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사건은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별장 성접대 사건을 봐주고, 출국금지 사건에 대대적 수사를 벌인 검찰에 언론 비판이 쏠린다. 반면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정치적 판단" 등을 주장하며 재판부 비난에 집중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김 전 차관 심야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시도 현장 (JTBC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가 위법하다고 봤지만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했다며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1심 판결에 이규원 검사는 "당시는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저는 대검 지시를 전달받아 이를 회피하지 않고 성실히 수행하였을 따름"이라고 했다. 이성윤 전 지검장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은 윤석열 정치 검찰이 일으킨 악의적 프레임 전환 행위"라며 "분명한 것은 김학의와 이성윤을 맞바꾸고, 김학의와 이규원을 뒤섞어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6일 사설 <“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에서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단죄하는 과정에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중략)판사는 이 대원칙을 수호하라고 존재하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판사가 그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강조하며 "적법 절차를 강조한 대표적 판결이고 그 원칙은 우리나라 법에도 살아 있다. 법원이 그 원칙을 스스로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월 김학의 전 차관이 검찰의 부실수사로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지시가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이 김학의 전 차관의 잘못을 물으려다 제 발등만 찍었다는 게 조선일보의 논조다. (관련기사▶김학의 무죄에 검찰 원죄 거론될 때 조선일보는)

서울신문은 1심 재판부의 '정치적 판단'을 의심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김학의 출국 금지, 위법하다면서 ‘무죄’라니>에서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게 명확한 마당에 법원이 지나치게 느슨한 잣대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라며 "법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법원이 ‘국민 의혹 해소’란 명분을 내세워 위법 절차를 눈감아 주는 게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정치적 판단’이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과거 대부분의 권한 남용 사례들이 적법절차를 어긴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국민과 권력자들에게 합법 절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지는 않을까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주요 신문들에서 비난의 화살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부실수사한 검찰로 향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학의 불법출금’ 직권남용 무죄, 부실수사 원죄 되새겨야>에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도록 봐주기로 일관하던 검찰이 그를 출금한 공직자들에겐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규원 검사가 사전 요청·승인 없이 동부지검장 이름을 기재하는 등 실무적 불법을 저지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판결로 보면 급히 출금에 나선 공직자들을 무더기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과잉수사 역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이 사건의 원흉은 10년 전 ‘김학의 사건’의 부실 수사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검찰은 지금도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편파수사, 선택적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학의 사건’이 검찰 조직에 장기간 가해 온 상처를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학의 출금’ 필요성 인정하고 관련자들 무죄 선고한 법원>에서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직후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은 단죄됐을 것이다. 그를 단죄하려던 인사들이 절차 위반 논란에 휘말려 법정에 서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10년 동안 이어지며 국민을 공분케 한 부조리는 모두 검찰의 원죄 탓이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규원 검사(맨 앞)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푸른색 넥타이),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붉은색 넥타이)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무죄받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검찰 수사 과도했다>에서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가 요건을 일부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이보다 요건이 느슨한 일반 출국금지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출국금지가 가능한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출국금지 방식을 선택하지 못한 것일 뿐 무고한 일반인의 출국을 막은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검찰 과거사를 단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라며 "과도한 수사는 숨겨진 의도에 대한 의심을 낳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해치게 된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학의 출금 사실상 무죄… 꼬여버린 사건의 처음과 끝은 檢>에서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면서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