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의 MBC 파업 사태가 마무리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TV에서 찾아 볼 수 없다.

MBC는 파업 종료 후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MBC의 얼굴인 아나운서들의 복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37명의 아나운서 조합원 중 25명만이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했다.

▲ MBC아나운서 협회와 MBC기자회가 지닌 4월 여의도 MBC 본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사측의 프리랜서 앵커 채용 방침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MBC 노조가 파업종료를 선언했던 지난 7월 17일 사측은 이날 밤 기습적인 인사발령을 내고 신동진, 김범도, 김상호, 허일후 아나운서 등을 전보 조치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김상호·김범도 아나운서는 서울 경인지사로, 허일후 아나운서는 신설된 미래전략실로 발령됐다.

또 대기발령자였던 김완태, 박경추 아나운서는 지난달 20일 교육 발령을 받고 서울 잠실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맛있게 만드는 법', '요가자세 배우기'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김경화, 최율미, 최현정 아나운서도 지난 7일 교육 발령을 받고 MBC 아카데미에 합류했다.

김철진 MBC 교양제작국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교양제작국 정책발표회에서 "(파업에 참가한)불만제로 기존 MC 3명은 배제한다"고 밝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최재혁 MBC 아나운서국장은 파업 참여 아나운서들의 방송 배제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파업 100일을 맞아 MBC 아나운서들이 지난 5월 홍대 한 클럽에서 일일주점을 열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MBC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 때 얼굴이 많이 나왔던 사람들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나운서국에 복귀한 25명 중에) 연차가 낮은 사람 위주로 10 여명 정도만 프로그램에 복귀했다"며 "파업기간 중에 채용된 프리랜서 앵커들이 여전히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은영 아나운서는 <섹션TV연예통신>에, 서인 아나운서도 <파워 매거진>에 복귀했지만 오상진, 문지애 아나운서 등은 TV에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거의 원복이 됐지만 (아나운서들이 진행했던)시사프로그램 경우 아직 정상화 안 된 프로그램도 있다"면서 "10월에 개편이 있는데 그 후 (아나운서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맡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침뉴스와 심야뉴스를 진행하는 숙직업무를 순환으로 돌고 있고 매 시간마다 방송되는 라디오 뉴스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자리를 지키며 책을 읽거나 방송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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