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중징계 결정은 예상대로인 동시에 예상 외였다. ‘이럴 줄 몰랐어?’란 점에서 예상대로고, ‘이렇게까지 하나?’란 점에서 예상 외다.

이준석 대표의 항변과는 달리 성상납 의혹은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의 ‘7억 각서’의 존재 때문이다. 이런 문서가 등장하는 것은 ‘무마용’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걸 증거인멸 시도의 흔적으로 본다면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의 개연성을 일부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형사적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한 설명일 뿐, ‘중징계’ 결정은 결국 성상납 의혹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의혹이 사실일 수도 있어 보인다’는 것과 별개로 조직적 결정의 형평성을 따져볼 수도 있다. 가령 5, 60대 중진 의원에게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윤리위가 중징계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어려웠을 거다. 이 점에서 보면 다들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왜 내게만 쇠몽둥이를 휘두르냐는 식의 항변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이준석 대표의 지지자들 입장에선 억울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은 열 가지가 다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어쨌든 징계 이후가 문제다. 이준석 대표 입장에선 징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고, 백보 양보해 대표직을 내려 놓더라도 차기 총선의 공천 경쟁에서 그나마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는 대행체제로 가는지, 1년짜리 당대표를 뽑는지, 2년 임기 당대표를 뽑는지에 따라 갈린다. 여럿이 각자의 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기는 복잡한 줄다기리 경쟁이 시작되는 거다.

결국 모두가 양보해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징계 기간인 6개월 간의 정전협정 정도일 것 같다. 이 기간 내에 수사기관이 명확한 결론을 내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잘 될 거라고 보장할 수 없다. 최근 흐름을 볼 때 9월이 오기 전에 사정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이준석 대표 의혹에 대한 수사의 형평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과 야당을 수사하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준석 대표를 희생양 삼은 거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잖아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상태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인사 문제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건 단지 문제가 있는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것만이 반영된 거라고 볼 수 없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고집하는 인사스타일과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면 전 정권 탓을 하며 일축하는 모습에 대한 평가다. 즉 대통령의 ‘리더십’에 국민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힘 내의 갈등이 ‘이준석 밀어내기’로 비춰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 뭐든 ‘자기 사람 챙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맥락을 강화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는데, 이게 다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하락을 이끄는 악순환의 요인이 되면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사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여의도 주변의 대체적 관측인데, 앞서 언급한 문제까지 더하면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필요한 수사를 수사기관이 하도록 두면서도 해야 할 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위해선 이에 앞서는 모든 일을 순리대로 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총장도 없이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도해 ‘윤석열 사단’을 전면 배치하는 식의 검찰 인사와 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 장악 논란을 거치면서 이제 그런 길은 어려워졌다.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경제와 민생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려 해도 카드가 별로 없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측면의 위기라 정부가 쓸 수단이 없다고 이미 선을 그어버린 데다 재정을 건전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라면 이후 어떤 수단을 써도 실효성이 없다거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임기 중반이라면 전면 개각이나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를 통해 방향 전환의 메시지를 줄 수 있었을 거다.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다. 뭔가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불과 취임 두 달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결론 같지만, 그래도 이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얘길 했지만, 애초에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보여준 정책의 청사진 같은 것은 사실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없었던 걸 이제는 내놓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준비가 덜 된 탓에 야기된 혼란이었다고 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임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조건 전 정권의 반대로만 하거나 ‘자유민주주의’로 표현하고 있는 어떤 도그마에 매달리겠다는 식은 무책임이다. 기존의 해법에 얽매이지 않고 민생을 위해서는 무슨 수단이든, 심지어 전 정권의 해법이라도 다 쓰겠다고 말하며 실제 그렇게 해보라. 보수정치 세력의 ‘적자’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콘크리트 지지층’은 없다. 국민의 마음이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을 때 해법이 나와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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