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2021년 1월 19일 ‘언론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언론윤리헌장은 서문에서 “언론은 인권을 옹호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며 “날로 다원화하는 언론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은 시대의 요청이다”고 밝혔다. 언론윤리헌장은 모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원칙을 제시하며 윤리적 언론의 역할로 “사회가 갈등과 이질성을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해야 한다”며 ‘공정한 보도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 보도에서 대부분의 신문은 ‘언론윤리헌장’을 위반하고 편파·왜곡보도를 통해 대기업(화주)의 이익 보호에 앞장섰으며 권력과 야합했다고 단언한다. 

갈등을 풀기 위한 언론의 가장 기본적 책임은 사실 확인에 있다. 언론은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화물노동자는 과연 귀족 노동자인가 ▲안전운임제는 효과가 없나 ▲안전운임제의 해외 사례는 없나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닌가 등을 검증·취재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를 검증한 언론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화물운송노동자들을 ‘귀족노동자’로 낙인찍는 데 앞장섰다.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확대 요구 업종인) 철강이나 위험물 등 운송 분야는 월 임금 수준이 500만∼60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처우 개선 관련 절박성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 개혁에 더욱 힘쓰겠다”며 화물연대를 ‘기득권노조’라 규정하고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 수준 실태조사’ 연구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월평균소득이 임금근로자 월 평균 소득을 상회한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안전운임제’ 요구가 “생존권보다는 고소득 화물기사의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320만 원인데, 이들 화물운송노동자는 월 순소득은 월평균 500만 원을 넘게 받는 고소득자라는 것이다.

지난 3일 연합뉴스는 <[팩트체크]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하는 화물노동자들, 이미 소득이 높다>를 통해 ‘고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검증했다. 연합뉴스 검증 결과 이 보고서는 올해 6월 고용노동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화물차 운전자의 산업재해보험료와 보험금 산정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고용부가 조사한 자동차 운반·곡물운전자의 월 순소득에서 안전운임위원회가 산정한 차량할부금을 차감하면 이들의 소득은 407만 9천원, 405만 4천원으로 낮아진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화물연대 조사에선 자동차 운송 운전사가 월 평균 363만원, 곡물운반 운전사는 월 409만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두 조사에서 ‘매출’에 해당되는 월 평균소득액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데, 순소득에선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세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혐료 등 4대 보험료, 차량 할부금 등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할 경우 화물연대의 조사가 좀 더 실태를 반영했다는 분석을 더했다.  

연합뉴스 12월 3일 기사 갈무리
연합뉴스 12월 3일 기사 갈무리

연합뉴스는 이 보도에서 “고용부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운송 운전자의 월 평균 종사일수는 23일, 곡물 운반 운전사는 25일로, 여기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2021년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한 일반 화물차주의 일 평균 노동시간인 12시간을 적용해 계산하면 자동차 운송 운전자의 시간당 평균 소득은 1만 4천 700원, 곡물 운반 운전자의 시급은 1만 3천 500원”으로 이는 “고용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1만 9천 806원(e-나라지표·2021년)보다 크게 낮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 다른 언론의 인용률이 높은 것에 비해 이 팩트체크 기사를 인용한 보도는 별로 없다. 한국일보만 6일 <안전운임 미적용 기사들의 호소>에서 “고용노동부 보고서(자동차·곡물 운반 기준)와 안전운임위원회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하면 월 소득은 407만 9000원(자동차 운송), 405만 4000원(곡물운반)이다”며 “하루 12시간 일하고 시급은 1만 4000원으로 근로자 평균보다 낮은데 ‘귀족노조’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을 뿐이다.

정부와 재벌신문은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에 대해 ‘효과가 없고,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주장의 배경은 국토교통부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는 안전운임제 도입 전인 2019년 대비 8.0%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24일 사설 <사고 못 줄인 안전운임제, 화물연대 파업 명분 될 수 없다>에서 “안전 개선 효과는 없고 물류비만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실효성은 없고 산업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안전운임제는 파업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25일 사설에서 “화물연대 요구 ‘안전운임제’, 사고 도리어 더 늘었다”고 주장했다.

[알고보니] 화물차 '안전운임제' 효과 있다? 없다? 따져보니(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알고보니] 화물차 '안전운임제' 효과 있다? 없다? 따져보니(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반면에 MBC는 지난 2일 <[알고보니] 화물차 '안전운임제' 효과 있다? 없다? 따져보니>에서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는 “견인형 화물차엔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컨테이너, 시멘트 차량 2만7천 대뿐만 아니라 건설장비 등 다른 특수차량들이 7천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적과 과속 단속 건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도 제시됐는데 이 또한 안전운임제 대상이 아닌 차량이 3만대 넘게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MBC는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따지기엔 적절치 않은 자료"라며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운임이 오른 만큼 업무시간이 줄고 휴게시간이 늘어 안전운행에 도움이 됐다. 다만 사고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하면서 “언론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증진을 목표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언론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인권보도준칙’을 통해 “노사관계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나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시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의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반헌법적 발언을 했지만 재벌신문과 대다수 언론인은 침묵했다. 스스로 약속한 언론인 윤리와 인권보도준칙조차 포기한 채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권과 야합한다면 ‘언론’이라 부를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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