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앙일보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시무식에서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도 넘은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일보는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논조를 취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5일 <[단독] 김진욱 공수처장 '울컥 시무식'…찬송가 부르다 꺽꺽 울었다>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 처장은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과 동시에 초대 처장으로 부임한 뒤 2년가량 동안 조직의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 온갖 논란에 휩싸이며 속앓이를 했다"면서 "수사력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고 썼다.

5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화면 캡처
5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화면 캡처

중앙일보는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처장은 지난 2일 시무식을 열고 발언을 하던 도중 고(故)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시 「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했다"며 "본회퍼 목사는 독일 히틀러 정권 아래서 반(反)나치 운동을 펼친 인물로,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한 뒤 1945년 처형당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김진욱 처장은 이어 시를 기반으로 한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불렀다. 독일 음악가 지그프리트 피에츠가 만든 곡"이라며 "김 처장은 노래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김 처장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선 시무식이 끝나고 응원하는 내용의 e메일을 잇따라 김 처장에게 전송했다고 한다"면서 "반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기엔 부담스럽다'는 반발도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공수처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공수처의 경쟁 수사기관인 검찰을 나치에 비유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고 썼다.

제목부터 악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꺽꺽'이라는 객관적이지 않은 의성어 사용은 조롱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인터넷판에 '꺽꺽'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지면에는 없었다. 

중앙일보 5일자  12면 캡처
중앙일보 5일자 12면 캡처

한 공수처 관계자는 "김진욱 처장의 시무식 발언 취지는 올 한 해 잘 해보자는 의미였고 시무식 말미에 잠깐 울컥했던 것뿐"이라며 "일부만 떼어서 저런 식으로 보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시무식에서 "공수처가 왜 생겼는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우리의 사명과 소임을 늘 잊지 말고, 선한 마음과 올바른 생각으로 일신우일신 하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타사 기자들은 중앙일보가 김진욱 처장을 조롱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자 A 씨는 "제목에 '꺽꺽'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의아해했다. 사회부 기자 B 씨는 "꺽꺽이라는 단어를 지면에는 쓰지 않으면서 인터넷에 쓴 것은 인터넷 상에서 기사를 더 잘 팔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C 기자는 "지금까지 중앙일보가 해온 보도로 봤을 때 중앙일보는 공수처가 무엇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다"며 "시무식에서 시와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 어떤 기사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로지 망신주기, 흠집내기를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기사를 다수 작성했다. 공수처가 출범한 지난해 1월 21일부터 현재까지 중앙일보의 공수처 기사에 열흘에 한 번 꼴로 정치편향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처장이 나치로부터 탄압당한 본회퍼 목사의 시구를 인용한 게 중앙일보 기사의 도화선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D 기자는 "거칠게 말하면 중앙일보 보도 취지는 김진욱 처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했다는 걸 비난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공수처를 게슈타포에 비유하는 기사를 22건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 보도하거나,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공수처를 '게슈타포'라고 지목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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