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남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10월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통과했습니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으로 ‘쌀 생산량이 3%를 초과하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사들여 쌀값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입니다.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과잉 공급물량은 결국 폐기해야 하고, 농업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민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쌀값 안정화는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적극 반대 나선 보수·경제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신문 지면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10/3~21)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신문 지면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10/3~21)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농총경제연구원이 ‘쌀 시장격리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다음 날인 10월 3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이후인 21일까지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가 많은 보도를 쏟아내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여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기고를 통해 법안과 관련한 언론의 찬반 입장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일보는 <양곡관리법 개정과 안전망의 역설>(10월 20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글을 실어 개정안 반대 입장을 드러냈고, 한겨레는 <쌀 1천억원대 생산조정하면 만성적 과잉생산 해결된다>(10월 11일 신정훈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RF팀장인 신정훈 국회의원의 주장을 통해 법안 내용과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저녁 종합뉴스의 경우는 JTBC가 총 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습니다. JTBC는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인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10월 12일부터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10월 19일까지 꾸준히 보도하며, <“오르락내리락 가격 고민 덜까”…농민들 ‘기대 반 걱정 반’>(10월 19일 성화선 기자)에서는 농민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반면, SBS는 저녁 종합뉴스에서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고, MBC·채널A·MBN도 첨예하게 갈리는 여야 갈등 상황을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농민은 없고, 여야 정쟁·정부 입장만 보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보도 취재 대상 분류(10/3~21) ©민주언론시민연합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보도 취재 대상 분류(10/3~21) ©민주언론시민연합

‘양곡관리법 개정안’ 보도의 취재 대상은 누구인지 살펴봤습니다. 여야 정쟁이나 국회의원 입장을 다뤘다면 ‘국회’,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나 정부 기관을 취재했으면 ‘정부’, 교수·연구소 연구위원 입장을 담았으면 ‘전문가’, 농민의 목소리를 담았으면 ‘농민’, 사설이나 양곡관리법 관련 취재 내용을 다뤘으면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용보다는 여야 정쟁을 다룬 보도가 많았습니다. 총 68건의 보도 중 절반 넘은 34건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 갈등을 다루는 데 집중했습니다. 채널A <남는 쌀 의무매입법 단독 처리>(10월 19일 우현기 기자)는 “여야는 의결을 앞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며 국민의힘의 ‘포퓰리즘법, 양곡공산화법’이란 주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정부책임론’등 양측 의견을 전한 뒤,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도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야 “오늘 농해수위서 양곡관리법 처리”…여 “문정부서도 반대…의회 폭거 안돼”>(10월 19일 김은지·권구용 기자)><야, 양곡관리법 단독 처리…여 “3연속 날치기 다수당의 횡포”>(10월 20일 황성호·이윤태 기자)에서 ‘의회 폭거’·‘날치기’·‘횡포’·‘입법 대전’등 여야의 날선 발언을 전하며,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정치권 관계자발 발언을 인용해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의견 대립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법안의 쟁점 사안을 짚고 국민을 위한 해결책 모색을 주문해야 할 언론이 싸움의 중계자가 된 듯한 모습은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농민 목소리를 직접 취재한 JTBC(10/19)
농민 목소리를 직접 취재한 JTBC(10/19)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인 만큼 당사자인 농민의 목소리가 언론에 많이 보도돼야 하지만, 농민 입장이 담긴 보도는 3건뿐이었는데요. 그중 2건(JTBC와 TV조선)은 농업관련단체 대표인 농민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보도한 것입니다. 농촌 현장을 방문해 농민의 목소리를 담은 보도는 단 1건으로, 앞서 언급한 JTBC <“오르락내리락 가격 고민 덜까”…농민들 ‘기대 반 걱정 반’>(10월 19일 성화선 기자)입니다. JTBC는 농민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반가워했다며 정부가 권하는 타작물 재배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어 “어떤 대체 작물이든, 수매 제도나 직불금 등 지원책이 먼저”이며 “지원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농민지원은 혈세탕진이라는 경제지, 법인세·종부세 감세는 찬성

매일경제 <남는 쌀 사주는데 매년 1조 펑펑…재정 피멍든다>(10월 19일 이희조·김보담 기자)와 한국경제 <쌀 정부매입 의무화 땐, 혈세 연 1조씩 든다>(10월 3일 황정환 기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만성적인 쌀 공급 과잉 문제를 심화시키고 ‘혈세’를 낭비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해당 보고서를 두고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서 나온 첫 분석 결과”라며 “농경연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득’보단 ‘실’이 많을 것으로 봤”으며, 정부·여당 역시 쌀 의무 매입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가 더 심화하고, 안 써도 될 예산을 투입해 농업혁신을 위한 투자도 저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농식품부는 “농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관련이 없는 소모성·휘발성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농경연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정부·농경연·농식품부는 모두 정부 기관입니다. 그럼에도 한국경제는 하나씩 나열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정부 기관의 분석 자료를 가져다 정부 입장을 추켜세운 것입니다.

