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동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 출시가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데드라인을 올해 3분기로 설정했다. 하지만 중간요금제 출시뿐 아니라 5G 요금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5G 요금제가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책정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8개 정부 기관은 지난 5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기관은 “소비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한 적정 수준의 ‘5G 중간요금제’를 3분기부터 출시 유도하여 통신비 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4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 3사와 협의를 거쳐 5G 요금제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5G 중간요금제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통신 3사는 중간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김지형 SK텔레콤 전략마케팅담당은 1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간요금제 관련해 고객의 니즈, 사용 패턴, 추이 등을 종합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사업자가 중간요금제 도입을 시사를 발표하자 KT·LG유플러스 등도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플러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5G 요금제 다양화는 궁극적으로 가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신비 인하와 연관돼 있는 거라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현행 5G 요금제가 이용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설계됐다.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GB다. 하지만 통신 3사는 20GB~100GB 구간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는 10~12GB를 제공하는 5만 원대 요금제와 110~150GB를 제공하는 7만 원대 요금제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했을 때 이용자는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가격의 중간요금제가 나온다면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이용패턴에 맞춰 요금제를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중간요금제가 5G 요금제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신 3사는 저가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차별적인 데이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SK텔레콤 5GX’ 요금제의 데이터 비용을 단순 계산했을 때 슬림 요금제(월 55000원)는 1GB 당 5500원, 레귤러 플러스 요금제(월 79000원)는 1GB당 316원이다.

이미현 참여연대 간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중간 가격대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을 넘어, 5G 요금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는 “최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비싼 가격의 데이터를 쓰고 있다”며 “단순히 중간에 해당하는 요금제를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최저 요금제의 가격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먼저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차별적으로 비싸게 (요금을) 지불하게 하지 말고, 1GB당 지불하는 금액이 어느 정도 맞게 설정해야 한다”며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태를 시정하는 방식으로 중저가 요금제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G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사에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제도로, 가령 1위 사업자(SK텔레콤)는 월 2만 원에 전년도 평균 음성·데이터 이용량의 70%~80%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음성·데이터 비용이 감소해 전반적인 통신 요금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4월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도입도 절실하다”며 “저가요금제 사용자들에게 부과되던 데이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현 간사는 “1등 사업자가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나머지 사업자는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보편요금제 출시를 시도했으나 통신 3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통신 3사는 5G 통신망 구축을 이유로 보편요금제를 반대했다. 하지만 5G 상용서비스 4년이 지난 현재 이렇다 할 망 구축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5G 망 구축 이행 실적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빼놓을 수 없다. 데이터 100GB~200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의 월 사용료는 5만 원대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1천만 명을 넘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알뜰폰 종량제 도매 대가 인하 ▲스마트폰 파손보험 서비스 제공 ▲오프라인 매장 확대 등 알뜰폰 서비스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이용자를 ‘결합상품’으로 묶고 있어 알뜰폰 가입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 ‘결합상품’은 이용자가 한 통신사의 이동전화·인터넷·IPTV를 사용할 때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를 말한다. 결합상품에 묶여 있는 이용자가 할인을 포기하고 알뜰폰 가입을 하기 쉽지 않다.

이미현 간사는 알뜰폰을 결합상품 대상으로 포함한 LG유플러스의 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결합상품 할인으로 이용자가 이통사를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LG유플러스는 자사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에 가입할 경우 ‘결합상품’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와 상생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우리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파트너들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알뜰폰은 (이용자에게)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5G 출시 후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2019년 14만 7857원에서 지난해 15만 4210원으로 4.2% 상승했다. 가계 총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에서 지난해 5.24%로 증가했다.

반면 통신 3사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55% 증가한 4324억 원, KT 영업이익은 4.11% 증가한 6266억 원이다. 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5.2% 감소한 2612억 원이지만 이동통신 해지율은 0.2% 감소한 1.18%를 기록했다. 유플러스가 외형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