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로 인한 인권침해에 적극 대응 필요,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입법 조치 마련 등 의견표명 및 권고”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서 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개인을 식별·분류하는 데 이용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현재 진행 중인 얼굴인식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는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게 하는 조치(모라토리엄)를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라는 용어로 얼굴인식 기술의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굴정보가 저장되어 악용된다면 특정 개인에 대한 추적이나 감시가 가능해져 결국 공공장소에서 합법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가 위축되어 민주주의에 해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보도자료 외에 별도 공개한 결정문에서 이런 부작용의 사례로 중국을 들고 있다. 국가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라 단정적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의 얼굴인식 기술 오용에 대한 우려가 이런 결정문 작성에 주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정문에는 중국이 얼굴인식 기술을 “자국민의 감시에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2021년 시행했다 잠정중단된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얼굴인식시스템 Ⓒ연합뉴스
2021년 시행했다 잠정중단된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얼굴인식시스템 Ⓒ연합뉴스

이런 우려와 함께 최근 행정안전부가 정부청사 보안 강화와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얼굴인식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인권위 권고에 영향을 미쳤다. 행안부는 지난 12월 얼굴인식시스템 설치 작업을 시작했고 금년 4월까지 테스트 기간을 거쳐 4대 청사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표에 대해 언론에서는 2017년에 도입됐다가 코비드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으로 정확도가 떨어져 폐기된 기존 얼굴인식시스템에 추가 예산 20억을 투입한 것은 마스크 해제 시점에서 무용지물이며 예산낭비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런 보도에 대해 행안부는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얼굴인식 시스템은 AI 기술 도입으로 얼굴인식의 정확도 및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임으로써 마스크를 쓰고도 얼굴인식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행안부는 몇 년 사이에 얼굴인식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정확도나 속도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얼굴인식 기술 도입을 도입할 예정에 있다. 인천공항은 얼굴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해 간편하게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 서비스’를 2023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지난 1월 27일 발표했다. 스마트패스 서비스는 법무부·경찰청 등 정부기관이 보유한 얼굴정보를 이용해 탑승권 발권, 수하물 위탁, 출국장 진입, 보안검색, 출국 심사, 탑승 확인 등 전 과정에서 신원확인을 얼굴인식만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얼굴인식 기술의 오차율은 다른 생체 기술 오차율보다 현저하게 적다. 지문 인식 오차율의 경우 5만 분의 1인데 비해 얼굴 인식의 오차율은 100만 분의 1 수준으로 20배 정도가 높다. 기술 발달로 인한 효율성 증가는 공공기관에서보다 오히려 민간 부분에서 더 활용적이다.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보안성 때문에 얼굴인식 기술을 선택할 이유들이 있다. 우선 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최초로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NH농협은 AI 안면인식 솔루션을 활용한 비대면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카오뱅크, 신한은행, 라이나생명 등도 얼굴인식 기반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계획 중에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되면서 거래의 주체가 본인인지 확인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해킹 기술이 지능화되면서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선택하게 된다. 기업은 고객들에게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개인들은 경제활동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의 정보를 제공받은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해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관련법이나 기술적 프로시저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법과 제도가 방어하기에는 해킹 기술이 발달하고 불법 이익을 노리는 세력들이 도처에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순식간에 서버에 보관되어 있는 정보가 송두리째 빠져나간다. 만약 사회적 테러라도 발생한다면 얼굴인식 기술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늘 법은 기술이 발전한 다음 사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보완되고 있다. 코로나 시절 비대면 열화상 체온 측정기를 통해 얼굴 정보가 개인의 동의 없이 특정 회사 서버에 저장된 경험이 있다. CCTV의 경우에도 처음 설치할 때는 인권침해라는 사회적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도처에 설치되어 있고 더 이상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회적 효용성이 개인의 인권을 유보시킨 사례들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를 관련 정부 부처나 기업, 시민사회 단체 모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효율성보다는 인권이 먼저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어느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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