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점입가경이다. ‘분당설’에 이어 ‘탄핵설’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가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분당이 되거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후보는 연일 이러한 주장을 펴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정치적 자해’에 불과하다.

김기현 후보 측이 연일 이러한 주장을 내놓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완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여당을 만들기 위하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매개로 하여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전망 혹은 소문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러 형식으로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김기현 후보 측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으나 나름의 맥락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관계자 또는 지지자 일부가 ‘탄핵’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임 정권 당시 보수야당 소속 인사들은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 탄핵은 구체적인 사유가 있을 때에야 실현되는 것이다. 그저 대통령이 밉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또는 지지자들이 ‘탄핵’을 쉽게 말하는 것은 비판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로 ‘탄핵’이 현실이 될 것을 가정하고 당내 선거에서 무슨 주장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모욕을 느낄 만하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에게 한 일에 비추어봐도 그렇다. 만일 나경원 전 의원이나 안철수 후보가 ‘김기현 대표가 탄생할 경우 대통령 탄핵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였을 것이며, 보수언론은 대통령실의 ‘핵심 관계자’, ‘고위 관계자’, ‘핵심 고위관계자’, ‘관계자’ 등을 인용하며 연일 자극적 발언을 보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냥 ‘흥~’하고 마는 분위기다. 사실상 김기현 후보의 ‘탄핵 캠페인’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기현 후보는 굳이 이런 주장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 당원과 지지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게 목표로 보이지만 이게 전부인지 의문이다. 굳이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이런 얘길 하지 않아도 지지층 결집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길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주제를 건드리는 게 오히려 어떤 콤플렉스(?)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국민의힘에 소속된 극단적 지지층, 그중에서도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체감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일부는 김기현 후보와 그를 밀고 있는 ‘윤핵관’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인사들 아니냐는 거다. 김기현 후보는 2016년 말 탄핵 당시 울산시장이던 시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 가결은 민의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윤핵관’이라 불리는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은 아예 당을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표심까지 모두 얻어야 하는 김기현 후보 입장에선 ‘배신자’였던 과거를 반성할 수도 없고 정당화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오히려 ‘오버’하는 액션을 취하기로 한 거 아니냐는 거다. 운동권 출신 인사가 보수정당에 합류한 이후 ‘극우인사’로 돌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이다. 그러한 인사의 입장에선 과거의 운동 경력이나 당시 가졌던 이념에 대한 반성, 사죄보다 전향 선언을 하고 스스로 전선의 맨 앞에 서서 ‘운동권 비난’에 몰두하는 게 ‘충성심’을 증명하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기현 후보 측도 ‘윤심’을 그저 뒷받침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예 ‘호위무사’를 차처하는 것으로 과거의 대역죄(?)를 씻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그런데 이런 전제를 놓고 보면 대통령실의 선택적 무대응의 의미가 좀 달리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세는 사실상 대통령이 주도했다. 대통령이 주도했기에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무리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김기현 후보와 ‘같은 편’이기 때문인 걸 넘어, ‘같은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 아닌가?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이 갖는 ‘트라우마’로 따지자면, 그것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낸 사람’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잠시의 직연이 전부인 대구경북 지역에 유난히 집착한다. 얼마 전 구미시 방문 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추모관이 너무 좁다는 등의 언급을 한 예도 그렇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나 추모관이라는 것은 단순한 대통령기념관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유사종교의 색채가 느껴질 정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였다. 이런 행보는 어떤 판단에서 나온 것일까? 대통령발 국민의힘 내홍이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나온 대응이지만, 그게 꼭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었다. 그걸로 TK 지지율이 떠받쳐지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여기서도 김기현 후보측 행보와의 공통분모가 보인다는 느낌이다. 혹,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 넣은 사람’이라는 평가에 대한 ‘콤플렉스’의 표현이 아닌가?

과도한 추론일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당 전당대회는 이제 정신분석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흙탕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편집증까지 느껴질 정도다.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대표가 되면 여당과 한국 정치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고, 소름돋는 얘기들만 있다. 믿는 거라곤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되는 헛발질뿐이다. 이런 세력에 무엇을 맡길 수 있을까?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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