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을 향한 MBC의 ‘보복’이 잇따르고 있다.

MBC는 최근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전원에 대해 2012년 상반기 개인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R등급을 준 데 이어, 이번에는 정직 1개월 혹은 1차 대기발령을 받았던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징계가 풀린 뒤에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회사 쪽의 의도가 드러난 셈이다.

MBC는 지난 18일로 정직 1개월 징계가 풀린 4명과 1차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16명 등 노조원 20명을 대상으로 20일 오전부터 오는 11월19일까지 석 달 동안 서울 잠실에 있는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실시한다. MBC가 징계를 받은 노조원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기자, 아나운서, PD 앞에 놓고 트위터, 페이스북, 미디어의 이해 교육할 예정

교육 대상자는 직종별로 기자 9명, 카메라 기자 2명, 아나운서 2명, 카메라 감독 1명, 시사교양 PD 4명, 라디오 PD 2명이며, 연차별로 입사 30년 이상 1명, 입사 20년 이상 5명, 입사 10년에서 20년차가 10명이다. 구체적으로, MBC 보도 부문의 최고참 기자이며 <시사매거진 2580>의 창설 멤버인 이우호 전 논설주간, 김완태, 박경추 아나운서, MBC 뉴스의 앵커로 활약했던 김연국, 왕종명, 김수진 기자,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지낸 임대근 기자, MBC PD협회장인 이정식 PD 등이 교육 대상자에 포함됐다.

참가자에 따르면, 교육 커리큘럼에는 △시와 관련한 서울대 박동규 명예교수 강연 △작곡가 돈스파이크 강연 △강지원 변호사 강연 △트위터 사용의 이해 △페이스북 운영 어떻게 하나 △내가 만드는 브런치 △미디어의 이해 △애니메이션, 만화 사업 현재와 미래 등 수업이 포함됐다. 아울러, MBC가 상암동에 짓고 있는 신사옥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교육 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MBC 회사 쪽은 교육 시작 당일에도 관련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교육 담당 기관조차도 앞으로 석 달 동안 진행할 교육의 커리큘럼을 미처 완성하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졸속으로 교육을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 아카데미 쪽은 20일 오전 첫 교육에서 교육 대상자들에게 교육 커리큘럼이 모두 확정되지 않은 점을 밝히며 “현재 계속 섭외중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스>는 정확한 교육 내용을 묻기 위해 MBC 아카데미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첫날이라 정신이 없다. 나중에 전화 달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MBC 관계자 또한 교육 내용을 묻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육 참가자는 “배움에 나이와 경력이 있느냐 따지고 들면 굳이 할 말은 없지만 황당하다”면서 “입사 33년차부터 7년차까지 MBC 내에서 나름 전문성을 갖추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석 달 동안 이게 뭐하는 건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아카데미 교육 과정이 졸속, 부실인 상태인 건 당연하고, 그냥 ‘너희들은 MBC 근처에 오지마’라는 목적으로 더 이상 징계 또는 대기발령 할 수는 없으니 아카데미에 우리를 떠넘긴 것 같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MBC노조 또한 이에 대해 “김재철 사장은 회사에 공헌한 바가 지대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노조원들이라 해도 오로지 파업 참여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복수와 앙갚음을 계속하고 있다”며 “교육 명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들 노조원들을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파업 참여로 인해 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MBC의 교육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MBC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알고 있기로는 2차 대기발령을 받은 이들에 대해서도 교육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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