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수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가 근본원인으로 꼽히지만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지시가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했다.

28일 조선일보는 사설 <모두 무죄 된 문재인 하명 사건들, 수사 지시의 진짜 배경 뭔가>에서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김학의 수사는 사람들만 괴롭힌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기획 사정과 불법 출국금지, 수사 중단 외압 의혹 등 문 정권이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만 드러났다. 제 발등만 찍은 것"이라고 썼다.

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6월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이 수사는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중략)5년 전 검경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을 대통령이 다시 끄집어낸 것"이라면서 "이른바 '버닝썬 사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경찰 간부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가 곤경에 빠졌을 때였다. 이 사건을 덮기 위해 다른 사건을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말이 그때부터 나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언제나 실무자만 잡혀 들어가고 최고 책임자는 빠져나가고 있지만 영원히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날 <김학의 재수사 2년반, 수뢰 혐의 무죄> 기사에서 "이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서 그가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고 관련 동영상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며 "검찰은 4개월간 수사를 벌인 뒤 그해 11월 김 전 차관을 불기소 했지만, 이듬해 동영상 속 여성이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1월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파기환송심 무죄 관련 기사와 사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 3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2006~2007년 13차례의 성 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3년 1차 수사, 2014년 2차 수사 때 '김학의 동영상'을 확보했으나 영상 속 남성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강제수사나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 등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공소시효 문제가 불거졌다. 윤 씨로부터 받은 성 접대와 뇌물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1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만료와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최 씨로부터 받은 뇌물 사건 중 공소시효가 남은 '휴대폰 사용요금 174만 원 대납'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은 김 전 차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최 씨가 번복한 증언의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앞선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최 씨를 두 차례 면담한 것을 두고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 영향을 받아 (최 씨가)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과 함께 구속상태였던 김 전 차관은 보석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흑역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 한겨레는 사설 <검찰의 ‘원죄’ 탓에 끝내 단죄 못한 김학의 ‘중범죄’>에서 "중범죄를 저질러놓고도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된 상황에 대해 검찰의 ‘원죄’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은폐·축소 수사에 대한 진상 규명은커녕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당연히 이 과정에 연루된 검사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반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절차 위반에 대해선 집요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부조리를 지켜보면서 검찰을 신뢰할 국민이 있을지 검찰은 자문해보기 바란다"고 썼다.

한겨레 1월 28일 <김학의, 면죄부로 끝났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지난해 6월 11일 국민일보는 사설 <김학의 성접대 면소판결 확정, 검찰 치욕사 될 것>에서 "김 전 차관은 죄가 없어 무죄 선고를 받은 게 아니다. 혐의는 차고 넘치는데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게 하급심의 판단"이라며 "김학의 사건은 검찰 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사례의 하나로 헌정사에 검찰 치욕의 역사로 기록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그럼에도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여태 드러난 게 없다. 검찰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나 책임 지려는 자세 또한 볼 수 없다"며 "김 전 차관 기습 출국을 막은 검사들에 대한 떠들썩한 수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풀려난 김학의...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원죄>에서 "증거와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최고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만 파렴치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단죄가 무산되는 결과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별장 성접대 사건을 이토록 어이없이 처리한 원죄는 검찰에 있다.(중략) 검찰의 두 차례 제 식구 감싸기만 없었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성범죄를 처벌 못 하는 일도, 검찰의 무리한 불법 출금 시도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이 밖에 <대법 파기환송 석방된 김학의, ‘원죄’ 검찰은 유죄 입증해야>(경향신문), <대법 ‘김학의 수뢰혐의’ 파기환송… 檢 부실수사 돌아봐야>(세계일보), <다시 풀려난 김학의 전 차관과 검찰의 ‘원죄’>(한겨레) 등이 있었다.

이 당시 조선일보의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보도와 사설 제목은 <[사설]법무장관 검찰총장 서울지검장 모두 피의자인 나라>(6월 2일), <정권을 사수하라… '방탄검사단'>, <[사설]이 검찰 인사는 국가 공직 인사인가 폭력 조직 논공행상인가>(6월 5일), <文 지시로 한 김학의 재수사, 대법이 무죄 취지로 환송>(6월 11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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