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가보훈처와 대통령실 경호처가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주관하면서 참배객과 기자들을 과도하게 통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 한국일보는 기사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한다더니… 통제된 5·18기념식>에서 " 2년 연속 기념식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5·18의 의미를 부여했다"면서 "그러나 빗속에 치러진 이날 기념식은 윤 대통령의 평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올해도 5·18정신을 개정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데다, 기념식을 주관한 국가보훈처와 대통령실 경호처가 윤 대통령 경호 문제를 이유로 과도하게 5·18묘지 출입을 통제해 곳곳에서 참배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념식 2시간 전부터 참배객들이 "국민과 함께하겠다면서 왜 길을 막느냐"고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통령실과 국가보훈처, 경찰이 5·18 민주묘지 입구에서부터 기념식장 입장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참배객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입장 카드가 없는 시민들도 기념식장 앞 검색대 주변까지 출입을 허용했다고 한다. 출입이 막히자 시민들 일부는 발길을 돌렸고, 일부는 5·18민주묘지 내 '민주의 문'을 지나는 윤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고 외쳤다. 

언론 취재는 통제됐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비표 지급 대상자를 제한하고, 지역 언론사에도 비표를 30장만 제공했다. 그동안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식 행사를 주관하면서 출입 비표 신청을 받아 제한없이 지급해왔다. 

한국일보는 "보훈처는 특히 기념식장 뒤쪽에 높이 1m 길이 20여 m짜리 단상과 취재부스를 설치해 기자들이 이곳에서만 취재하도록 했다. 보훈처는 '대통령실에서 풀(POOL) 기자단을 운영하기로 해 지역 언론사 몫의 비표 발급을 제한했다'고 말했다"며 "그간 5·18 기념식 취재는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대통령실 풀 기자단이 대통령의 공적 활동을 취재하고, 기념식 진행과 주변 상황은 지역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했다"고 지적했다. 

18일 한국일보는 기사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한다더니… 통제된 5·18기념식> 갈무리

같은 날 한겨레는 "기념식장 출입 때 과도한 검문검색으로 인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날 기념식장은 사전에 초청장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실 경호처는 초청자들의 가방을 엑스레이 검색대로 1차 확인한 뒤 일일이 열어 맨눈으로 검사하며 긴 대기줄이 생겼다. 기념식 시작을 10여 분 앞두고서 엑스레이 검색 절차를 생략하면서 참석자들이 제 시각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광주CBS 박요진 기자는 <삼엄해진 5·18 기념식 경비경호에 '설왕설래'>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던 5·18민주묘지 내 민주광장까지도 초청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바뀌는 등 과거 5·18기념식에 비해 경비와 경호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더라도 통제 범위가 확대된 것은 물론 국가보훈처 직원들이나 경찰이 기념식 참석자들에게 초청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이를 두고 과거와 달리 대통령 경호처가 경찰과 합동이 아닌 단독으로 경호를 진행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오는 6월 초 국가보훈부로 승격되는 국가보훈처가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호 강화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박 기자는 "경찰은 국립 5·18 민주묘지 주변에 2~3m 간격으로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광주는 물론 서울 등에서 지원나온 경찰력 수천 명을 5·18 기념식 경호에 투입했다"면서 "광주경찰청 안팎에서는 '과거에 비해 경호가 상당히 삼엄해진 것 같다' '5·18 기념식장 내·외부에 이렇게 많은 경호처 인력이 투입된 것은 처음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8일 오전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일보 보도에 따르면 5·18 유족마저 출입이 가로막힌 일이 발생했다. 아버지를 뵙기 위해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가 경호대에 가로막혀 출입이 통제된 윤옥진(72) 씨는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다. 윤 씨는 출입제한이 풀린 끝에 아버지 묘비에 다가설 수 있었다. 윤 씨는 "아빠!"를 연신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매년 5월 민주묘지를 찾는다는 이승남(64) 씨는 전남매일에 "정치인들에게만 입장권을 배포하고 일반 시민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참배객보다 경찰이 더 많은 것이 말이 되냐"며 "80년 5월 민주화운동을 겪은 광주시민들은 당연히 참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다 장애를 얻은 한칠성(83) 씨는 "예전에는 유공자 등 주요 참석자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서 태우러 왔었는데, 올해는 초청장만 우편으로 보내서 아픈 다리를 끌고 택시 타고 왔다. 한참 멀리서 택시를 내렸지만 경비가 삼엄해 불편했다"며 "유공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장애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초청장만 달랑 보내고 아무런 공지 없이 알아서 오라고 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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