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조선 침략론자 오카쿠라 덴신의 발언을 인용해 논란이 불거지자 조선일보가 "오카쿠라는 침략론자였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라고 방어했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일본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1862~1913)의 발언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이 인용한 오카쿠라는 조선 병합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세웠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서 일본 학생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서 일본 학생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에 따르면, 오카쿠라의 책 <일본의 각성> (1904)에 "조선반도는 선사시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의 고고학 유적은 일본의 원시고분과 정확히 같은 것"이라고 적혀있다. 오카쿠라는 "아마테란스오미카미(일본 왕실 조상신)의 동생이 조선에 정주했다고 전해진다. 그 나라의 초대 국왕 단군은 그 자식이었다고 한다"고 썼다.

오카쿠라는 "진구황후의 조선 정벌 이후 우리의 연대기는 8세기까지(500년간) 식민지 보호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에 대해 "13세기 몽골의 일본 침략을 조선인이 안내했던 것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왜곡했다.

오카쿠라는 조선통신사에 대해 조공국인 조선이 도쿠가와 쇼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사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중국 등이 조선에 손을 뻗치는 것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고대의 우리의 영역 안에 있었던 조선을 우리 국민의 합법적인 방어선 안에 둘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카쿠라 발언 인용에 대해 국내 정치권·시민사회·언론 등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떻게 식민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9일 <[여적] 오카쿠라 덴신>에서 "대통령실은 오카쿠라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연설문을 썼을까. 알고도 인용했다면 심각한 문제이고, 몰랐다면 역사에 남을 실수"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  인터넷판 캡처  
조선일보 기사 인터넷판 캡처  

조선일보는 20일자 4면에 <尹이 인용 오카쿠라…학계 "침략론자 아닌 아시아론자가 맞아"> 기사를 게재하고 "학계에선 '오카쿠라는 침략론자였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 강연에서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을 인용한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1863~1913)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이자 미학자였으며 일본 미술사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된다"며 "그는 서양 문물의 무비판적 수용에 반대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옹호했다"고 썼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오카쿠라는 '아시아는 하나'라고 말했던 아시아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서양 제국주의의 압박에 맞서서 아시아의 미학을 재발견하는 역할을 했다"며 "따지고 보면 안중근도 아시아주의자였듯,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명예교수는 "오카쿠라를 침략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옹졸한 논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명예교수는 오카쿠라가 조선반도는 선사시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이 고대사 전문가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한다면 걸려들지 않을 당시 일본 지식인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오카쿠라가 우리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취지로 인용한 것이 아닌데 '침략'과 연관시켜 꼬투리를 잡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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