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촉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시멘트' 업종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시멘트를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와 사업장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시멘트 출고량이 평시에 견줘 약 90~95% 감소하면서 전국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공사 중단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금융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댔다.

3일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 화물연대 파업현장. ⓒ미디어스
3일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 화물연대 파업현장.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지난 3일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 화물연대 파업 현장을 찾아 현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주차된 BCT 차량에 국토교통부 명의로 '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피해가 적도록 사측과 협의해 업무를 진행한 후 파업에 나섰는데 정부가 과도한 압박을 벌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다음은 조병록 화물연대 강원지역본부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윤석열 정부가 11월 29일 시멘트 BCT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엄살이 심하다. 시멘트 공장에는 시멘트를 채우는 사일로(저장창고)가 있다. 우리가 근무를 해보면 사일로 하나에 시멘트를 채우는 데 3일 정도 걸린다. 이 공장의 경우 사일로가 3개이기 때문에 시멘트를 채우는 데 9일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총파업이 11월 24일 시작됐으니 날짜상으로 이제 사측이 공장 가동 중단 여부를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하기도 전인 11월 29일 위헌·위법 논란이 있는 업무개시명령부터 내려버렸다.

Q. 정부는 산업 전반에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파업을 하기 전에 파업 일정을 사측에 공문을 보내 알리고 협의를 했다. 공장 가동 중단 시기를 최대한 늦춰 사측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총파업 전에 최대한 사일로를 비울 수 있도록 했다.

또 최근 경찰이 '사일로가 찼으니 내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협조요청을 했고, 비조합원들이 시멘트를 운송할 수 있도록 협조도 해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 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가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에 세워둔 BCT 차량에 붙어 있다. ⓒ미디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 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가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에 세워둔 BCT 차량에 붙어 있다. ⓒ미디어스

Q. 윤석열 정부가 유독 시멘트 BCT에 대해 선제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화물연대의 가장 약한 고리가 BCT 업종이다. BCT 업종은 조합원 가입률을 떠나 (운송업 특성상) 잘 뭉치기가 어렵다. 정부가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했다고 본다.

Q. 정부 업무개시명령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동요는 없나.

지난 2일 공무원들이 파업 현장에 찾아와 세워져 있는 차량에 통지서를 붙이고 갔다. 이번 파업에는 화물연대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동참했다. 차량에 딱지가 붙으니까, 비조합원들 사이에 동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업무개시명령이 위법한 것이라고 보고 있어 파업 의지가 확고하다.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이번 파업의 요구사항은 안전운임제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설명을 하지 않고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소위 민주노총을 때려잡기 위해 민주노총 내에서도 강성인 화물연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물연대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6월 가장 먼저 파업을 시작해서 승리하지 않았나. 당시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과 품목 확대를 약속했었다. 그러니 한번 (화물연대를)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나.

3일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 화물연대 파업현장에 세워진 BCT 차량. ⓒ미디어스
3일 강원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앞 화물연대 파업현장에 세워진 BCT 차량.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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