어 약혼녀 목소리를 듣지 못해 힘들었지만 괜찮았다는 발언도 있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가장 문제는 훈련소에 자살, 자해가 없다는 발언"이라며 "군인권센터가 최근 연도에 파악한 자해사망 사건만 2017년 공군 교육사령부 1건, 2018년 육군훈련소 1건, 2020년 육군훈련소 1건, 2020년 해군 교육사령부 1건, 2021년 공군 교육사령부 1건이다.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해보지 않고 자기 말을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훈련소에는 인권침해가 없다는 허위의 주장을 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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