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돌연 법조기자단에게만 보도자료 메일을 발송하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은 헌재가 기자들을 차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는 행정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헌재를 취재하고 있는 복수의 기자들은 지난 1일 헌재 공보관실로부터 앞으로 헌재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헌재는 "근래 비출입사 기자님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보도자료 요청이 증가하면서 메일 중복, 미수신, 반송 등의 사례가 많아져 공보관실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보도자료를 따로 이메일 발송하지 않는 점에 대해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정문.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정문.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취재 결과, 헌재가 앞으로 모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법원·검찰을 출입하고 있는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낼 예정이다.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법조 취재 기자들은 헌재가 매체 규모에 따라 기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조기자단 가입 요건은 소규모 매체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데다, 요건을 갖춰도 법조기자단 투표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재의 보도자료 발송까지 중단된다면 취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견 인터넷매체에서 법조 취재를 담당했던 A 기자는 "지금까지 제공하던 보도자료를 법조기자단에게만 제공하는 것은 헌재가 언론사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끊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중견 인터넷매체에서 법조 취재를 맡고 있는 B 기자는 "헌재 공보관실이 행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과도한 조치로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들의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금까지 별도의 기자단을 운영하지 않았다. 법조기자단에 속한 매체의 경우에도 법원 출입기자들이 헌재 출입기자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였고,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의 취재에 특별한 제한을 둔 적이 없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헌재가 새로운 기자단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A 기자는 "헌재는 기자단을 따로 둔 적이 없어 취재가 자유로운 곳이었다"며 "어떤 식으로 법조기자단을 구분해서 메일을 보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 기자는 "법조기자단은 서초동을 한정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재경법원은 경찰 출입기자들이 담당하지 않나"라며 "종로의 헌재까지 기자단에게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법조기자단 카르텔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연합뉴스)

헌재는 서울고검·서울고법 기자단 관련 헌법소원을 심리하고 있다. 뉴스타파·미디어오늘·셜록은 지난 2021년 3월 14일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이 기자단을 두는 것이 헌법 제11조 평등권, 헌법 제21조 언론의자유와 결사의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중소 일간지에서 법조 취재를 맡고 있는 C 기자는 "여러 매체가 법조 출입 기자단 관련 헌법소원을 낸 상황에서 헌재 공보관실이 출입기자와 비출입기자에 대해 차등을 두는 결정을 한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다.

언론학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접근권 자체에 차별을 두는 것"이라며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않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메일 발송이 그렇게 힘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닌데 그걸 빌미로 보도자료를 주지 않는 것은 홍보 업무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도자료를 돌리는 것은 홍보를 하려고 하는 것일 텐데, 보도자료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기자들을)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다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헌재 공보관실은 미디어스에 '헌재 결정에 대한 즉시보도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는 따로 이메일 송부되지는 않으나, 선고가 모두 종료된 후 당일 홈페이지에 게시가 되므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헌재 비출입사 기자님들에 대한 선고 보도자료 송부 중단은 행정적인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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