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네이버·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 잠정 중단 선언은 정치권 압력에 의해 공익적 자율규제기구가 모습을 감춘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네이버·카카오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 현 제평위 외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평위는 네이버·카카오가 2016년 언론사 제휴를 위해 설립한 자율기구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포털 입점 심사는 당분간 중단된다. 제평위 사무국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포털뉴스 제재 심사도 중단되느냐'는 질문에 "중단은 아니고 저희(네이버·카카오)가 모니터링은 계속할 것"이라며 "언론사와 약관 계약이 되어 있다보니 현행 계약에도 어뷰징이나 광고성 기사 등은 기본적으로 (언론사가)할 수 없는 구조다. 그것을 언론사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네이버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계약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계약해지 등 제재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관계자는 "어쨌건 계약의 주체, 당사자는 저희와 언론사"라며 "시정조치 이런 것들이 3회 이상 발생하면 계약해지 사항이다. 그런 것들로 저희가 해지는 가능하다"고 했다. 

'제평위 활동 잠정 중단 기간이 대략 얼마나 되나'라는 질문에 관계자는 "(새 모델이)어느 정도 설계와 기획이 되면 그때 재개되는 것이어서 '몇 개월 내에 재개하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새 모델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는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압력에 의한 자율규제기구 폐기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네이버·카카오는 약관법에 따라 언론사와 일대일 계약을 이미 해놓았다. 그 계약 과정에서 어느 정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여부를 두고 지금까지 제평위가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제평위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다. 안전장치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이제 언론사와 포털의 지난한 협상 과정이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제평위가)망한 것"이라며 "정치권이 개입하면 안 된다. 정치권이 정한 공정이 공공의 이익은 아니다. 제평위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왔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심 교수는 "풀빵 장수한테 풀빵은 어디서 팔아야 되고, 센티미터는 가로로 얼만큼 해야 되고, 당도는 어떻게 해야되고 얘기하면 풀빵 장수는 안 팔면 그만"이라며 "제평위라는 기구가 어쨌든 포털 입장에서 위험(뉴스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정치적 논란 등)을 외주화시킬 목적이 있었다. 위험이 외주화되는 만큼 수익이 돌아왔어야 하는 것인데, 수익은 보장이 안 되고 위험만 늘어난 것"이라고 봤다. 

심 교수는 포털-언론사 간 소송이 증가하고, 지역·중소 언론의 신규입점·승급이 불가해 언론이 포털의 호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심 교수는 제평위 잠정 중단 기간에 대해 "최소한 내년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며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5월28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모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털이 제평위를 방패 삼아왔다는 시각에서 제평위 해체를 주장해 온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한국 언론계를 좌지우지하고, 지역 언론의 경우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책임있는 기관이 이렇게 도망치듯이 해체해 버리는 게 맞냐"며 "해체를 하더라도 최소한 분명한 방향성과 대안, 성과와 과제는 논의하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이 제평위 해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언론서비스를 한다면 독립성 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며 "자꾸 정치권의 눈치만 보니까 포털이 정치화됐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제평위 공백기에 대한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송 교수는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자율규제의 한계가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본다. 너무 무책임하고 수동적"이라며 "제평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용자와 언론는 어떤 지적을 했는지 밝히고 수정하기 위해 '개선하겠다' 밝히는 게 정답이다. 지금처럼 쓱 사라졌다 만들어졌다 하면 이 무책임한 조직에 누가 또 들어오겠나"라고 했다. 송 교수는 포털뉴스서비스 운영과 책무는 포털사가 오롯이 지고, 운영 기준과 시민평가 등을 전문가 그룹에 맡겨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포털 사이트 대표와 임직원에게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 등 포털 관련 법안 처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포털에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 설치를 강제해 뉴스 서비스 전반을 심의하는 신문법 개정안 ▲정부가 포털뉴스 알고리즘을 조사할 수 있는 신문법 개정안 ▲포털이 뉴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개하는 신문법 개정안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네이버에서 '윤석열'을 검색하면 비난 기사 일색이라며 "알고리즘이 아닌 속이고리즘"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윤석열 정부는 제평위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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