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스타 검사’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다가 지난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압수수색을 시도해 징계를 받고 좌천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간부들과 국정원 파견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서울북부지검. (사진=연합뉴스)
서울북부지검.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3년 국정원에 파견돼 검찰의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대응 업무를 맡았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2013년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 변창훈 전 검사(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 이제영 전 검사(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실 연구관)가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변 전 검사는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장 전 지검장과 이 전 검사는 각각 징역 1년,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장 전 검사와 이 전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사면됐다.

그런데 다른 한 검사를 두고 외부 유출이 엄격하게 금지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국정원의 검찰 수사 대응 문건 일부를 작성했다는 법정 증인이 확인됐다. 그는 공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이제영 전 검사의 국정원 파견 전임자였던 정영학 검사장이다. 정 검사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서울북부지검장으로 승진·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영학 검사에게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기록 받았다”

미디어스가 확보한 지난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사건 재판 녹취서에 따르면, 이제영 전 검사는 국정원 법률보좌관실 연구관으로 발령받은 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기록 사본을 인계받았다. 이 전 검사는 재판에서 수사기록을 인계한 사람이 정 검사장이라고 진술했다.

재판 당시 검사는 이 전 검사에게 “증인이 국정원에 부임하였을 당시 국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가 있었지요”라며 “증인은 검찰 조사시, 증인이 국정원에 부임하였을 때 전임 파견검사로부터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댓글사건 수사기록 사본을 인계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이 전 검사는 “예, 그렇다”고 답변했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검사,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2018년 4월 24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검사,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경찰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난 2013년 4월 18일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고, 검찰은 2013년 6월 14일 재판에 부쳤다. 이 전 검사가 국정원에 파견간 시점은 2013년 4월 23일이기 때문에 정영학 검사장으로부터 수사기록을 인수인계 받은 시점은 기소되기 이전이다. 기소되지 않은 사건의 수사기록은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외부에 공유될 수 없다. 이 수사기록이 검찰이나 경찰에서 유출된 자료라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정 검사장에게 수사기록을 넘겨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검사는 “수사기록 사본이 어떤 경위로 국정원에 가 있었는지 아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자세한 경위는 모르고, 검찰조사 때 그 말씀을 드리니까 검사님께서 깜짝 놀라시기에 제가 봤던 게 수사기록이 맞나, 저도 살짝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변창훈 보좌관도 수사기록이 있었다고 진술하신 것으로 봐서는 수사기록이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그 입수 경위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대응 문건 “정영학 검사가 작성했다”

이 전 검사의 2018년 5월 2일자 재판 녹취서에는 정 검사장이 지난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도 등장한다. 이 전 검사 증언에 따르면, 정 검사장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검찰의 압수수색 범위 검토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재판에서 이 전 검사 변호인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관련 압수수색 범위 검토’ 문건을 제시하며 “이 문건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이 전 검사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제가 작성한 거라고 처음에 추궁을 당했었는데, 사실상 정영학 검사가 감찰실장님(장호중 전 지검장)의 지시를 받아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고 답했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변호인이 “그렇게 보는 근거는 국정원 회신 결과 정영학 검사가 2013. 4. 23. 08:55경 이 문건을 피고인에게 전송한 것으로 확인된 점을 보면, 정영학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요. 피고인의 생각에는 2013. 4. 22. 저녁 정영학 검사가 부지런히 작성한 문건이 이 문건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전 검사는 “예, 제가 하루 전날 갔는데, 정영학 전임 검사실은 한 번 들어가면 차가 없으면 못나오기 때문에 정영학 검사가 ‘나 일하는 것 있으니까 이것 좀 하고 내 차 타고 같이 나가자’라고 해서 저는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정영학 검사가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마 이 문건인 것 같고, 그 문건을 완성해서 다음날 아침에 저한테 보내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검사 변호인이 “이 부분 '압수수색 범위 결정'에 대해 피고인이 상부에 보고한 바가 있는가요”라고 묻자, 이 전 검사는 “제가 보고할 것은 아닐 것 같다”며 “왜냐하면, 정영학 검사가 감찰실장님의 지시를 받고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감찰실장님께서 상부에 보고하셨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이 전 검사 측 변호인은 2013년 4월 26일자 ‘현안사건 관련 전 심리전단장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이 문건 또한 피고인의 부임 3일 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고, 특히 보고성에 자주 사용된 검정색 동그라미 번호 기호는 피고인이 평소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호이지요”라고 물었다.

이 전 검사는 “세 번째 첫 페이지 중간에 1, 2, 3번이 검정색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기획부서에 자주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꼭 쓰는 기호가 있는데 저 기호는 제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기호”라며 “그런데 아까 정영학 검사가 쓴 압수수색 범위 검토보고서에 보면 저 기호가 있다. 그래서 제가 저것을 보고서 ‘아, 이것은 정영학 검사가 만들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2018년 5월 2일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 재판 녹취서 일부. '문'은 변호인, '답'은 이제영 전 검사. (자료=미디어스)

이 전 검사 측 변호인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 관련 압수수색 동향’ 문건을 제시하며 “피고인은 이 문건에 대해 아는가요”라고 묻자, 이 전 검사는 “제 전임자(정영학 검사)가 만든 것 같아서 그 사람의 컴퓨터에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고, 아마 컴퓨터에 있는 것을 그때 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검사의 증언 대로라면, 정 검사장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초기 국정원의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검찰은 정 검사장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전 검사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죄로 고발했어야 하지만, 이 전 검사가 위증죄로 고발당한 적은 없다.

미디어스는 정 검사장이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방해에 가담한 사실이 있는지, 국정원에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경위가 무엇인지 등을 묻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서울북부지검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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