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005년 MBC 드라마본부 국장을 역임한 이은규 PD가 KBS 드라마 <미남당> 스태프 해고 논란과 관련해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문화예술노동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미남당 방영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미남당은 이날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27일 열린 KBS 드라마 미남당 규탄 기자회견 (사진=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27일 열린 KBS 드라마 미남당 규탄 기자회견 (사진=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은규 PD는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범죄 소굴”이라며 드라마 제작 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PD는 “미니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장시간의 가혹한 노동이 발생했다”며 “과거에는 드라마 제작 4분의 3을 스튜디오에서 했으나 회차가 적은 미니시리즈가 생기면서 PD들이 야외촬영을 나가기 시작했다. 야외촬영을 해도 제작비가 늘지 않으니 밤샘 촬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은규 PD는 “드라마 PD들이 바뀌어야 한다"며 "PD들은 모여서 드라마 시스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현재는 스태프들의 죽음과 노고를 잘 버틸 수 있는 PD들이 주류가 되고 있는데, 창의성을 가진 PD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규 PD는 방송사 경영진이 미니시리즈 편성 횟수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미니시리즈를 주 2회 편성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 주에 120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여기서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PD는 “시청률이 일부 떨어질 수 있지만, 미니시리즈를 주 1회 편성하면 드라마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 <미남당> 스태프 A 씨는 “하루 8시간 휴식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현장 스태프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실제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겠다’는 말이 현장에서 돌고 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미남당 포스터
미남당 포스터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KBS 시청자위원)은 “KBS는 최근 시청자위원회에서 ‘스태프 계약관계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KBS가 먼저 나서야 스태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덕재 KBS 부사장은 16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미남당 스태프 해고 논란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노동문제가 어제오늘 사이에 만들어진 상황은 아니다. 노력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갑자기 그것을 우리의 힘으로 깨트리고 원칙대로만 하자고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스태프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스태프는 법적으로도 노동자다. 관행적으로 계약연장에 대한 갱신 기대권이 있음에도 당사자 의사에 반해 계약 이행이 안 된 건 해고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미남당> 제작사는 근무시간이 언제인지, 수당이 얼마인지, 교통비·숙직비는 얼마인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일당’으로 퉁 치고 있다”며 “KBS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스태프지부에 따르면 '미남당' 스태프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장시간 초과 노동에 시달렸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스태프들은 하루 3시간 4시간씩 자며 12월부터 6개월간 비인간적인 촬영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미남당>은 지난달 근로기준법 준수·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기술 스태프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미남당> 제작사(피플스토리컴퍼니, AD406, 몬스터유니온)는 7일 공식입장문에서 “스태프들과 합의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의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현재 대부분의 스태프들은 주 52시간 촬영시간을 준수하며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지만, 일부의 주장으로 인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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