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불필요하게 바쁜 사람’이 숏폼에 쉽게 중독될 수 있다"

느린 것을 용인하는 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숏폼 콘텐츠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디미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서 응답자의 68.9%는 숏폼 콘텐츠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2월 조사와 비교해 12.4%p 상승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연령이 낮을수록 숏폼을 접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85%, 20대 82.9%, 30대 73.9%, 40대 65.8%, 50대 53.2% 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20대 청년들은 숏폼 중독 현상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경우 병원을 찾기도 한다. 어떤 전문가는 숏폼 콘텐츠를 아예 끊으라 권고하기도 한다. ‘틱톡’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사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숏폼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바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숏폼 콘텐츠는 필연적으로 긴 내용의 콘텐츠보다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자극적이고 짧은 것을 누가 좋아하는지 연구해보면 ‘불필요하게 바쁜 사람’”이라며 “예를 들어 사장이 직원 쉬는 꼴은 못 본다고 하면 불필요하게 바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뇌는 필연적으로 짧고 자극적인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람이 불필요하게 바쁘면 외로워진다. 사람들끼리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기보다 파편적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갔는데도 ‘행복의 질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츠 플랫폼을 많이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허해지나’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사람들은 항상 인과관계, 전후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단편적인 정보만 들어오면 나머지를 메꾸기 힘들게 된다"며 "숏폼 콘텐츠가 이해력·사고력·논리력을 연결하는 능력과는 크게 상관없다”고 말했다.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김 교수는 “종합해보면 우리 사회가 느려질 때는 느려져야 하고,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하고, 사람을 만날 때는 만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느려져야 할 때 느려지는 것을 조금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백서문화에서 빠져나와 녹서문화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백서의 경우 이미 나온 외국의 자료를 베끼고, 다 남의 결론인데 녹서는 백서를 만들기 전까지 했던 수많은 질문과 토론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백서보다 녹서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70년대에도 TV 보면 바보 된다고 했는데 사실 500년 전에는 책 보면 바보 된다고 했다. 당시 많은 어른이 인쇄된 책은 지식을 습득할 수 없다고 했다”며 “요즘 숏폼 콘텐츠를 보면 ‘팝콘 브레인’ 같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비슷한 염려는 늘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떤 콘텐츠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뜻을 찾아내는 것이 문해력인데 꽤 많은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문맹률은 떨어지지만, 문해력도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며 “무조건적으로 ‘숏폼 콘텐츠’가 문해력을 떨어뜨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은 다양한 길이와 종류의 콘텐츠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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