쌀 정부 의무 매입이 혈세 낭비라고 보도한 한국경제(10/3)
쌀 정부 의무 매입이 혈세 낭비라고 보도한 한국경제(10/3)

게다가 경제지들은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공급 과잉이 될 것이란 추측으로 2026년부터 혈세가 연 1조씩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매일경제는 <사설/거여의 입법 폭주·발목잡기 도 넘었다>(10월 20일)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미래 농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정부가 연간 1조원 넘는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법인세와 종부세에 대해서는 “과도한 법인세 모래주머니를 풀고 징벌적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 “편협한 이기주의”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법인세·종부세도, 가업상속 완화도…‘부자감세’ 씌워 다 막는 거야>(10월 14일 노경목 기자> 역시 법인세 감세나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 등으로 13.1조나 감세가 예상되는 정부 정책은 찬성했는데요. 경제지들은 농민 생활안정을 위해 쓰이는 세금은 아깝지만, 기업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감세는 적극 동조하는 모습입니다.

규제 없애 ‘대기업 중심’ 농업 주장하는 매일경제

매일경제는 이때다 싶어 농업에도 대기업이 진출하고, 규제를 없애자는 친기업적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매일경제 <사설/쌀 생산에만 매달리는 후진적 농업, 스마트팜으로 돌파구 찾자>(10월 6일)는 “쌀에만 매달려온 후진적 농업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팜을 대폭 늘”려야 하니 “농업 분야를 덮고 있는 빼곡한 규제”를 걷고 농업을 혁신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농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면 대기업 등 기업농 중심의 산업화가 필요하다”며 “규제 혁파를 통해 노동집약형 농업에서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을 서두를 때”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경향신문 <12명의 농민의원이 필요해>(10월 21일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는 “정부가 권하는 스마트팜과 정밀 농업은 더욱 비용이 들기에 소농”이 하기 어렵다며, “유엔과 세계의 농업 연구기관들은 유기농과 소농이 온실가스 감축의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하는 데 한국의 상황은 반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격리가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양산한다는 정부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한국일보 기고글에서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을 재배하는 농가는 쌀 가격이나 판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 “농가가 쌀을 재배하도록 유인”하게 돼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10월 18일)에 출연한 이동우 기자도 이번 개정안이 “포퓰리즘 성격이 가미되어 있”고,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양산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 발언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쌀 1천억원대 생산조정하면 만성적 과잉생산 해결된다>(10월 11일 신정훈 국회의원)에서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격리조치가 농민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쌀 재배 면적을 늘리고 급기야 과잉생산을 초래해 쌀값 폭락과 시장격리의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주장은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농촌 실정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쌀을 생산하는 논 농업 지역은 농지법에 의해 타 용도로 전환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쌀 재배도 전문화되어 있어 일시적인 가격변동에 따라 재배 면적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쌀의 시장격리 의무화는 편한 논농사를 지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농민의 생계를 보장해주자는 내용입니다. 농민이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게 하려면 타작물 재배 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해야지 지원을 줄여 농민 생계를 위협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됩니다.

쌀 과잉 문제 해법이 가루쌀?

과잉 생산되는 쌀의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당정은 ‘가루쌀’ 재배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매일경제 <당정 “쌀 의무매입 반대…전략작물 키워야”>(10월 18일 이희조·이지용·우제윤 기자)에서 당정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략적 법안’이라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가루쌀 등 전략 작물의 생산 확대를 제시했”는데요. “가루쌀은 벼와 경작 방식이 같지만, 성질은 밀과 비슷하기 때문에 빵이나 면, 맥주 등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작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중앙일보 <쌀 생산과잉 문제, 가루쌀로 풀 수 있다>(10월 11일 장판식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는 “가루쌀(분질미) 생산 확대”가 “쌀 수급 문제와 밀 자급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6월 중순에 수확하는 밀에 이어 6월 하순 이후 늦은 모내기를 하는 가루쌀은 (6월 초·중순 모내기하는 일반쌀에 비해) 시기적으로 적합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쌀 생산과잉 대안이 가루쌀이라고 주장한 중앙일보 시론(10/11)
쌀 생산과잉 대안이 가루쌀이라고 주장한 중앙일보 시론(10/11)

