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몇 마디 떠들다 보니 한 해가 다 갔다. 올해 정치권 뉴스를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 여야 모두 결코 잘 했다고 볼 수 없는 한 해였다. 내년에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달라질까? 아닐 것 같다.

여당 얘기부터 해보자. 최근까지 국민의힘에 대한 가장 큰 뉴스는 당 지도부를 당원선거인단 투표만으로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전당대회 룰’은 당권주자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주제이다.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인사들은 당이 민심을 외면하기로 한 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원투표 100%로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은 과연 민심을 외면하는 처사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당은 자신의 대표자를 스스로에게 맞는 방식으로 선출할 수 있다. 그 맥락과 이유가 문제가 될 뿐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전당적 차원에서 모범적인 진성당원제를 구현하기로 마음먹은 거라면 칭찬할만한 일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만 전국위 부의장, 윤두현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 정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만 전국위 부의장, 윤두현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 정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연합뉴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러한 맥락이 전혀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당대회 룰’을 바꾼 이유를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당원 수가 100만이 넘어 당심이 민심에 가까워졌다든지 하는 주장도 있지만, 결국 ‘안 될 건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당 운영방식의 변경은 퇴행이다. 대통령이 총재를 겸하던 시절로 돌아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가 어느 한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패널들의 공정성을 문제삼도록 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방송 개입과 편성권 침해 논란에 불을 붙인 것 자체가 부적절한데, 그 점을 잠시 미뤄놓고 봐도 의아한 구석이 많다.

가령,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예로 하필이면 ‘보수 참칭 패널’들이 ’당원 투표 100%’ 룰에 비판적이라는 걸 든 이유는 뭘까? 전당대회 룰에 대한 태도가 진보냐 보수냐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7대 3’을 유지하자고 하면 ‘가짜 보수’가 된다는 논리의 배경은 무엇인가? 차라리 이재명 대표 또는 전임 정권 수사에 대한 태도라든가 화물연대 파업 대응 등 정책적 쟁점에 대한 태도를 문제삼았다면 또 모르겠다. 결국 예의 ‘공문’은 당권경쟁의 맥락이다. 유승민 전 의원에 가까운 인사들이 ‘스피커’를 장악한 상황에 대한 견제구라는 거다.

이제 극우 유튜브 제작자들도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마당이다.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쓴소리하는 사람도 없다. 독자생존은 아마도 불가능할 이들의 출마가 친윤계 당권주자에 대한 지지세를 조직하는 기회일 수 있기 때문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그립을 강화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게 당 주류의 태도이고 그 배경에는 ‘윤석열 공천’에 대한 권력의 갈구가 존재한다. 전당대회는 내년 초에 마무리 되지만 공천을 향한 몸짓은 내년이 다 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결국 내년도 국민의힘은 ‘윤심’ 타령으로 일관할 거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피곤한 뉴스를 내년에도 계속 봐야한다는 뜻이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제 반대편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해를 전망해보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성남FC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표 소환 요구만으로도 벌써 우왕좌왕한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도 뻔하다. 이재명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성남FC 관련 사건뿐만이 아니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의혹, 쌍방울 그룹 관련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서 이재명 대표의 이름은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고 검찰은 계속 소환통보를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재명 대표는 28일 소환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걸로 알려져 있다. 날마다 바쁜 입장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계속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검찰은 영장을 국회로 보낼 것이다. 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체포동의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될 거다. 사건이 여럿이니 이 비슷한 광경은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될 수 있다. 반대편에서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싸우면서도 한목소리로 ‘방탄, 방탄’ 노래를 부를 것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한다고 해도 체포동의안은 얼마든지 날아올 수 있다. 문제는 그 시점에 국민들에게 무슨 설명을 어떻게 내놓을 것이냐이다. “수사를 빙자한 정치적 탄압엔 응할 수 없으므로 체포동의안도 부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과 “수사에 응했는데도 체포동의안을 보낸 것은 부당하므로 인정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수사에 전면 협조할 테니 방탄 타령은 그만하고 국회가 할 일을 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올 한 해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하는 어떤 당이었는가? 검사들과 힘겨루기 하느라 세월 다 보낸 당이라는 느낌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후년 총선까지 이러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이대로 쭉 가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방탄 함정’을 빠져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축구로 따지면 내년은 후방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차근 차근 만들어 나가는 시기다. 야구라면 이길 수 있는 팀으로의 리빌딩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전자는 편한 길이고 후자는 어려운 길이라는 점이다. 우리 정치는 언제부턴가 편한 길로만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논쟁은 1차원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에도 편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숙한 일방적 리더십을 원칙과 단호함으로 포장해 마치 피맛을 본 맹수처럼 날뛰어도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 세력들의 손가락 꼽아가며 하는 뻔한 산수보다는 밥상을 뒤엎는 박력이 그나마 낫게 비치는 거다. 비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에도 계속되는 비극을 지켜볼 생각에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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