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쇠고기 장관고시를 발표한 29일 저녁 7시에 어김없이 시민들의 촛불문화제는 계속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남녀노소 4만여명(주최측 추산)이 가득 모여 불을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정부의 장관고시 발표로 참석한 시민들은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등 상당히 경악된 분위기였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의 함성은 더욱 커져갔고 참석자들은 "끝까지 함께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 29일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덕수궁 앞 서울시청 광장 모습 ⓒ 정영은
강릉에서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김모 학생(중3)은 "여러분이 진정한 희망입니다"라며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해 촛불집회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모 학생은 자신을 '강릉 촛불 소녀'라고 소개하면서 "얼마전 대운하 반대 집회 때도 아버지와 같이 왔다"며 "끝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에 함께 반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소속 70대 회원들 12명도 무대에 올라 "이명박을 끌어내라! 어청수를 끌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발언에서 한 민가협 회원은 "23년간 민가협이 길거리에서 경찰들에게 매를 맞아가며 거리를 지켰다"면서 "지난 10년간 좀 나아졌나 했는데 어청수라는 '미친 자'가 다 잡아들이겠다고 했다"며 "어청수는 당장 구속자를 석방하고 국민앞에 회개하라"고 촉구했다.

▲ 29일 촛불문화제에서 "어청수는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는 민가협 70대 회원 ⓒ 정영은
이어 "10년 지나야 발병된다는 광우병 소, 저희는 먹어도 되지만 아들딸 손주들은 안된다"면서 "아들딸 손주들을 위해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이에 촛불을 든 참석자들은 "안돼요, 드시지 마세요, 할머니 짱"이라며 힘찬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취재진의 열기가 상당했다. 몰려든 취재진들로 촛불문화제 무대 앞이 혼잡스러워지자 사회자는 잠시 포토타임을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고시 철회, 국민 심판"을 외치며 '촛불 파도타기'를 이어갔다. 사회자는 "연일 늦은 시각까지 촛불문화재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격려의 함성을 주자"고 제안하면서 "조중동은 빼고요"라고 덧붙여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특히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조중동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29일 촛불문화제의 포토타임에서 촬영중인 기자들 ⓒ 미디어스 정영은
29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 5명 중 한 사람인 강기갑 의원도 발언대에 올랐다. 강 의원은 "장관고시를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온 국민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탄핵, 탄핵, 탄핵"을 외치며 화답했다.

강기갑 의원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자칫 폭력사태와 시민들의 사상을 염려하면서 "비폭력적으로 대응해야 모든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광장에 못 나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내일부터는 각 가정 등 전국 방방 곡곡에서 저녁 7시부터 전국적으로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 29일 서울시청 광장서 열린 촛불문화제 ⓒ 정영은
참석자들은 "고시를 철회하라!" "국민이 심판한다"고 연호하면서 "매국노! 매국노!"라며 분노에 찬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1조'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저녁 8시30분경 촛불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 29일 밤 서울 광화문 사거리 청와대 방향은 전경차로 가로 막혔다. ⓒ정은경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촛불 문화제 이후 현재(9시 30분) 참석자 4만여명은 평화 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밤 10시 10분 현재, 광화문 사거리로 나가려는 시민들과 경찰들이 종로 르메이에르 타운 앞에서 대치중이다.

▲ 종로에서 서대문으로 향하는 광화문 사거리가 전경차들로 가로막혀 있다. 29일 오후 9시30분 경. ⓒ정은경

▲ 29일 오후 9시30분 '차없는 거리'가 된 서울 종로. ⓒ정은경
▲ 29일 오후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내려다본 시청광장.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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