그러나 갑자기 나온 가루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가루쌀이 쌀 과잉 생산의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한 서울신문 <정국 이슈 된 쌀값 폭락…‘가루쌀’이 과잉생산 대안 될까>(10월 16일 임송학 기자)는 아직 “재배면적이 적고 수요도 예측할 수 없”으며 정부가 “2026년까지 가루쌀 재배단지를 4만 2,000㏊까지 확대할 계획이나, 그래도 비중은 5.8%에 그친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가루쌀은 생산량이 일반벼보다 적어 소득 감소를 우려한 농민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신문 <도청도설/가루쌀>(10월 24일 염창현 기자) 역시 “식량안보라는 특성상 논은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쌀 생산량도 적정 수준을 지켜야” 하며 “쌀 관련 사안에 대한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효능이나 구체적인 수요 계획조차 없는” 가루쌀 재배 확대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쌀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과 관련이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좌우되는 시장 논리를 무작정 적용”하기 힘들다고 짚었습니다.

쌀, 적정가격으로 제때 사들이는 게 중요

쌀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한겨레21 <쌀값 폭락 책임은 정부에 있다, 오롯이>(10월 14일 김양진 기자)는 소비·생산량도 쌀값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요한 변수는 정부가 사들이는 ‘공공비축미’라고 짚었습니다. 쌀은 완전 자급에 가깝게 유지되기 때문에 “한 해 생산량의 10%가 넘는 30만~50만t의 비축미를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쌀값이 ‘정치적·인위적 가격’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쌀값 폭락에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농업인들의 지적에” 정부가 추가 매수를 발표하며 별다른 반박을 못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쌀은 수확기에 생산량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과분에 대해 빠르게 시장과 격리해 쌀값 하락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농민의 입장을 직접 취재한 오마이뉴스 <“여당에 지침 제시하듯”... 윤 대통령 발언에 농민들 부글부글>(10월 21일 최육상 기자)에서 한 농민은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문재인 정부 농정 성과라고 할 수 있는 ‘2017년도 쌀값 회복’은 미리 선제적으로 시장격리를 했기 때문”이라며 “수확기가 끝나기 전에 먼저” 시장격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사설/벼농사 포기하라고 ‘쌀값 폭락’ 방치해두는 것인가>(9월 18일)도 정부가 올해만 “세 차례에 걸쳐 37만t을 사들여 ‘시장격리’를 했”지만 9천억 원이 들어갔음에도 “재고가 너무 많았던 데다 시장격리에 나선 시기가 늦었고,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사들여”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짚었습니다.

빠른 시장격리만큼 중요한 것은 적정한 가격입니다. 현재 농민들은 ‘밥 한 공기에 300원 수준으로 쌀값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밥 한 공기는 205원 정도에 불과한데요. 특히 올해는 비료값·기름값·인건비 등 상승으로 생산비 부담은 늘어났지만, 쌀값은 폭락해 농민의 한숨이 커졌습니다. 한겨레21 <잘 자란 벼 보면 한숨 나네>(10월 9일 김양진 기자)는 쌀의 시장격리 사례 10건 중 쌀값이 유일하게 잡힌 2017년 9월은 “37만t을 최저가 입찰 방식이 아니라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으로 사들였을 때”라며 “충분한 양을 시장가격보다 좋은 값으로 사들여야 ‘쌀값 지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농업보호, 식량안보 문제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양곡관리법 처리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양곡관리법 처리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 등으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은 급등했고, 일부 국가는 곡물 수출을 금지하는 등 곡물 물량 확보가 식량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적인 식량 위기 속에 한국 물가도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올랐는데요. 물가 안정과 식량 위기를 잘 관리하기 위해 농업을 지키는 일은 중요합니다.

<헌법> 123조 1항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에 이어 4항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를 통해 국가의 농업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쌀을 정치재가 아닌 경제재로 바라”봐야 한다며 매일경제 <정부가 안 사주면 폭락…‘쌀값 함정’에 빠진 한국농업>(10월 5일 정혁훈 농업전문기자)처럼 “쌀의 성역을 허물”고 “국민 세금으로 농민에게 선심을 쓰는 게 아니라 경쟁에서 이탈하는 농민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쌀의 함정에서 벗어날 때 한국 농업에 새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농업은 경제논리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산업 차원을 넘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업을 보호하는 것은 선심을 쓰는 것도, 함정에 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죠.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혈세 낭비라고 비판하기 전에 1년 노력을 갈아엎는 농민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장·단기 대책을 모색하는 보도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0월 3일~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검색한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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