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9.30 수 00:45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농림장관이 될 수 없는 사람[기고]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승인 2008.05.29 15:41

청계천 촛불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광우병 위험성이 적은 살코기만 골라서 수입하라는 함성이다. 그런데 집권세력의 되받는 소리가 천박하고 저급하기 짝이 없다. 값 싸고 질 좋은데 먹기 싫으면 그만 두라는 따위가 그것이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건강권을 묵살해서 국민을 광우병의 공포로 몰아넣고도 말이다. 그 울분이 촛불집회의 불을 지폈다. 저질국회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은 그 불길을 더욱 키워 국민의 분노를 태운다.   

   
  ▲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민중의소리  
 
국민의 건강은 뒷전에 두고 미국산 쇠고기를 두둔하는 꼴이 미친 소를 닮아가는 모습이다. 급기야 수입반대는 좌파니 반미니 하는 투로 막나간다. 무엇보다도 농림장관의 발언이 가관이다. 미국의 축산업자나 할 수 있는 소리만 골라서 한다. 농림장관이라면 먼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농민피해부터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벌써 파산에 몰린 축산농민 3명이 죽음으로 그 절망을 말하는데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농림장관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식량주권에 관한 투철한 철학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 이미 식량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멸망한다. 이것은 역사의 증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89년 공산주의의 붕괴는 식량난 때문이었다. 허기진 동구권 주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다보니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어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해체를 촉발했다. 식량이 핵탄보다 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 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선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을 빼면 5%수준으로 미미하다. 다른 식량의 자급률은 밀 0.2%, 옥수수 0.8%, 콩 9.8%로서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미국산 값싼 농산물의 단맛에 빠져 생산기반이 무너진 탓이다. 세계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빈국에서는 정치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쌀이 방파제가 되어 세계적 식량위기를 비켜나고 있다. 농민들이 거리에서 경찰의 곤봉세례를 받아가며 쌀을 지킨 대가이다. 하지만 다른 곡물가격은 폭등을 거듭해 서민가계를 울리고 있다.

중국이 5천년만에 식량자급을 이룩했다더니 자급체제가 무너졌다. 산업화-도시화-사막화에 따른 농지잠식과 이농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식량수출을 제한한데 이어 해외식량기지 확보에 나섰다.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석유자원 확보와 함께 대규모 식량기지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식량빈국인 중동국가들도 오일달러를 무기로 해외경작지 확보에 나섰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옥수수를 수입하는 게 고작이다. 지금 농림장관의 급선무는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장기적인 식량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값 싼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몰려오면 축산산업의 붕괴도 시간의 문제다. 생산기반이 무너진 밀, 옥수수가 그것을 말한다. 세계식량시장은 미국의 초국적 식량복합체가 지배하고 있다. 곡물뿐만 아니라 육류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쇠고기 1위, 닭고기 1위, 돼지고기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세계최대의 축산국가이다. 막대한 정부지원을 먹고 자란 거대한 기업농이 미국정부를 앞장세워 교역상대국에 통상압력을 넣으면서 무자비하게 시장을 침탈하고 있다. 한국은 식구끼리 먹고 살려고 농사를 짓는 가족농이다. 농림장관이라면 그 공룡한테 초토화될 축산산업의 장래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역대정권이 자본논리-산업논리를 숭상하는 비교우위론자들을 중용한 탓에 농업의 소중한 가치가 잊혀졌다. 정부내에는 식량은 수입해서 먹는 게 싸다고 믿는 세력이 포진해 농업진흥론이 발붙일 틈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정부내에서 농림부처의 발언권은 사실상 박탈당해 농업정책은 우선순위에서 최하위로 밀려났다. 비교우위론자들이 득세하다보니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부처의 수장이라면 정부내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설파해 나갈 혜안과 용기를 겸비해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농업진흥의 시급성을 전파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농림부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농업기반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거꾸로 미국업자의 이익이나 대변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지키지 못한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