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다음 주부터 상반기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은 사원들에게 ‘역량 증진’이란 이름 아래 2주 혹은 4주의 외부 교육을 실시한다. 노조는 “실상은 지난 파업 참가자에 대한 끝없는 보복이고 욕보이기 교육”이라며 사측의 ‘재교육’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12일 성명을 내어 “보복식 인사평가, 욕보이기 재교육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MBC는 상반기 인사평가에서 R등급을 받은 직원들에게 서울 마포구 상암 DMC에서 최대 4주의 <2015 하반기 역량 증진 교육>이라는 외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R등급을 1번 받은 직원들은 2주, 3년 안에 R등급을 2회 받은 직원들은 4주 간 교육을 받게 된다.

▲ MBC는 다음 주부터 인사평가 최하등급 R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4주 간의 역량 증진 교육을 실시한다. ⓒ미디어스

MBC의 인사평가는 당초 S, T, O, R 등 총 4단계였으나 지난해 초 사규를 고쳐 S, T, O, N, R 등 5단계로 세분화했다. 사규 변경 이후, O등급 비율을 줄여 낮은 등급인 N등급과 R등급 대상자가 늘어나게 됐다. 최하등급인 R등급은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기여도가 낮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인력”으로 평가된다. 한편 MBC는 보직간부 평가에서는 낮은 등급인 R등급, N등급을 없앴다. 국장들에겐 S등급(10%), T등급(90%)만을 주고, 보직부장들에겐 S등급(10%), T등급(30%), O등급(60%)만 준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170일 간 진행한 MBC본부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도 R등급에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파업 이후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미래방송연구소, 경인지사, 매체전략국, 광고국 등 비제작부서에 가 있는 상황이다. MBC본부가 “지난 파업 참가자에 대한 끝없는 보복이고, 욕보이기 교육”이라고 잘라 말하는 이유다.

교육 기간은 있지만 내용은 ‘깜깜’… 노사협 의결 사항 위반 지적도

MBC본부는 역량 증진이 필요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정확한 교육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2주 교육자의 경우 공통역량 증진교육 4일, 직무역량 증진교육 4일, 오리엔테이션 및 사내 강의 하루씩 일정이 짜여 있다. 당사자들에게조차 추상적인 수준의 내용만 전달된 것이다.

MBC본부는 “교육의 절반은 교육 대상자 스스로 프로그램을 찾으란 것이다. 교육 대상자의 직무와 직종, 역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단 이유”라며 “개인별로 사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야 하는 것이 순리일 텐데, 일단 교육 기간을 통보하고 그 기간 동안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걸 알린 뒤 본인들 알아서 프로그램을 짜란 것이 교육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사측의 목적은 이들을 업무에서 한동안 배제시켜 ‘순응’을 강요하는 것, 다른 직원들에게 ‘배제의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MBC본부는 사측이 최소 2주, 최대 4주의 재교육을 통보한 것은 지난 4월 28일 노사협의회 의결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당시 노조는 저성과자 선정 기준과 교육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저성과자 교육에 대해선 세부적인 계획을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 공문을 통해서도 교육 계획을 누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공문을 통해 ‘5일 간의 교육을 1회 실시한다’고 했다”며 “근참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노사협 의결 사항 위반이고 노사 간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MBC본부는 “R등급을 받은 이들이 평가 이유를 물었을 때 ‘배정을 받아 어쩔 수 없다’, ‘윗선에서 정해진 것’이란 답변들이 나오고 있다”며 “인사평가는 분명히 ‘업적평가’임에도 모 부서에선 선배라는 호칭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인사는 꼬박꼬박 하는지 등이 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평가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같은 부서에 있는 직원들을 N을 줄 수 있냐, 다른 부서로 옮긴 직원들에게 N을 주겠다’고 부서원들에게 공공연히 얘기하는 부장도 있다”며 “이게 무슨 공정한 인사 평가인가. 이런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성과주의 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R등급자에 대한 재교육이 실시되면서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부서들이 있다. 이는 지금의 인사평가가 얼마나 부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재교육이 필요하다면 업무 공백이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며 “사측은 제대로 된 인력 배치부터 고민하라.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은 직원들이 아니라 현 경영진이다. 부당한 재교육 중단하고, 현장에서 쫓겨난 인력들부터 즉각 복귀시켜라”라고 촉구했다.

MBC “노조 주장은 회사의 교육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일방적인 감정표현”

MBC 13일 인재개발부장 명의로 입장을 내어 “회사의 연수, 교육 프로그램이 ‘보복과 욕보이기’ 교육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회사의 교육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일방적인 감정표현에 불과하다. 이번 역량 증진 교육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실시하고 있는 통상적인 저성과자 교육으로 실제로 교육 후 직원의 성과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내용에 대해서는 “공통역량 증진교육은 검증된 외부 교육 전문 업체와 협력하여 최대한 교육 효과가 높다고 판단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했고, 직무역량 증진 교육은 개인별로 필요한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개인별로 교육 과정을 선택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교육 대상자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MBC는 “노조는 노사협 의결 사항 위반을 주장하지만, 교육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예산을 투입하여 직원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교육기간 증가는 직원에 대한 불이익으로 볼 사항이 아니며, 노사협 의결 사항 위반도 아니다”라며 “역량 증진 교육과 관련해서는 회사가 교육목적과 취지에 맞게 탄력적인 시행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저성과자 교육은 회사의 판단에 따라 교육 대상과 기간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 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