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광택 칼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 끝에 2021년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의원 각 2명과 양당이 추천한 전문가 2명씩 총 8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하여 9월 26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다시 여야 9명씩 총 18명으로 구성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를 구성해 그해 말까지 언론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미디어특위는 2021년 11월 15일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해 출범하여 활동 기한을 한 차례 연장(올해 5월 29일까지)하는 등 했으나 핵심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의견 대립은 해소되지 않아 공전했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벤트’마저 겹치면서 번번이 회의가 순연되는 등 논의 자체에 속도가 붙지 못했다. 언론 보도 피해구제 등을 위해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이후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5월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자문위원들의 최종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5월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자문위원들의 최종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그러한 가운데 미디어특위는 올해 5월 24일 제11차 전체회의를 열어 ‘활동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6개월 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특위는 이 기간 중 업무보고, 공청회, 법률안 논의, 자문위원회 구성 등 활동을 하였다. 결과보고서에는 특위의 그간 논의 사항과 자문위원회 2개 분과(<미디어 거버넌스 개선 분과>와 <미디어 신뢰도 개선 분과>)가 제출한 최종보고서 내용이 담겼다. 자문위원회는 2022년 4월 28일 위촉을 받은 이래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 분과>는 총 6차례 회의를 거쳐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논의, 이사회와 운영위원회 제도에 대한 논의,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논의 등에 대한 의견을, <미디어 신뢰도 개선 분과>는 총 4차례의 회의를 거쳐 공적규제와 자율규제 공존을 통한 균형 잡힌 규제, 자율공시제도를 통한 기반조성,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대상 확대 및 적극적 활용 등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언론피해구제법(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정보통신망법(포털 및 1인 미디어 규제)·방송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그대로 남겨 사실상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핵심 쟁점에 대해 ‘가짜뉴스 폐해 방지’와 ‘언론자유 침해’ 프레임은 반복되는 가운데 ‘피해구제’ 논의는 사라졌다.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국회나 언론계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언론중재법 개정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언론중재법 개정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며 국민의힘과 함께 극렬히 반대했던 언론현업단체들이 내놓은 대안은 ‘통합형 자율규제기구’이다. 이 기구는 언론단체들이 공동 설립하고, 분쟁처리를 담당하는 자율조정인(옴부즈퍼슨)과 규약위반을 담당하는 자율규제위원회로 구성한다고 한다. 자율조정인은 규약을 위반한 언론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한 달 안에 모든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규약위반의 경우 정정, 노출중단, 사과 등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중대한 규약위반에는 언론사에 제재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

언론계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의 실효성 확보 방안으로 △자율규제준수 인증 추진 △각종 언론상과의 협력 체계 구축 △각종 공적 기금 지원 관련 인센티브 체제 △정부광고 배정 관련 인센티브 △포털 등 외부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 체제 구축을 꼽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중복규제 개선 △언론중재위원회와의 중복 개선 등을 제시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보도 피해가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데 언론기관이 자율규제 기구로 허위·조작보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법안에 반대만 했는데,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만큼 책임 있게 피해구제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이 문제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며 후반기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언론중재법 (PG) Ⓒ연합뉴스
언론중재법 (PG)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법의 개정론이 대두된 것은 언론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기 위해서였다. 언론피해 소송에서 47.4%가 500만 원 이하로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액이 결정된다는 현실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손해액의 5배까지로 하자는 것이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움직임이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보도되어 ‘언론 피해구제’의 취지가 잘 부각되지 않은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미디어특위의 재구성을 제안할 움직임도 있다. 이 경우 특위에 법안 발의권과 심의권을 부여해 더 효율적으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63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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