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수사로 ‘스타 검사’ 반열에 올랐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윤 대통령은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로인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좌천됐지만 ‘강골 검사’ 이미지를 얻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이 윤 대통령의 댓글조작 수사를 방해했다며 수사를 벌였다. 수사 대상에 국정원 파견검사인 장호중 감찰실장(전 검사장), 변창훈 법률보좌관, 이제영 법률보좌관실 연구관이 포함됐다. 변 법률보좌관은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정 실장과 이제영 연구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제영 검사를 회유·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검사는 박찬호 2차장으로부터 회유·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박찬호 2차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언급하며 자백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검사장님 허락받고 얘기하는 건데 제대로 얘기하면 신병은 약속할게”

미디어스가 입수한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에 따르면, 2018년 5월 2일 재판에서 이 검사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팀으로부터 자백하면 불구속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검사는 “예, 여기 계신 검사님들은 모르는 일이고, (2017년)10. 27. 1회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가자마자 첫 조사를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있는 혐의사실 봤냐’라고 해서 ‘예, 봤다’라고 하면서 부인 취지를 설명했더니, 조사 시작한 지 10분 후에 검사님께서 ‘옆방에 잠깐 다녀오라’고 하였는데 그 옆방이 공안2부장실이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들어갔더니 국정원수사팀장이신 박찬호 2차장님이 계셨고 저를 앉히시더니 이렇게 말씀했다”고 말했다. 이 전 검사가 전한 박 전 검사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 부장(이제영 전 검사) 입장은 전해들었는데 지금 이 부장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카톡이 다르게 만들어져 있어. 검사장님(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께 허락받고 얘기하는 건데 제대로 얘기하면 신병은 약속할게. 그런데 지금처럼 그렇게 얘기하면 구속할 수밖에 없고, 이 부장 요즘 분위기 알겠지만 구속기소하면 실형이야’

이 전 검사는 “제가 그 얘기를 듣고 다른 생각이 아니라 제가 네덜란드 갔다 와서 한 일이 헌법상 검사영장청구권을 지키기 위해서 국회 쫓아다니면서 ‘검사는 인권보호기관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다녔던 게 저이고, 제가 그 일을 하는 것은 검찰 조직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라며 “그런데 그런 저한테까지 영장 가지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너무 극심한 환멸을 느꼈고, 나한테까지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했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증언을 정리하면 박찬호 2차장이 윤석열 지검장의 허락을 받고 이 검사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플리바게닝(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형벌을 줄여주는 제도)’은 불법이다. 미디어스는 박찬호 2차장에게 증언의 사실 여부와 입장 등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국정원 압수수색 전 윤석열 집에서 압수수색 관련 논의”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초기인 2013년 4월 25~26일 경, 윤 대통령이 국정원 파견검사들을 불러 ‘구색맞추기’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윤 대통령은 파견검사들을 자택으로 불러 압수수색 관련 논의하고 4월 30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항명까지 하며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던 2013년 10월과는 다른 태도다.

이 검사는 재판에서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기 전 윤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압수수색 관련 논의를 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이 주는 자료만 받을테니 압수수색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정원장의 허가가 없으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사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사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이 전 검사는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검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제가 4. 23. 부임하여 첫 출근 했고, 2~3일 정도 후 윤석열 당시 댓글사건 수사팀장님 댁에 박형철 부장(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 부팀장), 변창훈 법률보좌관(당시 국정원 파견검사), 제가 모여서 논의를 하였습니다. 당시 윤 팀장님은 수사상 필요하므로 국정원장에게 압수수색 받으라고 건의할 것을 요청하면서, 국정원에서 제출하는 자료만 받아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전해들은 후 법률보좌관이 원장(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자료는 국정원에서 주는 것만을 받아갈 것이라고 보고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받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검사 변호인은 2018년 4월 24일 재판에서 “(위와 같이)진술하였는데 맞나요?”라고 물었고, 이 전 검사는 “맞다”고 대답했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사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사건 재판 녹취서 일부. (자료=미디어스)

이어진 심문에서 변호인이 “수사팀에서 ‘압수영장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국정원이 수사에 협조한다는 좋은 모양새가 될 것 아니냐’ 이렇게 설득을 해오고, 그 과정에서 원장님(남재준 당시 국정원장)한테 보고드리고 영장을 받겠다고 승인을 받은 것이네요”라고 묻자, 이 검사는 “보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렸는지 어떻게 승낙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후에 앞수수색을 받기로 되었으니까 그렇게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약 일주일 정도 협의 과정에서 국정원장의 압수 승낙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장소는 국정원에서 대주는 대로 하기로 하였는가요”라고 묻자, 이 전 검사는 “장소 부분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수사팀장이)‘제출자료를 주는 것만 가지고 가겠다’라고 한 부분만 한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이 “제출자료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로부터 들었는가요? 윤석열 팀장의 집에서 들었는가요?”라고 묻자, 이 전 검사는 “예”라고 말했다.

이 전 검사는 검사의 심문에서도 같은 취지로 대답했다. 검사가 “증인은 검찰에서 ‘연구관으로 부임하고서 2~3일 후에 당시 박형철 부장검사, 변창훈 법률보좌관과 같이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 집으로 가서 압수수색에 관해 논의를 하였는데 당시 윤석열 팀장이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국정원에서 제출하는 자료만 받아오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하였는데 그것은 사실인가요”라고 묻자, 이 전 검사는 “예,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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