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언론특위는 6개월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징벌적 손해배상제·포털 규제 등 언론 관련 법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언론특위 재구성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언론특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자문위원회 최종보고를 듣고 활동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반론권 청구 강화 ▲해외기업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 등록 의무화 ▲미디어 거버넌스 제도개선 ▲기타 논의사항 ▲언론특위 재구성 필요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인철 미디어거버넌스개선 분과장이 24일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특위는 ‘반론권 청구 강화’에 대해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대상과 방식 등 세부 내용은 정보통신망법 등 제반 법령에서 계속 논의를 진전하도록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반론 요구권’을 신설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언론특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공영방송의 개념·역할 정립,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바 계속 논의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특위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아웃링크 등 ‘기타 논의사항’에 대해 “언론특위가 재구성될 경우 특위에서 그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고 했다.

여야는 ‘해외기업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 등록’에 대해 의견을 함께했다. 언론특위는 “해외기업의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부여를 위한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며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고 했다. 신문법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언론사 기사를 제공·매개하는 사업자는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지만 구글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해외 포털사업자의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론특위는 특위 재구성에 대해 “미디어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위가 재구성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홍익표 위원장은 “언론특위 논의사항을 입법에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각 상임위원회에서 입법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민 민주당 간사는 언론특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된 것을 문제로 꼽았다. 김 간사는 “(언론특위 결과보고서에) 특별한 알맹이는 없다”며 “국회에서 이런 걸 두고 합의라고 할 순 없다. 이번 특위처럼 부끄러운 활동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언론특위는 이견을 좁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결과가 의원 개인 책임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우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정당의 방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낡은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간사는 “입법권 있는 언론특위가 아니면 안 된다”며 “상임위원회가 있지만, 언론 관련 법안은 다른 사안과 함께 처리하기에는 시급하다. 입법권 있는 언론특위를 구성하고, 올해 정기국회 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 사옥

미디어거버넌스개선 분과는 최종보고서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찬성·반대 의견을 모두 담았다. 공영방송 ‘운영위원’ 수를 25명으로 제안한 민주당 당론 발의 법안에 대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고 대표성과 전문성을 보완하는 의미있는 시도(김동원·심영섭·이종관·조항제 위원) ▲이사회 정원을 일률적으로 25인으로 확대하는 근거와 논거가 불명확(이종관 위원) ▲방송사별 이사 수 조정(조항제·심영섭·채영길 위원) 등 의견이 나왔다.

‘운영위원회’ 명칭에 대해선 김동원·이인철·이종관·조항제 위원이 “법인으로서의 공영방송은 이사와 이사회를 두어야 하므로 명칭을 이사회로 해야 한다”고 했다. 운영위원회를 운영평가위원회-제작평가위원회로 이원화하고, 경제·법률·노동·지역·장애인 등 다양한 구성원을 운영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김희경 위원)도 있었다.

운영위원 추천단체에 대해선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하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방송 관련 학회·방송협회·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 등을 추천단체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직능단체가 갖는 대표성과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거 또는 사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이종관 위원), “법인격을 가진 단체로서 방송산업을 대표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김희경·심영섭·이종관 위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별다수제를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조항에 대해 심영섭·조항제·채영길 위원은 “정치적 후견주의의 핵심적 형태는 다수결이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특별다수제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인철 위원은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면 다양성 실천이 제약을 받는다”고 했다.

미디어신뢰도개선 분과는 포털 뉴스편집 금지·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열람차단청구권 도입·정정보도 크기 규정 등에 반대했다. 분과는 포털 뉴스편집 금지 방안에 대해 “편향·불공정에 대한 판단기준이 불분명하고 포털의 영업·기술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사 배열 기준을 고지하거나 이용자에게 알고리즘 수용·배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 국가개입보다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분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를 억제할 순 있지만 이중 처벌의 문제가 있다”며 “알권리가 침해되고, 중소·지방언론처럼 대응능력이 부족한 언론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결론내렸다. 분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에 대해 “추정요건이 자의적이거나 불명확하고, 전략적 봉쇄소송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과는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의견이 나뉜 부분”이라면서 “과잉 조치의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열람 차단이 제도화되려면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분과는 “정정보도 크기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조항은 비현실적”이라며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분과는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규제 당론에 대해 “이미 명예훼손·허위사실공표 등 여러 조항이 있어 이중처벌의 가능성이 있다”며 “광범위한 규제는 표현물 차단의 위험성이 있다. 처벌보단 기본권 보장·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과는 ▲자율규제기구 활성화 ▲표현의 자유 가치에 대한 무게 인식 ▲언론 신뢰성·공정성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최종보고서가 법안을 만드는 데 활용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신뢰도개선분과의 최종보고서는) ‘알권리’를 언급하며 계류 중인 언론중재법을 부정하는데, 법안을 만든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거버넌스개선 분과는 자세한 논의 없이 양측의 입장을 나열하는 식으로 배열했다”며 “아무리 봐도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문위원회 활동 기간은 불과 한 달도 안 됐다”며 “다뤄야 할 내용은 너무 많았다. 일부 내용은 정리가 됐는데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법안에 반영할 것인지, 언론특위를 연장할 것인지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한 번에 다 반영해 법안을 통과하기보다 국민적으로 동의를 얻은 내용부터 점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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