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기술했던 이충상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을 상대로 인권위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22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인권정책대응모임은 공동성명을 내어 "혐오발언을 일삼는 국가인권위원 자격 없다. 이충상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2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위원은 지난달 13일 가결된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 7개 권고안 중 한 권고안에 반대하며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썼다. 이 위원이 반대한 권고안은 '군이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신병에게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위원은 결정문 초안에 '게이(남성 동성애자)가 항문성교로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 인권위가 그것이 인권침해라고 인식시켜줘야 하느냐'고 썼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지난해 11월 15일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이 결정문에 넣으려 했던 문구는 결정 사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혐오발언일 뿐"이라며 "인권위원으로서 자격 없음을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5조 3항은 위원의 자격으로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법은 성적 지향,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인권단체에 따르면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특별 자격으로 '특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 인권 취약계층 및 시민사회와 소통 역량이 뛰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의 문제적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인권위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한 위헌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자, 이 위원은 헌법재판소에 자신의 소수의견을 바탕으로 한 논문과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권위 상임위원 이름으로 별도 제출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 위원은 해당 논문에서도 HIV감염인에 대한 범죄화를 음주운전 처벌에 비유하는 등 비약적 주장을 했다"며 "'HIV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불건전한 성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중보건체계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낙인과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주장을 폈다. 설문조사 역시 자신의 의견을 옹호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설계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지난 2월 서울신문 기사<[단독]‘합의제 기관인데’…헌재에 개인 논문 제출한 인권위 상임위원>에 대한 반론에서 "인권위가 합의제 기관이라는 것은 인권위 의견의 결정을 위원장이 단독으로 할 수 없고 위원들이 다수결로 한다는 것이지 다수의견이 정해진 후에는 위원이 그 결정과 다른 의견을 외부에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 다수의견의 잘못을 학술적·객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큰 필요성 때문에 논문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 외에도 이 위원은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심의에서 정부의 대응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등 국제인권기준과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계속 드러냈다"며 "심지어 진정 사건 조사과정에서 좌편향적인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며 조사관에게 수차례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 '보고서가 오염되었다' 등 모욕적 언사를 지속해 다른 조사관들이 이 위원을 인격권 침해로 진정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2018년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성소수자 상징인 무지개를 내걸었던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에 '혐오표현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이 위원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독립적인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인권단체들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인권위에 이 위원 혐오발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판사 출신인 이 위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 서울고등법원 상임조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서 활동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6·1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전라북도 도지사 조배숙 후보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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