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방영 직후에는 미성년자 성폭행, 성폭행 당시 피해자 녹음 재생, 여성 신도들의 나체 영상 등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받아 정상적인 삶이 어렵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되고, 아동학대 가정파괴 등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방영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종교단체에서 신청한 상영금지가처분 관련 기사들이 관심을 끌었다. 

이런 보도성 기사 외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한 종교단체의 경우 등록교인이 14만 명이 넘는다고 나와 있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의 과장은 있겠지만 영상에서 보이는 집회 참여 인원의 규모는 국내 대형교회 수준과 같아 보인다. 다큐멘터리 속 교주들이 자행했던 행동들은 법과 상식에 위반되는 반도덕적, 반사회적 일탈이었고 이런 행위들이 장기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 기간 자발적으로 헌신했는지 의문이 든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제공]

이런 의문에 대한 분석은 여러 분야에서 가능하겠지만 정보사회학적 시각에서 보면 네트워크의 확증편향적 위험성과 관련이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통신망으로서의 네트워크는 가치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네트워크의 사회적 활용은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수집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초로 주체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얻은 정보는 편향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어느 계기가 생겨 특정 단체에 가입하게 되면 그 단체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유지하게 되고 단체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디지털 네트워크 이전에도 존재했었다. 비민주적 정권이 매스미디어를 장악해 정권친화적 콘텐츠를 계속 송출하게 되면 대중은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그 안에 있는 메시지를 내면화시킨다. 이런 자발적 신민화 과정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잠시 유보되는 듯 보였지만 디지털 네트워크의 속성을 이해한 선도적 그룹이 인터넷을 소속 구성원들의 자발적 충성심을 유지하는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일종의 폐쇄형 SNS를 만든다. 구축비용과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SNS를 통해 단체나 조직의 이데올로기, 교리 등을 지속적으로 유포시킨다.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적절한 콘텐츠를 만들어 신속하게 대응을 한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속도다. 선동적이고 감성적 콘텐츠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유통시키면 구성원 대부분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자신들을 핍박받는 순교자와 동일시하게 되고 교주나 리더에 대한 충성심을 경쟁적으로 과시한다. 이성과 비판에 기초한 합리적 분석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JMS의 경우 교주 정명석이 여성 신도 강간 혐의로 10년 복역 후 출소했고 현재 외국인 여성 신도 2명 강간 혐의로 재구속되어 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되었지만, 여전히 정명석을 믿고 따르는 교인들이 적지 않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인터넷은 기존 매스미디어가 갖고 있는 확증편향의 속도와 품질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향상시켰다. 인터넷이 사람들 내면에 있는 두 본성 중 하나인 믿고 싶은 것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하는 완벽한 기제가 되면서 사이비 종교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극단적 추종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도 그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책에 대한 합리적 분석과 비판 대신 자기 진영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과 상대진영을 악마화하는 극단적 경향이 일반화하면서 생산적 토론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 역시 어느 면에서는 이런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시간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진보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여정에는 여러 굴곡이 있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정보와 데이터의 무료 이용권, 신속한 접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등을 제공했지만 그 반대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던져줬다.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친 확증편향의 검은 그림자 역시 네트워크 시대의 끔찍한 비극이다. 비극이 길어지면 절망에 이르게 된다. 절망 이전에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개방성을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밖에서 동시에 찾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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