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확실히 2022년을 사는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다. 꿈이 뭐야, 앞으로 뭘 하고 싶어, 라고 물으니 많은 아이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중 한 아이는 내년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방송이 있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 물었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음악을 듣기 위해, 정보를 찾기 위해 사용한다고 했다. 드라마를 전부 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부담스러워 드라마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을 본다고 했다. 전 국민을 들썩이게 한 드라마가 궁금해 보기도 하지만 대화에 낄 수 없어 보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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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유튜브로 영화를 보고, 유튜브로 책을 읽고, 유튜브로 노래를 배우고, 유튜브로 운동을 하고, 유튜브로 공부를 한다. 유튜브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유튜브는 선생님이면서, 친구이면서, 연예인이면서,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이 희망 직업 1순위였다면, 지금은 유튜버가 아이들의 꿈이었다. 유튜브에서는 어렵게 오디션을 보고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생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자유롭게 영상을 찍어 올리고 시정할 수 있다. 요즘은 거꾸로 유명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하며 홍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물건 조립법이나 사용법을 모를 때 눈높이에 맞춰 조립법을 알려주는 채널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비가 오는 날, 촉촉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일일이 촉촉한 음악을 찾아 목록에 넣지 않아도 ‘비 오는 날 듣는 노래’, 라고 10곡 정도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놓은 음악 채널도 많다.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친절한 유튜브 씨이다.

유튜브를 통한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책 전체를 읽어주는 채널도 있고, 책의 중요한 부분을 읽어주는 채널도 있다. 몇 시간 혹은 며칠 혹은 몇 달 걸려 읽을 책을 단 삼십 분에 줄거리 요약 및 정리까지 해주는 채널도 있다.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의 대화에서 중요한 점을 짚어 이야기할 수 있다.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사실 나도 성우처럼 멋진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유튜버의 채널을 몇 개 구독하고 있고, 오디오북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많은 책이 오디오북으로 출시되고 바쁜 현대인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운전하면서, 운동하면서, 잠을 자면서 책을 들을 수 있다. 책은 이제 읽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또 유튜브가 아니어도 문학 작품의 문장과 내용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해놓은 문학학습법 책이 많다. 책이 아니어도 인터넷 사이트의 만능 지식인에게 물어보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학습서를 만드는 전문가와 전문 지식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답변할 수 있는 지식인의 역할을 지금 유튜버가 하는 것이다. 읽지 않아도,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검색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주어 내가 마치 읽은 것처럼 말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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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과 문해력이 낮아지는 데에는 이 부분이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을 해석하지 못하고,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탐독하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완독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만 유튜브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다양한 분석을 듣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독서로 이용하는 것은 대신 읽어주고, 중요한 부분을 찾아주고, 해석해주고,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역으로 유튜버가 읽고 해석해주는 책에 흥미를 느껴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튜버의 독서법에 의존하는 많은 독자는 불행하게도 책에서 만나는 나만의 빛나는 문장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친절한 유튜버 씨가 읽어주는 책의 유혹은 떨쳐내기 힘들다. 나도 오늘은 유튜버 씨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어 볼까.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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